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고의 클럽팀을 가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9일(한국시간) 열린 올 시즌 결승은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크 마드리드(이상 스페인)가 맞붙은 '마드리드 더비'로 이뤄졌다. 그런데 축구 팬 사이에선 내년 결승도 지역 라이벌간의 대결로 진행될 것이라는 '두 명장 결투' 시나리오가 확산되고 있다.
'명장 중의 명장'이라고 불리는 주제 무리뉴(53·포르투갈) 감독을 영입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펩 과르디올라(45·스페인) 감독을 선임한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지난 28일 "무리뉴와 과르디올라는 공존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 같다"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온리 원'을 대체할 '스페셜 원'
맨유는 지난 27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무리뉴 감독이 2016~2017시즌부터 맨유의 지휘봉을 잡는다. 옵션을 포함해 2020년까지 3년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연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영국 언론은 무리뉴 감독이 연간 1200만 파운드(약 210억원) 정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루이스 판 할(55·네덜란드) 감독이 경질된 지 사흘만이다.
맨유 팬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무리뉴가 알렉스 퍼거슨(75·영국) 감독이 2013년 5월 맨유를 떠나며 시작된 부진의 늪에서 구해줄 지도자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퍼거슨은 맨유를 이끈 27년간 우승컵 38개를 들어올리며 '온리 원(Only one·유일한 존재)'이라고 불렸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공식으로 부임한 무리뉴. 사진출처= 맨체스터유나이티드 ]
그러나 그가 떠나자 맨유는 '동네 북'이 됐다. 맨유는 최근 세 시즌 동안 고작 FA컵(2015~2016시즌) 우승 1회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무리뉴는 맨유를 다시 정상에 올릴 사령탑이라는 평가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해 12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첼시(잉글랜드)에서 해임됐다. 하지만 이 한 번을 제외하면 그의 경력은 완벽에 가깝다.
무리뉴 감독은 포르투(포르투갈)와 첼시, 인터밀란(이탈리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등 유럽 빅리그 최고의 팀을 이끌며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2002~2003시즌 포르투·2009~2010시즌 인터 밀란)를 포함해 총 22회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제대로 된 프로 경력 없이 구단에서 스태프와 통역관을 거쳐 지도자로 입문해 이룬 기록이다. 팬들은 우승을 밥 먹듯 하는 그를 두고 '스페셜 원(Special one·특별한 존재)'이라 부르고 있다.
무리뉴는 벌써부터 특별한 존재감을 이어 가기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그 첫 걸음은 자신을 보좌할 코칭스태프 구성이다. 영국 일간지 미러는 30일 "무리뉴 감독이 리오 퍼디난드를 코치로 영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퍼디난드는 2002년부터 12년간 맨유에서 뛴 레전드 수비수다.
◇실패 모르는 남자, 英서도 목표는 우승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미 올 시즌 중반부터 맨시티 사령탑으로 내정됐다. 독일 언론은 지난 2월 "바이에른 뮌헨을 이끌고 있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다음 시즌부터는 맨시티 지휘봉을 잡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과르디올라 역시 무리뉴와 같은 3년 계약이다.
하지만 연봉에선 차이가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연봉은 2500만 유로(약 320억원)으로 알려졌다.
독일 일간지 빌트에 따르면 과르디올라 감독은 정상급 대우를 받는 사령탑 중 아직 한 번도 경질된 적 없는 유일한 감독이다. 지난 1990년대 바르셀로나의 주장이자 전설적인 미드필더 출신인 과르디올라는 친정팀에서 감독으로 입문한 뒤에도 성공가도만 달렸다. 그는 부임 첫 트레블(정규 리그·UEFA챔피언스리그·국왕컵 우승)을 달성했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29) 중심의 팀을 완성해 티키타카(패스 축구) 전술을 세계 축구의 흐름으로 만들었다. 2013년에는 독일 분데스리가로 무대를 옮겼다. 뮌헨을 맡은 과르디올라는 이번에도 신화를 썼다.
그는 올 시즌까지 사상 첫 리그 4연패를 이끌었다. 과르디올라는 감독이 되고 7년간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2008~2009·2010~2011시즌 이상 바르셀로나)를 포함해 총 18개의 우승컵을 수집했다. 스페인과 독일 리그를 접수한 그는 이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노리고 있다.
무리뉴와 과르디올라의 맞대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둘은 프리메라리가 사령탑 시절 레알 마드리드(무리뉴)와 바르셀로나(과르디올라)의 '엘 클라시코'를 진두 지휘했다. 과르디올라는 무리뉴가 레알 마드리드에 부임해 치른 첫 번째 더비에서 5-0 완승을 해 망신을 준 적이 있다.
'우승 제조기' 과르디올라는 다른 지도자들의 질투까지 유발한다.
과르디올라의 후임이자 뮌헨의 신임 감독 카를로스 안첼로티(57·이탈리아)는 "과르디올라가 아직 한 번도 경질의 아픔을 맛 보지 못한 이유는 젊은 감독이기 때문이다. 머지 않아 그도 해임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며 전임 감독의 성공을 시샘하기도 했다.
전장을 옮겨 재대결을 펼칠 두 사령탑의 대결. 이번에도 과르디올라가 웃을까. 명장들의 '라이벌전 2막'이 지금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