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74)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선발 투수 보다 중간 계투진이 더 많이 던진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14차례의 퀵 후크가 일어났다. 그런데 승리를 위해 하는 퀵 후크 때, 승률은 크게 낮다.
한화는 4월30일까지 총 23경기를 치렀는데 절반이 넘는 14경기에서 퀵 후크가 발생했다. 퀵 후크가 최다 2위 kt(11회)보다 3차례 더 많았고, 가장 적은 두산(2회) 보단 12차례 더 많았다. kt는 젊은 토종 선발진이 많은 팀 특성이 있고, 두산은 리그에서 선발진이 가장 탄탄하다.
퀵 후크는 3실점 이하 선발 투수를 6회 이전에 교체하는 것을 말한다. 즉 사령탑의 승부수다. 이기겠다는 의도다.
그런데 한화가 퀵 후크를 한 경기에서 승리한 건 고작 3번이다. 나머지 11번은 모두 졌다. 과감한 승부수를 띄웠지만 허무한 결과가 더 많았다.
대다수 야구 관계자는 '투수 교체는 결과론이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한화의 퀵 후크는 대체로 실패였다.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한화로선 더 뼈아프다. 총 14차례의 퀵 후크 가운데 팀이 앞선 상황에서 4차례 진행됐다. 하지만 4번 모두 졌다. 또한 9번의 뒤진 상황에선 2번 이겼고, 7번 패했다. 1차례 동점 상황에서 진행한 퀵 후크는 승리로 연결됐다.
한화의 퀵 후크는 팀 선발 마운드 사정 탓도 있다. 한화는 개막 후 한 달 동안 선발승이 고작 두 차례 밖에 없다. 그것도 외국인 투수 마에스트리가 기록했다.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역시 2회에 그친다.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선수는 마에스트리와 송은범, 둘 밖에 없다. 선발 자원인 심수창과 이태양, 안영명은 최근 1군에 합류했다. 김재영과 김민우는 기대에 못 미쳤다.
또한 김성근 감독의 조급증도 퀵 후크의 원인이다. 29일 삼성전에서 선발 심수창이 0-0 동점인 4회 연속 안타로 무사 1, 2루에 놓이자 42개의 공을 던진 채 강판됐다. 호투하던 선발 투수가 일찍 강판되는 모습, 올 시즌 유독 한화에서 가장 자주 목격된다. 한 차례를 제외하곤 모두 2점차 이내에서 퀵 후크가 일어났다.
퀵 후크는 중간 계투진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한화의 선발 투수 이닝 소화는 겨우 81⅔이닝에 그친다. 10개팀 선발진 중 두 자릿 수 이닝을 소화 중인 팀은 한화 밖에 없다.
반면 구원진은 총 125⅓이닝을 소화했다. 10개팀 구원진 중 세 자릿 수 이닝을 소화한 팀은 역시 한화 밖에 없다. 선발진 보다 구원진이 더 많은 이닝을 던진 팀도 한화 밖에 없다.
우리 나이로 41세인 박정진은 세 경기 연투까지 했다. 28일 KIA전 23개, 29일 삼성전 29개, 30일 삼성전 14개의 공을 던졌다. 권혁 역시 사흘 동안 28개, 28개, 16개를 던졌다.
대부분의 계투진은 팀이 치른 경기의 절반이 넘게 출장했다. 권혁이 15경기에 나왔다. 박정진이 13경기, 송창식도 12경기 마운드에 올랐다.
흔히 정규시즌을 두고 장기레이스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퀵 후크는 2년 연속 불펜진에 부담을 가중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