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베테랑 투수 최영필(42)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최영필은 지난 9일 수원 kt전에서 6-3으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따냈다. 이는 만 41세10개월27일에 달성한 세이브로 지난 2012년 최향남이 작성한 만 41세5개월9일의 역대 최고령 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웠다.
역경을 극복하고 얻은 값진 기록이다. 경희대를 졸업한 최영필은 1997년 현대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했다. 그러나 쟁쟁한 선배의 틈바구니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다. 2001년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로 이적한 최영필은 선발 불펜을 오가며 10년 동안 묵묵히 마운드에 올랐다.
15년의 노력 끝에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었다. 최영필은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지만, 찾아주는 팀이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FA 미아가 됐다.
은퇴 기로에서 최영필은 포기하지 않았다. 멕시코와 일본 독립리그를 찾아가 공을 던졌다. 2012년 SK로 복귀한 그는 현역 은퇴를 제의받자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났다. 그리고 2014년 KIA와 신고선수 계약을 맺고 다시 마운드에 섰다.
마흔의 나이지만, KIA의 필승조에서 활약했다. 자신의 길을 걸어온 끝에 최고령 세이브라는 의미있는 기록을 달성했다.
최영필은 최고령 세이브 달성 인터뷰를 한사코 사양했다. 어렵게 취재진 앞에 선 그는 "나이를 먹으면 최고령 기록은 따라오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기록이라는 것은 전혀 몰랐다. 감흥도 별로 없었다. 개인적으로 세이브 한 개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기록은 송진우 선배가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더라. 최향남 선배의 기록이었다. 나이는 의식하지 않으려 하는데 '오래 했구나'라고 느꼈다"며 웃었다.
KIA는 시즌 초반 집단 마무리 체제로 뒷문을 지키고 있다. 최영필이 세이브를 따낸 건 SK 시절이던 지난 2013년 5월15일 KIA전 이후 1060일 만이다. 3년 만에 마무리로 나선 것에 대해 최영필은 "우리 팀은 마무리가 정해지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 누가 마무리로 나갈지 모르기에 그냥 불펜 투수라는 마음으로 준비한다. 마무리로 나가면 중간보다 부담은 조금 있겠지만 이겨내야 한다"며 덤덤하게 말했다.
최영필은 나이로 주목받는 것이 쑥쓰러운 모습이었다. 그는 "뭐 할 때마다 나이먹은 죄로 주목받는 것 같다"며 웃은 뒤 "개인적으로 최고령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저 마운드에 서 있는 것이 행복하다. 다른 건 계산하지 않는다. 개인 성적도 신경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팀은 올해 스토리가 많다. 한기주와 곽정철이 어려움을 딛고 돌아왔다. 나는 그 마음을 잘 안다. 너무 대단하고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이로 인해 기회가 줄어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경쟁은 누구나 하는 것 아닌가. 경쟁을 이겨내면 된다"며 올 시즌 활약을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