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를 대표하는 명장들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놓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인다.
위르겐 클롭(48) 리버풀(잉글랜드) 감독과 스페인 명문 세비야를 이끄는 우나이 에메리(45)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이 둘은 19일(한국시간) 스위스 바젤에 위치한 장크트 야코프 경기장에서 열리는 2015~2016시즌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충돌한다.
'공격자'와 '일중독자'는 각각 클롭 감독과 에메리 감독의 별명이다. 별명에서 드러나듯 두 사령탑의 성향은 확연히 다르다. 클롭 감독은 골이 터지면 벤치를 박차고 나와 열정적인 세리머니를 펼친다. 선수들과 뒤엉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다 안경이 망가진 적도 있다.
그와 달리 에메리 감독은 냉철하다. 그는 경기 전 선수들에게 상대팀 영상 자료를 오랫동안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발렌시아(스페인)에서 에메리 감독과 함께 했던 호아킨 산체스(35)는 "영상을 너무 많이 봐서 먹고 있던 팝콘이 모자랄 정도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양 팀 감독의 '출사표' 내용에도 차이가 있다. UEFA는 1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두 감독에게 결승을 앞둔 소감을 물었다. 클롭 감독은 "매우 흥분된다. 가장 중요한 건 결승전을 즐기는 것"이라며 유쾌한 모습을 자랑했다. 반면 에메리 감독은 "축구는 전쟁이다. 상대보다 잘해야 웃을 수 있다"는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두 구단의 팀컬러도 감독의 성향을 빼닮았다.
리버풀은 평균 연령 25.5세인 젊은 선수단의 패기를 앞세워 결승에 올랐다. 이들은 16강부터 준결승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도르트문트(독일), 비야레알(스페인) 등 각국을 대표하는 거함들을 물리쳤다. 리버풀 지역 일간지 리버풀에코는 17일 "클롭 감독의 열정이 리버풀을 결승으로 이끌었다"고 평했다.
세비야의 무기는 경험이다. 이들은 '유로파리그 DNA'를 보유하고 있다. 세비야는 2014년과 2015년 2시즌 연속 유로파리그 최정상에 올랐다. 선수단은 에메리 감독과 함께 역사상 첫 유로파리그 3연패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각오다. 호세 카스트로 세비야 회장은 17일 스페인 스포츠전문지 AS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단 모두의 심장이 두근거리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있다"며 우승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흥미로운 기록도 있다. 리버풀과 세비야는 유로파리그에서 각각 3번(1973·1976·2001년)과 4번(2006·2007·2014·2015년) 결승에 올라 모두 우승했다. 둘 중 한 팀은 결승전 승률 100%의 영광을 내려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