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겨울연가'부터 2014년 '별에서온 그대'까지 한국 드라마는 매년 아시아 시장을 뒤흔들었다. 우리가 'X파일'이나 '프리즌 브레이크'같은 미국 드라마에 큰 환호를 보냈던 상황과 비교할 수 없다. 같은 문화권이라는 장점을 안고, 안방극장을 장악하며 전세대에 파고 들었다. 드라마 판권은 회당 3억원이라는 최고가로 중국에 팔렸다. 주연 송중기는 수십억원의 게런티에도 움직이지 않는 대스타가 됐다. '태양의 후예'의 경제적 효과는 3조원 이상(금융위원회 추산)으로 추정된다. 중형차 6만여대를 수출할 만큼의 수익을 낸 것이다.
그 중심에 송중기와 더불어 한류 스타 송혜교(34)가 있었다. 이 드라마로 다시 한번 전성기를 열었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대중의 관심의 대상이 됐다. 같이 연기한 송중기와 '뉴욕 데이트'란 타이틀로 열애설에 휘말렸다. 전범기업이라는 이유로 일본의 자동차 기업 미쓰비시의 광고를 거절하자 '열사' 대접을 받았다. 드라마 방영 후 한차례 폭풍같은 일정을 소화한 송혜교를 만났다. 일반인은 상상도 힘든 일련의 사건을 겪었지만 얼굴엔 20년차 배우의 여유가 묻어났다. "드라마가 잘 끝나 요즘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면서 송중기와의 열애설, 전범기업 광고 거절 등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냈다. 드라마 성공의 가장 큰 공은 '유대위' 송중기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16부작 드라마를 초반부터 흔들림없이 지킨건 연륜의 송혜교가 아니었을까. 서른다섯의 나이에도 여전히 싱그러운 그녀와 여유로운 인터뷰를 진행했다.
-'태양의 후예'를 끝낸 소감은. "드라마가 잘 끝나서 요즘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 마지막 방송은 사무실 식구들과 함께 봤다. 촬영 당시를 추억하면서 와인 한 잔을 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송중기가 한류 스타에 등극했다. "중기 씨가 이번에 많은 여성 팬이 생겼다. 축하할 일이다. 처음에 대본을 보면서 남자 주인공이 잘해줘야 드라마가 성공하겠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중기 씨가 그 어려운 걸 매력 있게 잘 소화했다. 같이 연기하는 내가 설렐 정도의 연기였기에 이렇게 좋은 반응이 이끌어낸 것 같다."
-송중기와 연기하면서 설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었나. "매주 시청자의 마음으로 시청했다. 강모연에 빙의돼 드라마를 봤다. '고백할까요? 사과할까요?'라는 대사가 등장하는 신이 있었는데 떨림을 느꼈다. 특별하게 기억되는 장면이다."
-홍콩 프로모션을 다녀온 소감은. "방송할 때는 인기를 기사로만 접했다. 그런데 실제로 가보니 인기가 어마어마했다. 특히 중기 씨의 인기가 장난이 아니더라. 홍콩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오빠', '오빠'하는 것을 오랜만에 봤다. 엄마의 마음이라고 해야 하나. 나와 함께한 배우가 한류 스타가 된 것을 보니 뿌듯했다. '이게 꿈일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사랑받아서 감사했다."
-실제 호흡을 맞춰본 송중기는 어떤 사람이었나. "매너가 좋다. 바쁘게 촬영을 하다 보면 짜증 나는 순간도 있는데 중기 씨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똑같았다. 스태프 하나하나까지 챙기는 모습이 예뻐 보였다. 요즘 보기 드문 배우라고 생각했다. 처음과 끝이 같았고 뭐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유시진과 실제로 사귈 수 있을 것 같나. "유시진 같은 남자는 무서울 것 같다. 사랑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게끔 내게 믿음을 줘야 할 것 같다."
-극 후반부에서 전개가 빨라지고 개연성이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전제작이라 1회부터 16회까지 대본을 보고 연기했다. 연기하는 동안 스토리가 빨리 전개된다거나 말도 안 된다고 느끼지 못했다. 방송이 된 후에 마음에 들어하는 분들이 있는 반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들도 계시더라. 개인적으로는 드라마 결말이 마음에 든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것 같다. 드라마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고 환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에 만족한다."
-사전제작이라 어려웠던 점은. "사전제작이라 촬영이 회차별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들쑥날쑥 왔다 갔다 하면서 촬영이 진행됐다. 그래서 감정에 몰입하는 것이 어려웠다. 감정 연기만 생각한다면 생방송 촬영이 낫다고 생각했지만 사전제작이라 편하게 촬영했다."
