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강한 타자에게 주자가 있는 상황을 주기 위해, 그리고 출루와 장타에 고루 능한 타자를 1회부터 사용하기 위해서는 3번 자리가 제격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브라이스 하퍼, 디트로이트의 미겔 카브레라 등이 대표적인 3번 타자다.
그러나 2번 타순에 배치되는 가장 강한 타자도 있다. 조이 보토, 마이크 트라웃, 조시 도널슨, 앤드류 매커친 등이다.
강한 타자를 2번에 배치한 것은 20여 년 전인 스테로이드 시대에도 있었다. 시애틀 매리너스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앤드류 존스를 2번에 전진배치했다.
시애틀과 애틀랜타가 그들을 2번에 둔 이유는 파워뿐만 아니라 빠른 발도 겸비했기 때문이었다.
1998년 로드리게스는 호세 칸세코와 배리 본즈에 이어 메이저리그 3번째 40-40클럽(42홈런 46도루)에 가입했고, 존스는 1998~2000시즌까지 3년 연속 20홈런 20도루 시즌을 기록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2번 타자는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타자', 즉 1번 타자의 진루를 돕거나 감독의 작전을 잘 이해하는 타자로 받아 들여졌다. 왜 구단들은 기존의 정석을 무시하고 최고의 타자들을 2번에 배치하는 걸까.
세이버메트릭스의 대표서라 할 수 있는 톰 탱고의 은 2번 타순에 팀 내 최고 타자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팀 공격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이유다. 한시즌에 2번 타자는 3번 타자에 비해 16~18타석 정도 더 들어선다.
2번 타자가 가지는 타점 기회는 3번 타자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2014시즌 LA 에인절스는 가장 뛰어난 타자인 트라웃을 2번 타순에 배치했다. 트라웃은 시즌 타점왕과 MVP를 차지했고 팀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메이저리그의 극심한 투고타저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투수들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테이블세터의 출루 횟수가 절대적으로 줄어들었다. 2015시즌 메이저리그 평균 출루율은 0.317로 2009시즌 0.333에 비해 상당히 떨어졌다. 때문에 3번 타자들이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들어서는 경우가 이전보다 늘었다.
피츠버그의 클린트 허들 감독은 지난해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는 매커친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허들 감독은 매커친에게 2번 타순으로 들어설 것을 주문했고, 매커친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현재까지 피츠버그의 작전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중이다. 매커친은 시즌 초반 2할대 타율로 부진하다.
투고타저의 경향에 따라 장타 한 방이 주는 임팩트 또한 커졌다. 1번 타자가 출루했을 때 2번 타자가 단타가 아닌 장타를 때려준다면 보다 쉽게 득점에 성공할 수 있다. 지난해 1번 타자로 좋은 활약을 펼쳤던 매니 마차도는 올해 2번 타자로 활약하고 있는데, 마차도는 올시즌 초반임에도 2루타 8개와 홈런 6개 등 장타를 쉴새 없이 몰아치며 팀 득점에 기여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전통적인 관점을 고수할까, 아니면 새로운 흐름을 따라갈까.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2번은 작전수행능력이 좋은 타자'라는 관념은 투고타저였던 시기에 굳어졌다. 하지만 지금의 투고타저 시대에는 '2번은 최고 타자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메이저리그 여러 구단이 통계분석팀을 가동하고 있다.
반승주(비즈볼프로젝트)
Bizball Project
지속적인 스포츠 콘텐트 생산을 목표로 하는 젊은 스포츠 연구자들의 모임. 일간스포츠와는 2014년부터 협력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