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점 1점을 나눠가진다는 것은 그 두 팀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느냐에 따라 매우 다른 결과가 된다. 1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5라운드 전북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1-1 무승부가 그렇다. 개막 이후 4연패에 빠져있던 인천 입장에서는 시즌 처음으로 얻어낸 승점 1점이 더할 나위 없이 반갑고, 가야할 길 바쁜 전북 입장에서는 어렵게 다잡은 승리를 놓친 뼈아픈 승점 1점이었다.
▲출사표 최강희 전북 감독=“축구를 하도 못해서 오늘은 좀 이겨보려고 한다. 축구도 못하는데 다득점은 무슨, 결과를 내는 경기를 하겠다. 홈에서 공격적으로 경기하겠다. 김보경과 이재성이 영리하게 경기하고 볼배급도 안정적으로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FC도쿄, 장쑤 쑤닝전에서 반드시 이겨야하는데 그 사이에 성남FC전이 있어 고민이 많다.”
김도훈 인천 감독=“전북은 리그에서 1,2강을 다투는 팀 아닌가. 닥공하는 팀을 상대로 얼마나 골을 먹을지가 걱정이다. 위안이라면 지난 경기 후반부터 패싱 플레이에 자신감이 살아났다는 점이다. 전북 상대라고 내려서기보다 자신있게 나서도록 하겠다. 조병국이 처음 투입되는데 패스게임을 위해 빌드업에 방점을 두라고 주문했다.”
▲포메이션 홈팀 전북은 김신욱과 이동국이 FC서울전 이후 처음으로 동시에 선발로 나섰다. 최강희 감독은 두 선수가 최전방과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를 서로 바꿔가며 뛰어줄 것을 기대했다. 좌우 날개는 레오나르도와 고무열이, 중원에는 김보경과 이재성이 발을 맞춘다. 포백에는 최재수와 임종은, 최규백, 최철순이 서고 골키퍼 장갑은 권순태가 꼈다. 포항전서 퇴장당한 김창수의 공백이 골칫거리다. 최강희 감독은 “지난 경기 3분 사이에 경기도 비기고 (김)창수도 없어졌다”며 “너 뭐 스트레스 있냐고 물었더니 열심히 하려다 그랬다더라, 그런 건 19살이나 하는 거라고 해주고 말았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원정팀 인천은 4-3-3에 가까운 4-1-4-1을 들고 나왔다. 케빈이 최전방에서 전북의 골문을 노리고 벨코스키와 박세직이 좌우에서 케빈을 돕는다. 2선에는 김동석과 윤상호가 수비형 미드필더 김도혁과 함께 중원을 지키고 포백은 김대경-조병국-요니치-박대한이 맡는다. 골문은 이태희가 막는다. 송제헌은 전북과의 계약 조항에 의해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전반=달라진 인천, 안 달라진 전북 경기 전 “지난 경기부터 패싱 플레이에 자신감이 살아났다”던 김도훈 인천 감독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전북을 상대로 몇 골이나 먹을지 걱정이라더니 전반전을 무실점으로 마무리한 인천의 저력이 무서웠던 전반 45분이다. 포백 앞에서 수비를 조율한 김도혁과 안정적인 빌드업의 바탕을 만든 조병국의 활약, 그리고 공격에서 번뜩이는 모습을 보인 벨코스키와 박세직이 돋보였다.
반면 전북은 초반 인천을 밀어붙이던 기세를 살리지 못하면서 점점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다. 이동국과 김신욱 투톱의 활용법을 최전방과 공격형 미드필더 스위칭으로 풀어내는가 싶었으나 좀처럼 인천의 수비벽을 완벽히 뚫어내지 못했다. 높이와 무게감 모두에서 인천을 압도했지만 공격은 번번히 마무리가 되지 않았고, 전반 중반부터는 오히려 중원 싸움에서도 인천에 밀리는 모습이었다. 전반 42분 레오나르도의 헤딩 패스를 받은 이동국의 오른발 슈팅이 이태희 골키퍼의 정면으로, 그리고 전반 종료 직전 레오나르도가 직접 때린 슈팅도 이태희 골키퍼의 손에 가로막히며 득점 기회가 무산된 전북은 0-0으로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후반=100번 때려도 1번 때려도 넣어야 골 후반 시작 후 불과 5분 여만에 인천이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케빈의 헤딩을 문전으로 침투한 요니치가 머리로 받아 골망을 흔들었다. 오프사이드로 득점은 인정되지 않았지만 이날 경기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온 가장 위협적인 장면의 주인공이 인천이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했다.
심장 철렁한 장면을 본 전북도 공격의 고삐를 조였다. 후반 17분, 김보경이 오른발로 밀어준 패스를 레오나르도가 받아 그대로 이태희 골키퍼를 제치고 슈팅으로 연결했다. 완벽하게 골문이 열린 상황, 하지만 레오나르도의 슈팅은 옆그물을 때리며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여기에 후반 23분 로페즈의 슈팅조차 골대를 벗어나면서 전북은 또다시 골 갈증을 해결하지 못했다.
들어갈 듯 들어가지 않는 전북의 공격은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릴 때까지 계속 반복됐다. 골문 근처까지 쇄도해 득점 기회를 만들어도 번번이 마무리가 잘 되지 않았다. 로페즈와 이종호까지 투입하며 인천의 골문을 열기 위해 고군분투한 전북의 갈증을 해결해준 이는 결국 이동국이었다. 이동국은 후반 38분 그림같은 전매특허 발리슛으로 인천의 골망을 흔들었다. 그대로 승리를 확정짓는 듯한 골에 전북은 열광했다.
하지만 7분 뒤, 후반 추가시간 4분을 알리는 팻말이 들어올려짐과 동시에 인천의 교체 멤버 송시우가 전북의 환호에 찬물을 끼얹었다. 송시우의 극적 동점골로 인천은 올 시즌 첫 승점을 따냈고 전북은 다잡은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