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고 장국영 추모 13주기를 맞아 영화 '성월동화'가 다시 개봉하고,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도 다시 관객들을 만났다. 이번 달엔 '냉정과 열정사이'와 '인생은 아름다워', '비포 선 라이즈'가 각각 13년, 17년, 20년 만에 재개봉했다. 반응은 뜨겁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주말 사흘간 박스오피스 상위권 내에 재개봉 영화 2편이 안착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주말 동안에만 2만8390명의 관객을 동원해 주말박스오피스 8위를 차지했다. '냉정과 열정사이'는 주말관객 1만 5925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경우 재개봉 9일 만에 5만 명을 돌파,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재개봉 영화 관람 열풍에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실정이다. 재개봉 영화엔 극명한 명암이 존재한다.
명작을 다시 본다는 점은 재개봉 영화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재개봉한 영화 대부분이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작품이다. 현재 상영 중인 '인생은 아름다워'의 경우, 1999년 '제71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로베르토 베니니)을 비롯해 외국어영화상과 음악상, '제51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휩쓸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냉정과 열정 사이'와 '비포 선 라이즈'도 걸작으로 꼽힌다. 이런 명작들을 처음 개봉했을 때 보다 훨씬 더 좋은 음향과 영상 효과를 갖춘 영화관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세대별 공감대도 형성할 수 있다. 영화를 접하지 않은 10대와 20대는 영화를 보고 감동에 젖었던 30대 이상 세대들과 추억 및 감성을 공유할 수 있다. 재개봉 영화가 또 다른 세대간의 벽을 허무는 매개체가 되는 셈이다.
반면 재개봉 열풍에 우려의 시선도 있다. 작은 영화에겐 재개봉 영화의 열풍이 위협적이다. 상영관 수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재개봉 영화까지 스크린수를 확보하면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등 저예산 영화들이 설 자리가 더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대형 신작과의 대결도 버거운데 재개봉 영화까지 경쟁해야하니 작은 영화엔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비포 선 라이즈'나 '성월동화' 등의 영화는 재개봉 하면서 다양성 영화를 상영하는 스페셜관까지 확보하면서 개봉 시기가 비슷했던 다양성 영화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봤다.
재개봉 영화의 명암에 대해 영화 관계자들은 "절충하는 게 중요하다. 재개봉 열풍이 식진 않을 것 같기 때문"이라고 내다본다. 배급을 담당하는 영화 관계자는 "재개봉을 하는 게 사실 신작에 비해 위험부담이 적다. 또 과거 저작권과 판권을 가지고 있는 작품을 다시 선보이면 수익 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재개봉한 '이터널 선샤인'이다. 재개봉을 해서 판권구입가 대비 5배 이상인 1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며 "중소수입배급사에겐 재개봉 영화가 사실 생존 전략이라 당분간 이런 분위기는 이어질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새롭게 개봉하는 다양성 영화를 기회를 뺏지 않는 선에서 절충하는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