KT 위즈가 마법 같은 역대 최초 와일드카드(WC) 결정전 업셋을 거둔 날. 잠실 구장은 KT팬의 환호가 아닌 두산 베어스 팬들이 야유로 뒤덮였다.
두산은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포스트시즌 WC 결정 2차전에서 0-1로 패했다. 전날 0-4로 진 데 이어 2연패를 당하며 시리즈 승리를 내줬다. 2015년 WC 결정전이 도입된 이후 4위 팀이 시리즈에서 패한 건 2024년 두산이 처음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WC 패배다. 두산은 지난해 정규시즌 5위로 WC 결정전에 올랐으나 NC 다이노스에 역전패했다. 이어 올해는 정규시즌 4위를 기록하고도 KT에 연패하며 또 다시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패배로 이승엽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게 타올랐다. 지난해 부임한 이 감독은 이로써 2년 동안 포스트시즌에서 전패로 물러나게 됐다. 올 시즌 경기 운용에 대한 비판이 더해지던 가운데 역대 최초 WC 패배로 한층 더 불이 붙었다.
이승엽 감독은 경기 후 팬들을 향해 "너무나 죄송스럽다"며 "제가 아직 부족한 것 같다. 팬분들께 죄송하다. 선수들은 정말로, 2월 1일부터 10월 3일까지 정말로 열심히 했다. 선수들이 고생 많았다.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비판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3일 경기를 관람한 현장 팬들은 경기 종료 후 구장 앞에 모여 "이승엽 나가"를 거듭 외쳤다. 지난 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5위 결정전 때 SSG 랜더스가 패한 후 현장 팬들이 "이숭용 나가" 연호를 외친 것과 비슷했다.
팬들의 구호는 여러 방식으로 표출됐다. 승장 이강철 KT 감독이 인터뷰를 마치고 퇴근길에 오르자 KT팬들과 함께 "이강철"을 외치는가 하면 이승엽 감독의 친정팀인 삼성 라이온즈의 응원가 '엘도라도'나 그의 삼성 선수 시절 응원가를 합창하기도 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