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면세점이 오는 18일 오픈을 앞두고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같은 날 경쟁사인 신세계면세점과 개점이 겹친 상황에서 면세점의 성공 열쇠로 불리는 명품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가 올연말 서울 시내 면세점 4곳을 추가하기로 결정하면서, 개장도 하기 전부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신세가 됐다.
하필 같은 날에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오는 18일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9개층에 두타면세점 문을 연다.
두산은 박용만 전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을 두산의 면세점 전략담당 전무로 영입하는 등 면세점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또 핫핑크 색상을 활용한 쇼핑백과 두타광장의 투명바닥 등을 선보이는 등 핵심 쇼핑층인 여성 관광객 공략을 위한 준비도 마친 상태다.
전속모델로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인지도가 높아진 배우 송중기를 발탁했다.
하지만 시작 전부터 생각지도 못한 장애물을 만났다. 하필이면 같은 날 경쟁사인 신세계면세점과 오픈 일이 겹쳤다. 업계에서는 중국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명동에 신규 면세점이 새로 들어서는 만큼 두산보다는 신세계 쪽에 이목이 더 쏠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두산 측은 자칫 시작부터 첫 단추를 잘못 꿰는 듯한 모습을 보일 수 있어 우려하는 눈치다.
결국 두산은 대대적인 오픈 행사를 기획 중인 신세계와 달리 별도의 행사 없는 조용한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관계자는 "화려한 축하행사보다는 조용한 오픈을 기획 중"이라며 "향후 실적이 조금씩 나아지면 연말에 그랜드오픈 행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품 유치도 깜깜 무소식
두산면세점은 다른 신규 면세점들과 달리 '명품유치'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에르메스와 샤넬, 루이비통 등 3대 명품 가운데 아직 한 곳도 입점을 확정하지 못했다.
이들 3대 명품은 면세점 1년 매출에서 10~2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명품 유치가 면세사업의 성패를 사실상 가름한다는 말이 업계에서 나올 정도다.
두산은 루이비통의 입점의향서를 확보했다고 밝혔으나 실제 입점이 성사될지는 불확실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반면 앞서 문을 연 문을 연 HDC신라면세점은 합작회사인 호텔신라의 이부진 사장을 앞세워 루이비통을 입점시키는 데 성공했다. 루이비통·디올·펜디·불가리 등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20여개 브랜드를 올해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같은 날 문을 여는 신세계 역시 올 가을·겨울시즌을 목표로 루이비통과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이 신세계와 달리 명품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칫 '오너 3,4세'간의 자존심 경쟁에서 두타면세점을 총괄하는 박서원 두산 전무가 정유경 신세계 사장에 뒤쳐지는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명품 회사들은 국가별로 매장 수를 제한하고 있는데 신규 면세점이 많아질수록 몸값도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명품 유치 경쟁에서 풍부한 유통업 경험을 갖고 있는 기존 업체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해 두산은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면세점이 또 생겨?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 역시 두산면세점을 힘들게 하고 있다.
관세청은 당초 계획과 달리 국내 관광서비스산업 활성화와 신규 투자·고용을 촉진한다는 명목하에 올연말 서울 시내에 면세점 4곳을 추가 설치키로 했다.
현재 서울 시내 면세점 9개였다는 점, 특히 지난해 7월과 11월 특허 추가 이전까지만 해도 서울 시내에 6개의 면세점이 운영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급격하게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지난해 새롭게 사업권을 획득한 두산면세점은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사업권을 잃은 롯데와 SK가 부활하게 될 경우 사업 노하우를 갖춘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시장 안착 자체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두산은 시내면세점 특허전에 뛰어들면서 면세점이 들어서면 향후 5년 간 동대문 지역에 1300만명 규모의 관광객이 신규 유치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5000억원을 잡았다. 그러나 시장 진출 때부터 잇따른 악재를 만나면서 이같은 전망은 무위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두산면세점 관계자는 "추가 면세점이 생기면서 경쟁이 심화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다른 신규 면세점들도 마찬가지"라며 "18일 오픈을 앞두고 있는 만큼 우선 우리 쪽 사업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