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송된 MBC 새 주말극 ‘옥중화’가 큰 스케일과 아름다운 영상미, 여기에 신인 정다빈의 맹활약으로 시청자를 조선시대로 이끌었다.
이날 방송은 본격적인 스토리 전개에 앞서 '예열'을 하는데 주력했다. 조선시대 감옥, ‘전옥서’에서 태어난 정다빈(옥녀)은 기구한 운명속에서도 천재적인 총명함을 갖춘 소녀. 한번 본것은 외워버리고 마는 재주에 따듯한 마음씨까지 지닌 그가 악인 정준호(윤원형)를 비롯한 권력의 세계에 맞서 펼칠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기대하게 했다.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시청자들이 단 1회만으로 ‘옥중화’에 빠져들게 된 이유는 드라마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에 있다.
먼저 ‘옥’이 그랬다. 이병훈 감독은 작가의 극본과 배우들의 연기가 유감없이 빛날 수 있도록 흠잡을 데 없는 '멍석'을 깔았다.
극의 제목에도 포함될 만큼 중심이되는 장소인 전옥서는 장대한 스케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안과 밖으로 꼼꼼한 디테일이 돋보였다. 전옥서 전체를 잡은 화면은 감탄을 자아냈고, 나무와 꽃, 소품들이 잘 어우러져 몰입을 도왔다.
디자인 좋고 안감도 훌륭한 명품옷 처럼 든든한 세트이자 건축물. 하지만 이병훈 감독이 세트에서만 머무른것은 아니다. 그는 자연으로 눈을 돌려 바닷가와 돌섬, 들판과 대나무밭에 카메라를 비췄고, 그 그림은 하나같이 고풍스러웠다. ‘조선왕조 500년’부터 ‘허준’, ‘대장금’을 거치며 수도없이 동양화, 한국화를 그려온 장인의 솜씨가 유감없이 빛난 셈이다.
옥중에서 핀 꽃, ‘화’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맑고 총명한 눈을 가진 정다빈은 그저 아역 연기자라고 치부하기엔 성숙한 연기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전옥서를 뛰어다니며 총명함을 뽐내고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던 옥녀. 시청자들은 겨우 1회를 보았을 뿐인데도 어린 옥녀역에 정다빈이 ‘꼭 맞는’ 캐스팅이었다는 믿음마저 가질 법했다. 그는 감독이 그려놓은 그림위에서 은은하게, 때론 튼튼하게 꽃이 됐다.
드라마에서 1회가 차지하는 비중은 1회 이상이다. ‘옥중화’는 감독의 연출력과 주연배우, 오색 조연배우들의 연기력이 조화를 이루며 MBC의 55주년 특별기획다운 첫방을 드러냈다.
한편 '옥중화'는 조선 명조시대를 배경으로 조선의 자랑스러운 인권제도인 '외지부'(대송인, 조선시대의 변호사) 제도를 소개하고, 이의 활성화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옥녀의 고군분투기를 담는다. 매주 토·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박현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