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더비' 축구사 길이 남을 성공. feat. 몸싸움, 설전, 김병오



 
아직은 '형님'이 한 수 위였다.

한국 프로축구 최초의 지역더비인 '수원더비'의 승자는 수원 삼성이었다. 수원이 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수원 FC와의 첫 맞대결에서 2-1로 승리했다. 이번 수원더비는 여러모로 수원에 부담이 되는 경기였다. 우승 컵을 수 차례 들어올린 '형님' 수원이 1부리그에 막 승격한 '막둥이' 수원 FC에 패할 경우 팀 안팎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전망이었다. 경기 전 만난 서정원(46) 수원 삼성 감독과 조덕제(51) 수원 FC 감독은 "아무래도 부담은 수원이 더 있을 것"이라는데 뜻을 같이했다.

'이기면 본전, 지면 망신'인 경기. '형님'은 늠름했다. 수원은 전반부터 '막공(막을 수 없는 공격)'의 팀 수원 FC를 압박하며 노련미와 전통의 명가 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수원 FC는 비록 패했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기로 팬들의 기대를 충족했다.  

이날 경기로 최근 9위까지 떨어졌던 수원은 극적인 수원더비의 승리로 6위(2승6무2패, 승점 12점)로 올라섰다. 수원 FC는 그대로 10위(1승5무4패, 승점 8점)를 유지했다.
 
 

◇'설전·경고'팽팽한 신경전
 
역사적인 수원더비는 양 팀 팬과 수원시민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치러졌다.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수원종합운동장을 찾은 수원 팬들은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응원가를 부르며 조직된 서포터즈의 힘을 과시했다. 수원만큼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수원 FC의 서포터즈 '리얼크루' 역시 뒤지지 않는 응원전을 벌였다.

흥행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홈 팀 가변 스탠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좌석이 꽉 찼고, 경기 내내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 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수원더비의 총 관중수는 1만1866명이었다. 수원종합운동장의 만석 기준은 1만2000석 가량이다. 수원 FC 관계자는 "3월19일 성남 FC와의 경기 이후 가장 많은 관중이 들었다"고 전했다. 귀빈도 자리를 빛냈다. 염태영(56) 수원 FC 구단주 겸 수원 시장은 경기 내내 그라운드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허정무(61)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 역시 축구인의 축제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큰 경기는 어떤식으로든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서 감독은 "선수들도 안팎의 분위기를 안다. 막상 운동장에 나가면 (압박감 등이) 올라올 수 있다"고 우려한 이유다. 걱정했던 일이 벌어졌다. 양 팀 선수들은 전반 38분 설전을 벌여 아쉬움을 남겼다. 수원 FC 김한원이 수원의 이상현원과 공을 다투고 수비하는 과정에서 몸을 거칠게 밀쳤고, 말 다툼으로 이어졌다. 양 팀 선수들이 몰려들어 싸움을 말리면서 더 크게 발전하지 않았지만, 석가탄신일을 맞아 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보여주지 말아야 할 장면이었다. 시종 몸 싸움이 치열했다. 김한원은 후반 13분 이상원의 공을 뺏는 과정에서 깊에 파고드는 파울로 경고를 받았다.

수원 FC의 외국인 수비수 레이어는 전반 41분 코너킥이 날아오자 헤딩슛을 하려는 듯 점프했다. 그러나 공의 거리가 미치지 못했고, 그는 왼 주먹을 뻗어 공을 밀어 넣었다. 심판은 레이어에게 옐로우 카드를 내밀었다. 이천수 JTBC3 FOX Sports 해설위원은 "외국인 선수들도 중요한 경기의 분위기를 알고 있을 것이다. 만약 골로 인정됐다면 또 다른 '신의 손'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역사적 더비승자는 수원

수원더비 첫 선제골의 주인공은 수원의 외국인 산토스였다. 산토스는 전반 26분 김건희의 땅볼 크로스를 받아 슈팅으로 연결해 홈팀의 골망을 흔들었다. K리그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답게 허전한 뒷공간을 간파했다. 축구사에 남을 공식 첫골이 '형님' 수원에서 터지자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이날 전 만난 조 감독은 "초반 10분은 공격적으로 밀어부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경기 시작 후 첫 20분 동안 수원 FC의 슈팅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수원이 같은 시간 동안 6차례 슈팅을 날려 1차례 유효슈팅으로 인정받는 등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문제는 추가골. 수원은 1-0으로 앞선 상황에 번번히 득점 찬스를 날리며 고전했다. 수원 FC가 후반 들어서 공격에 고삐를 조이면서, 수원이 수세에 몰리는 장면도 여럿 볼 수 있었다. 전반전이 끝난 뒤 추가골이 나오지 않는 것을 아쉬워했던 서 감독은 경기 뒤 "우리 팀이 상대보다 더 많은 경험을 했는데, 오늘은 추가 득점 상황에서 실수가 많이 나왔다. 큰 경기라 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탈이 났다. 1점 차 리드를 지키던 수원은 후반 26분 수원 FC의 김병오에게 1-1 동점골을 허용했다. 김병오는 압도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돌파했고, 왼발로 정확한 골을 만들어 냈다. 이천수 해설위원은 "패스, 슈팅, 리바운드, 집념까지 축구의 4박자를 모두 갖춘 장면이었다"고 극찬했다. 수원은 오군지미, 가빌란, 레이어 등이 쉴새 없이 슛을 날리는 등 후반 공세를 퍼부었다.

승리의 여신은 형님의 편이었다. 수원의 염기훈은 후반 38분 코너킥 상황에 키커로 나서 슛을 날렸다. 이 공은 박스 인근에 있던 수원 FC의 어깨 부위를 슬쩍 맞은 채 골망을 흔들었다. K리그 클래식 공식 기록은 자책골이 아닌 염기훈의 득점으로 확인 됐다. 수원은 주장의 결승골로 2-1 승리를 마무리 지었다. 서 감독은 "어렵게 이겼다. 수원 FC는 언제는 득점을 할 수 있는 팀이다"며 "그러나 동점이 된 이후에도 왠지 질 것 같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패장이 된 조 감독은 "전반전에는 선수들의 몸이 경직돼 있었다.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지 못해 팬들께 죄송하다. 2라운드부터는 훈련법을 달리해 더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수원=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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