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의 내용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을 때, 그 책임 소재를 대본을 보고 연기한 배우에게 둘 수 있을지의 여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장동민은 3일 방송된 tvN '코미디빅리그'의 새 코너 '충청도의 힘'에서 7살 아이를 연기했다. 극중 장동민의 대사에는 새 장난감을 자랑하는 친구를 향해 "쟤네 아버지가 양육비 보냈나보다", "부러워서 그래, 얼마나 좋냐 선물을 양쪽에서 받잖아 재테크야, 재테크"라는 말이 포함돼 '한 부모 가정'을 조롱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여기에 극중 할머니가 손자의 고추를 만지는 장면이 포함돼 '성희롱' 논란도 있었다.
인터넷 및 커뮤니티는 즉각 '난리'가 났다. 지난해 라디오에 출연해 삼풍백화점 사고 생존자를 조롱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던 장동민이 '제 버릇을 못 고쳤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또한 ''방송으로 자숙하겠다'던 장동민이 또 다시 물의를 빚었다', '타인을 조롱하지 않고는 웃기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날선 목소리도 있었다.
급기야 한부모가정 권익단체 '차별없는 가정을 위한 시민연합'(이하 '차가연') 측은 장동민을 모욕 혐의로 고소했고, 장동민의 '코빅'하차에 이은 tvN 이명한 본부장의 사과까지 이어지자 12일 소를 취하했다. 차가연 측은 "애초에 한부모가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길 바라는 마음, 인식 개선을 위함이었다"고 취하 이유를 말한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으로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희극배우로서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공개 코미디 현장, '코빅'에서 하차하고 '양치기 소년'까지 되어버린 장동민의 명예는 누가 회복시켜 줄까.
▶ '바보 장동민', 왜 하차하나
'장동민이 사회적 약자를 조롱하는 '비열한' 수법으로 웃음을 얻어냈다'고 비판하는 반대편 진영에는, 비판의 화살표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있다. 한 평론가는 장동민 논란에 대해 "희극배우 역시 배우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장동민은 대본을 보고 이를 '연기'한 것이며, 극중 연기와 대사 내용이 '7살 어린아이 캐릭터'가 아닌 '장동민 본인'의 가치관·사상이라고 인식하고, 비판까지 가하는 것은 웃지 못할 해프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장동민이' 한 부모 가정을 조롱했다'며 비판을 받고, 고소를 당하며, 해당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면, 보다 심한 내용을 다루는 막장극의 배우들은 줄줄이 은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장동민은 대본을 받아들고 '나는 한 부모 가정에 대해 이러한 연기를 할 수 없다'고 거부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7살 어린아이'를 연기한것이 아닌 '장동민 본인'으로서 출연했던 과거 라디오 방송에서의 논란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라는 의미다.
▶ '조심'이라는 뒤주 안에 갇힌 연예인들
자숙 후 복귀해 다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던 장동민이 '주춤'하자,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도 많다. 장동민은 '선을 타는' 방송인이다. 논란이나 수위를 의식하기 보다 겁없고 독한 자유분방함으로 웃음의 영역을 넓혀 온 인물. 지나치게 수위를 넘어선 발언으로 죗값을 치르는 것은 합당하지만, '코빅'에서의 발언으로 하차까지 이어지면 '연예계 전체의 수위'마저 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예인의 입장에서는 '조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논란으로 회초리를 맞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긴다. 말·행동의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시키며, 검증되지 않은 루머와 인터넷 발 논란으로도 '활동 정지'까지 시킬 수 있는 세태가 불합리 하다는 것. 일부에서는 연예인에 대한 개인과 단체의 고소로 사회적 이목이 몰리면, 곧바로 '죄인'의 이미지를 얻게되며 고소가 취하되더라도 이미지와 명예는 회복되지 않는것 역시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렇게 수많은 단체와 대중이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불관용'의 악순환으로 연예인들은 단체로 '조심병'에 걸리며 개그맨들은 '착하게', '호감있게' 웃겨야 하는 '뒤주'에 들어가게 될것이라는 우려다. 연예인 뿐 아니라 방송과 드라마 역시 소개 고갈과 등 지나친 자기 검열에 빠질 수 있다는 것.
일본의 전통 공개 코미디인 요시모토 신희극의 좌장 출신이자 유명 개그맨인 코야부 카즈토요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입을 모았다. 최근 후지TV '와이도나 쇼'에 출연한 그는 불륜 소동으로 자숙을 거친 방송인 야구치 마리의 CF가 송출 중단되는 사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일본이 한국처럼 되어가고 있다"며 "인터넷상의 비난과 공격으로 자살하는 연예인까지 발생하는 한국의 사례를 보면서, '저런 모습은 싫다, 무섭다'라고 여겼던 일본인들이 한국인처럼 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