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33·동아제약)이 제35회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세 살배기 아들 시원군이 어린이집에서 만들어 선물한 카네이션을 골프백에 달고 그 어느 때보다 감격스러운 우승을 차지했다. 박상현은 대회 마지막날 극적인 연장전 승부 끝에 짜릿한 시즌 첫 승을 올렸다.
그는 "아빠로서 '어버이날'에 우승해 더 기쁘다. 또 평소 부모님이 대회장에 잘 안 오시는데 오늘은 오셨다"며 "저는 경기 전에 부모님께 카네이션 대신 용돈을 드렸는데 (우승했으니) 특별 보너스를 더 드려야 할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8일 경기도 성남의 남서울 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전날 2타 차 공동 3위에 머물렀던 박상현은 이날 버디 6개, 보기 2개로 4타를 줄이는 뒷심을 발휘한 끝에 최종 합계 8언더파로 이수민(23·CJ오쇼핑)과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돌입했다.
박상현은 18번홀(파4)에서 치러진 1차 연장전에서는 이수민과 나란히 파세이브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그러나 2차 연장전에서 파세이브에 성공해 보기를 한 이수민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 2억원.
일본프로골프투어(JGTO)를 병행하고 있는 박상현은 이로써 연장전 첫 승(4전1승3패)이자 2014년 10월 KJ CHOI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이후 1년7개월만에 개인 통산 5승째를 기록했다.
이날 승부는 정규 72홀이 끝나고서도 결정되지 않았다. 이수민이 1타 차 단독선두로 18번홀(파4)에 들어섰지만 티샷이 오른쪽 페어웨이를 벗어나 나무숲 근처로 떨어지면서 상황이 180도로 바뀌었다. 이수민은 결국 두 번째 샷을 페어웨이로 꺼내는 레이업 샷을 시도했고 3온 2퍼트로 보기를 적어냈다.
한 홀 앞서 경기를 했던 박상현도 이 홀에서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보기 위기에 몰렸지만 극적인 파세이브에 성공하며 8언더파로 경기를 끝내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 갔다.
두 선수는 남서울 골프장이 모두 '놀이터'같은 곳이다. 박상현은 지난 6년 동안 이 코스에서 연습을 하고 있고, 이수민은 2012년 이 골프장이 주최하는 허정구배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을 뿐만 아니라 이 대회에서 매경오픈 아마(추어) 베스트를 3차례나 차지했다. 그만큼 이 코스를 손바닥 보듯이 훤히 꿰고 있다.
하지만 '남서울의 여신'은 박상현의 손을 들어줬다. 단독선두로 출발한 이수민은 17번홀(파3) 프린지에서 우승에 쐐기를 박는 15m 버디를 낚으며 9언더파를 기록했다. 그러나 18번홀에서 티샷 실수가 나오면서 다 잡았던 우승컵을 놓쳤다.
승부의 마지막 키를 쥐었던 이수민은 2차 연장전 때는 아이언 샷을 실수했다. 두 번째이 열려 맞으면서 그린 밖으로 벗어났고 세 번째 어프로치 샷은 홀에 4m나 모자랐다. 2온에 성공한 박상현은 버디 퍼트를 실패했지만 홀 30cm에 볼을 붙였다. 결국 이수민는 보기를 했고, 박상현은 30cm의 챔피언 퍼트를 홀에 떨어뜨리며 환호했다.
박상현은 "항상 큰 상복이 없었다. 상금랭킹 2위였고, 대상포인트(올해의 선수)도 2위였다"며 "올해는 반드시 상금왕도 대상포인트 1위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