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도 시원하게 털어낸다. 성적 부진으로 2군에 다녀와도 위축되지 않는다. kt 마운드의 미래 엄상백(20) 얘기다. 자신에겐 그토록 넘기기 어려운 '5회 징크스'도 "이겨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인다.
덕수고 출신 우완 사이드암 투수 엄상백은 2015년 1차 신인지명으로 kt에 입단한 기대주다. 140㎞ 중반 빠른 공,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주로 구사한다. 지난해는 28경기(22선발)에 등판해 5승 6패 평균자책점 6.66을 기록했다. 순수 신인 최다 선발승을 기록했다. 시즌 전 자신이 목표로 세운 8승엔 못 미쳤다. 기복도 있었다. 하지만 충분히 인상적인 데뷔 시즌을 보내며 2016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올 시즌은 고전 중이다. 6경기에 나서 2패·평균자책점 5.16을 기록했다. 아직 시즌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3⅔이닝 6실점을 내준 4월 28일 롯데전을 제외하면 크게 무너진 경기도 없다. 이유는 유독 5회에 흔들리며 강판됐기 때문이다. 올 시즌 한 번도 6회를 밟지 못했다. 14일 넥센전은 5회 들어 볼넷과 안타를 연속으로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21일 두산전에도 연속 3안타를 맞았다. 두 경기 모두 팀이 앞서고 있었다. 아웃카운트 2-3개가 모자라 승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조범현 kt 감독이 직접 엄상백을 불러 조언을 저했다. "승리 투수가 되는 것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라"고. 사령탑은 아직 승수를 올리지 못한 어린 투수가 조바심이 생겼다고 봤다. 그저 '기 살리기'가 아니다. 실제로 조 감독은 엄상백과 주권, 팀의 젊은 선발 투수에 대해 ""4이닝만 막아내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이다. 선발 투수는 많은 경험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단계적으로 경험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전한 바 있다.
엄상백은 kt가 10년을 내다보고 키우는 투수다. 코칭 스태프도 당장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난 2일 2군으로 내려 제 공을 던질 수 있도록 유도했다. 당시 조 감독은 투구폼과 너무 깔끔하고 정직하다"고 꼬집었다. 2군에서 이 부분을 개선하고 돌아오도록 지시했다.
엄상백은 2군행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한숨을 돌리며 원래 폼을 되찾는 계기가 됐다. 엄상백은 "솔직히 6실점을 내준 롯데전에서는 내가 봐도 못 던졌다. 얌전하게 던지려 했다고 할까. 2군에서 리듬을 타면서 왼 다리를 높게 올리고 공을 던지려 했다. 지저분하게 던지려 한다. 변화는 아니다. 그저 많이 던지면서 롯데전 이전의 모습을 찾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역동적인 투구폼을 유지해 공에 체중을 실어 던지겠다는 의지다.
5회 부진은 신경이 쓰인다. 그는 "항상 지고 있으면 마음이 편할 텐데 이기고 있을 때 항상 그런다. 잘하려고해도 잘 안되더라. 나도 모르게 부담감이 생긴 것 같다"고 털어놧다. 사령탑과 동료들의 조언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현재 엄상백이 갖고 있는 유일한 고민.
하지만 조바심은 없다. 한 경기 나갈 때마다 다른 마음가짐이 생길 수 있다고 믿었다. 엄상백은 "나는 아직 2년 차다. 경험할 게 많다. 마음은 이전보다 비우려고 노력한다. 경기에 나서고 다시 그 상황을 맞이하며 배워나갈 것이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