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득심(以聽得心).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는 말이다. 차명석(55) LG 트윈스 단장이 가슴에 새기고 모든 인간관계에 실천하는 자세다. '소통형 단장'이 이끄는 구단엔 유연한 조직 문화가 자리 잡았다. LG는 지난해 29년 만에 통합 우승을 일궈냈다.
차명석 단장은 지난 21일 서울시 중구 순화동 KG타워 20층 라운지에서 열린 '2024 IS 스포츠 마케팅 써밋 아카데미(SMSA)' 15강 강연자로 강단에 섰다. SMSA는 마케팅 실무 전문가와 스포츠 셀럽(선수·지도자)들이 산 경험을 통해 얻은 배움을 수강생들과 공유하는 자리다. 차명석 단장은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몰입도 높은 강연을 선사했다. 선수 생활을 마치고, 지도자를 거쳐 야구단 단장의 길을 걷기까지 과정을 진솔하게 전했다.
2018년 10월 LG 단장으로 부임한 차명석 단장은 적절한 밸런스로 내부 육성과 외부 영입을 추진하며 LG가 강한 전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차 단장은 부임 직후, 가라앉은 사무실 분위기를 보며 프런트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현장을 지원하는 프런트 일원들의 노력이 온전히 인정받지 못했을 때 생기는 상실감을 공감했다.
차명석 단장은 취임 일성으로 "해보고 싶은 건 다 하십시오.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했을 때 책임은 각자의 몫입니다"라고 외쳤다. 이어 단장실 문을 활짝 열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 팀을 위해 직언하라고 당부했다. 차 단장은 "직원들이 매년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성과를 내고 싶었다. 무엇보다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라고 돌아봤다.
차명석 단장은 부임 뒤 매일 아침 'I may be wrong(내가 틀릴 수도 있다)'이라는 문장을 매일 되뇌었다. 대화 중 자신이 할 말만 생각하다가, 상대가 하고 싶은 말을 놓치는 걸 경계하기 위해서다. 누구에나 귀를 열고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였다.
차명석 단장은 "상사가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면, 직원들은 더 의욕적이고 능동적으로 변하게 마련이다. 사람은 좋아하는 일에서 어떤 결실을 보았을 때 성취감을 느낀다. 그건 돈 주고도 살 수 없다"라고 강조하며 "스스로 확증 편향에 빠져 있는지 생각해 보고, 남에게도 물어보길 바란다"라고 권유했다.
차명석 단장의 '소통 리더십'은 투수 코치 시절부터 정평이 났다. 3군 투수진을 총괄하던 시절, 그라운드나 불펜에선 깊은 대화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고, 선수와 식사하며 야구 외적인 이야기를 공유했다. 선수가 자발적으로 야구에 관해 물으면, 그제야 그동안 지켜보고 분석했던 내용들을 설명하고, 지향점에 대해 교감했다. 그러자 1군에서도 '차명석 스쿨'을 찾는 1군 투수들까지 생겼다.
2012년 1군 투수 코치를 맡은 그는 당시 '최강 마운드'를 구축하던 삼성 라이온즈를 넘어서겠다고 공언했다. LG는 이듬해(2013년) 팀 평균자책점 1위(3.72)에 올랐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도 진출했다.
차명석 단장은 당시 자신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점에 놀라는 선수들을 향해 "내가 널 사랑하잖아"라고 받아쳤다고 한다. 그 시절을 돌아본 그는 "그동안 내가 마음을 주고, 나를 믿는 50여 명 투수들이 있었다. 난 (팀 평균자책점 1위를 할) 자신 있었다"라며 웃었다.
그는 어느새 선수와 코치로 몸담은 LG에서 단장까지 됐다. 차명석 단장은 "취임 첫날부터 새긴 목표는 오직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었다. 그것만 생각하며 여기까지 왔다"라고 했다.
SMSA에 참석한 수강생들은 스포츠 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는 예비 리더들이다. 차명석 단장은 "'내가 틀릴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다른 이들의 말을 들으면, 여러분들도 LG 트윈스가 최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과정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