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작품상 부문에는 '시그널' '태양의 후예' '응답하라 1988' '육룡이 나르샤' 등이 경쟁하고 있다. 지상파와 비자상파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극과 현대극, 타임슬립 등 장르도 다양하다.
예능상도 치열하다. 한 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준 MBC '복면가왕' '마이 리틀 텔레비전' JTBC '냉장고를 부탁해'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쏟아지는 가요 예능 속 '복면' 하나 쓴 단순한 차별화로 동시간대 1위는 물론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도 쌍방 소통이라는 신선한 포맷으로 킬러 콘텐츠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제52회 백상예술대상은 6월 3일 오후 8시 30분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개최된다. JTBC PLUS 일간스포츠가 주최하며 조인스 문화사업 부문이 주관한다. JTBC·JTBC2로 생방송되며 중국 아이치이서 동시 동영상 생중계한다. 스타센추리·르노 삼성이 협찬한다.
◇ 무전치고 여섯용도 날고
올해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드라마 작품상의 특징은 다양성이다. 50부 대작 '육룡이 나르샤'는 사극과 픽션을 합쳤다. 고려를 끝장내기 위해 몸을 일으킨 여섯 인물의 화끈한 성공스토리. 실제 역사 속 인물과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새롭게 그려낸 캐릭터도 있었다. 50회 내내 평균 시청률 10% 이상을 유지하며 인기를 유지했다. 유아인은 남자 최우수연기상, 변요한은 남자 신인연기상 후보에 올랐다.
상큼발랄 로맨틱 코미디도 있다. 황정음의 망가진 연기가 돋보였던 '그녀는 예뻤다'는 '드라마 왕국'으로 불리는 MBC의 체면을 살렸다. 황정음은 극 초반 새빨간 얼굴에 주근깨, 동물의 털을 연상시키는 헤어스타일까지 과감히 무너졌다. 만화를 연상케 하는 명랑한 스토리와 현실과는 다른 여자들의 우정까지 2030을 타깃으로 한 로맨스물로는 지난해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그 어려운 걸 해냅니다'라는 극중 대사처럼 '태양의 후예'는 '제빵왕 김탁구' 이후 KBS 드라마국 주중 미니시리즈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종영 시청률은 38.8%. 한국은 물론 중화권 전체의 신드롬을 일으키며 꺼져가던 한류 불씨를 다시 지폈다. 송중기는 전역과 동시에 '아시아의 남자'로 거듭났고 주춤했던 송혜교도 건재함을 과시했다.
'시그널'은 장르물의 1인자로 불리는 김은희 작가의 숨막히는 대본과 ''성균관 스캔들' '미생'을 만든 김원석의 자로 잰 듯 정확한 연출력으로 방송 8주 내내 '시그널 앓이'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영화계에서 올해는 '시그널'로 입지를 다진 조진웅과 김혜수의 신들린 연기력까지 어우러졌다. 종영부터 지금까지 '시즌2'를 열광하는 사람들은 여전하다.
'응답하라 1988'은 두 번의 성공으로 기세가 꺾일 만도 했지만 보란듯이 성공했다. 전작보다 더 가족을 비중있게 다룬 홈드라마로 감동과 웃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응답하라'의 클리셰인 남편 찾기도 있었고 그 덕분에 류준열과 박보검을 외치는 뭇 여성들의 소리만 높아갔다. 늘 그랬든 미쳐 몰랐던 배우들의 재발견도 두드러졌다.
◇ 복면쓰고 냉장고도 열고
설 파일럿으로 시작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 '복면가왕'은 모두 자리잡았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다섯명의 스타들이 나와 실시간으로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특기를 알린다. 간단히 뚝딱 해낼 수 있는 요리 레시피를 알려준 백종원·종이접기 추억으로 타임머신을 소환한 김영만·'꿀노잼'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하연수와 모르모트 PD·기미 작가까지 다양한 스타를 배출했다·
누구인지 알지만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그 이름, '복면가왕'에서 가왕이 된 사람이다. 모두가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가 김연우임을 알았지만 티내지 않았다. 백청강과 업텐션 선율은 여자보다 더 여자같은 미성으로 시청자들을 패닉에 빠뜨린 인물. 매주 짜릿한 반전이 포인트다. '복면가왕' 이후 비슷한 포맷의 음악 예능이 우후죽순 생겨나지만 원조를 따라가긴 힘들어 보인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포맷의 지겨움이 없는 '롱런' 예능이다. 매주 새로운 게스트들의 냉장고를 열어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숨막히도록 정돈된 션의 냉장고나 곰팡이가 펴 썩어 문드러진 음식물이 들어있는 인피니트 성규의 냉장고. 또 눈 앞에서 15분만에 뚝딱 해내는 셰프들의 마법의 요리도 볼거리다. 실력 좋은 셰프들고 프로그램 덕을 보며 CF를 찍는 등 활동 영역을 넓혔다.
'공감' 키워드를 꺼내든 '동상이몽'은 뒤늦게 시청자들과 교감 중이다. 무슨 말을 해도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는 유재석과 가정사 얘기라면 누구보다 더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김구라, 귀찮은 듯 시크하지만 속 깊은 조언을 아끼지 않는 서장훈도 훌륭한 카운슬러다. 매주 나오는 다양한 사연의 일반인들과 만들어가는 공감 형성 프로그램이다. 어느덧 연기를 못 하는 배우에게 '발연기한다'가 아닌 '배우학교 입학해'라고 한다. 박신양과 연기 못 하는 연예인들이 꾸민 '배우학교' 때문이다.
이제는 '발연기하네'라는 말 대신 '배우학교 가야겠다'고 말한다. tvN '배우학교'는 발연기자들을 전면에 내세워 전혀 다른 포맷의 신선한 예능 프로그램이 됐다. 예능이라기 보다는 다큐에 가까운 진지한 구성이 신선함을 줬다. 예능서 보기 힘든 박신양이 선생님으로 출연 발성·액션·노래 등 다양한 수업을 통해 참 된 연기자로 발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