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철 감독(IBK기업은행)이 이끄는 여자배구 대표팀은 14~22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배구 세계예선전을 마쳤다. 한국을 포함한 8개국이 참가한 이번 세계 예선은 아시아 국가(한국·일본·카자흐스탄·태국) 중 1위를 차지하거나 아시아 1위를 제외한 상위 3위에 들어야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다. 7경기에서 4승3패, 승점 13을 기록한 한국은 최소 4위를 확보하면서 올림픽 진출에 성공했다.
출발은 불안했다. 한국은 지난 14일 이탈리아와 가진 예선 첫 경기에서 높이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태극낭자의 저력은 대단했다. 네덜란드를 꺾으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대표팀은 숙적 일본을 제압하며 상승세를 탔다. 카자흐스탄과 페루까지 잇따라 격파하며 올림픽 진출의 마지노선 '4승' 달성에 성공했다. 대표팀은 한국은 지난 21일 태국에게 세트스코어 2-3으로 패했지만, 두 세트를 따내면서 최소 4위를 확보해 올림픽 진출권을 따냈다.
22일 도미니카공화국을 꺾으면 아시아 1위를 차지할 수 있지만, 목표를 달성한 만큼 무리하지 않았다. 이정철 감독은 경기 출장이 적은 선수들 위주로 전력을 꾸렸다. 도미니카공화국에게 0-3으로 패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둔 선수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구자준 배구연맹 총재는 예선 마지막 경기를 찾아 올림픽 진출을 축하하며, 포상금 1억원을 전달했다.
리우행 티켓을 따낸 여자배구 대표팀의 다음 목표는 올림픽 메달이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의 영광을 재현한다. 여자배구는 몬트리올 올림픽 3~4위전에서 헝가리를 3-1로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구기 종목 올림픽 최초의 메달이며, 1916년 한국에 배구가 도입된 지 60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런던의 '한'을 푼다. 대표팀은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준결승에서 미국에게 패했고, 3~4위 동메달결정전에서 일본에게 무릎을 꿇어 메달에 실패했다.
여자배구는 올림픽 구기종목에서 가장 유력한 메달 후보로 꼽힌다. 세계 최정상 공격수라는 평가를 받는 김연경(페네르바체)이 건재하다. 국내파 양효진(현대건설)과 이효희(도로공사)·김희진·박정아(이상 IBK기업은행)은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여기에 이재영(흥국생명)과 강소휘(GS칼텍스) 등 어린 선수들의 상승세가 무섭다. 양효진은 "4년 전에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올해는 꼭 메달을 걸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정철 감독은 "올림픽 진출에 성공해 기쁘다"며 "런던 올림픽에서 김연경의 점유율이 높았다. 리우에서는 김희진과 박정아, 양효진을 활용해 상대를 교란해야 할 것 같다. 런던올림픽 경험이 있는 주축 선수들의 더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