- 메이킹 영상 같은 것을 보면 웃음이 많더라. "웃음이 많고 한 번 웃음이 터지면 계속 생각이 나는 스타일이다. 이상한 거에 잘 꽂히는 것 같다. 고쳐야 할 것 같다. 근데 중기 씨도 나와 비슷했다. 한 번 웃음이 터지면 그치지 않아서 촬영을 잠시 멈춰야 했다."
- 오글거리는 대사는 없었나. "여자여서 그런지 그렇게 많이 오글거린다고 생각 안 했는데 딱 하나 있었다. '미인형, 인형, 당신의 이상형' 이 대사를 연기할 때는 정말 죽겠더라. 20대였으면 당당하게 했을 것 같은데 이 나이에 잘못 했다가는 부담스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감정신보다 더 고민했던 것 같다."
-'태양의 후예'에 출연한 배우들이 다 잘 됐다. "진구 오빠가 신난 것 같아 보기 좋았다. SNS를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나 싶었다.(웃음) (김)지원이도 좋은 일이 많더라. 옆에서 언니로서 보고 있으면 너무 기분이 좋다. 정말 착한 친구다. 앞으로 더 잘 됐으면 좋겠다. 중기 씨는 이미 너무 잘 됐기 때문에 본인이 알아서 잘 할 것 같다. 한 배를 탄 배우들이 다 잘 돼서 기쁘다."
-'태양의 후예'는 개인적으로 어떤 작품이었나. "내게 기회를 준 작품이다. 그 어느 때보다 감사한 작품이었는데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이 작품이 또 다른 기회를 준 작품이라 너무나 감사하다. 그 외에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예전처럼 똑같이 대본을 보고 마음에 들고 뜻이 있는 작품이면 지금처럼 해왔던 것처럼 할 것이다.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해서 방향을 바꾸는 건 없는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것은. "이번 드라마로 '사람'을 얻은 것 같다. 친구가 많이 생겼다. 의료팀 (이)승준 오빠, (서)정연 언니, 온유, 알파팀 진구 오빠, 지원이, 중기 씨까지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 어떻게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났나 싶을 정도로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태양의 후예'에 감사드린다."
-전범기업이라는 이유로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의 중국 광고 모델 제안을 거절한 것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광고 거절 건은 어떻게 기사화가 됐는지 모르겠다. 기사가 넘쳐나서 놀랐다. 그 기사 내용이 전부다. 나 말고 다른 분이 그런 제의를 받았어도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경덕 교수와 역사 관련 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 박물관에서 우리말 설명은 없는 것을 보고, 서경덕 교수님을 알게 됐다. 이후 함께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아직 모르는 것이 많고, 배워야 한다. 주변의 어른들과 서경덕 교수님에게 역사에 대해서도 설명도 듣고, 물어보고 있다. 배우면서 돕는 중이다. 앞으로도 계속 활동하고 싶다."
-인간 송혜교로 산다는 것은. "어렸을 때는 친구가 너무 많았다.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적어졌다. 다른 사람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 연예인이고 배우란 것만 다르지 내 또래 여자분들과 똑같은 것 같다."
- 실제 성격은 어떤가. "새침데기로 보고 내숭 떨 것 같다고 하는데 솔직히 남성적인 성격에 가깝다. 그래서 여성 팬들이 더 많은 것 같다. 털털하고 가끔은 말도 선머슴처럼 한다."
- 여배우로서 듣고 싶은 말은. "'연기가 더 나아졌네', '깊어졌네'라는 말을 들으면 만족하는 것 같다. 전보다 퇴보만 하지 않으면 되는 것 같다. 다양한 장르에서 전작보다 더 많은 표정을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여배우가 맡을 수 있는 캐릭터가 한정적이라 좀 아쉽다. 남자 배우들처럼 여자 배우들도 다양하게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 결혼 계획은. "결혼을 생각할 나이가 됐다. 그런데 생각이 계속 바뀐다. 해야지 하다가도 귀찮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하긴 해야 할 것 같다.(웃음)"
-송중기와 뉴욕에서 만나 열애설이 불거졌다. "뉴욕에서 친한 분들을 많이 만난다. 특히 뉴욕 소호 같은 거리를 가다 보면 우연치 않게 사람을 많이 만난다. 그때가 또 패션위크 때였기 때문에 중기 씨 말고도 많은 친구들을 만났다. 거기까지 왔고 6개월이나 작품을 같이 한 친구인데 '열애설이 날 것 같으니까 한국에서 보자' 이런 것도 웃긴 상황이 아닌가.(웃음) 커플 팔찌? 그게 열애설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중기 씨는 팔찌가 많은 것 같은데 난 머리 고무줄이었다. 근데 어느샌가 팔찌가 됐더라. 말 그대로 해프닝이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드라마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이번에 주신 사랑을 오래오래 기억하겠다. 노력해서 다음 작품에 더 멋진 모습으로 여러분께 인사드리겠다. 사람으로서도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