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베테랑 타자 정성훈이 16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경기를 앞두고 한 말이다. '위쪽'은 타순을 뜻한다. 정성훈은 지난 14일 잠실 롯데전을 시작으로 17일 대전 한화전까지 3경기 연속 7번 타순에 배치됐다. 양상문 LG 감독은 손목 부상에서 회복한 정성훈이 부담이 적은 하위 타순에서 페이스를 조절하도록 배려했다. 그가 하위 타순으로 분류되는 7번에 자리한 건 2012년 7월28일 인천 SK전 이후 3년 반 만이다.
LG의 '7번 정성훈 효과'는 15일 대전 한화전에서 폭발했다. 정성훈은 6타수 4안타·1타점·4득점으로 팀의 18-2 대승에 기여했다. 17일 한화전에서는 해결사 역할을 맡았다. 3-0으로 앞선 4회 1사 2루 기회에서 바뀐 투수 권혁의 초구 143㎞짜리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이글스파크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 아치를 그렸다. 승기를 가져오는 한 방이었다. LG는 정성훈의 홈런에 힘입어 한화를 6-4으로 제압하고, 2연승을 달렸다.
정성훈은 리그 최고 수준의 타격 실력을 자랑한다. 그가 7번에 자리하게 되면 상대 투수는 하위 타선을 쉽게 상대할 수 없다. '7번 정성훈' 효과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중심 타자들이 선두 타자로 나서 출루에 성공하면 7번 정성훈에게 타점 기회가 온다. 이날 홈런이 그랬다. 히메네스와 서상우의 연속 안타로 1점을 추가한 1사 2루 기회에서 정성훈에게 기회가 왔다. 정성훈은 홈런을 날랐다.
하위 타순은 투수 입장에서 공격적인 승부를 통해 투구 수를 아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성훈이 등장하게 되면 상대 배터리는 어려운 승부를 해야 한다. 투수의 투구 수는 증가한다. 정성훈에게 출루를 허용하면 하위 타순과 승부를 펼쳐야 한다. 8~9번 타자들은 자신을 잡기 위해 들어오는 투수의 공격적인 성향을 간파하고 공략할 수 있다.
3년 반 만에 자리한 하위 타순이 어색할 법 하지만, 정성훈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위쪽의 후배들을 격려했다. 그는 "위쪽에 내자리가 없는 것 같다. 후배들이 잘 해주고 있어서 내가 부담없이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며 웃었다.
양상문 감독은 그런 정성훈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양 감독은 "정성훈이 하위 타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며 "7번에서 상대를 압박하는데 효과를 보고 있다. 컨디션이 올라왔다고 판단되면 상위 타순에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