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활약 중인 강정호(29)는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 말린스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와 원정 경기에 4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안타 하나와 1타점을 기록했다. 0-0으로 맞선 1회 2사 2루 기회에서 선제 1타점 우전 안타를 때려냈다. 피츠버그는 7-0으로 승리해 강정호는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강정호가 착용한 유니폼과 모자는 평소와 달랐다. 모자에는 군복에 사용되는 얼룩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유니폼도 팀 로고와 선수 이름 부분이 얼룩무늬로 처리됐다.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는 같은 날 홈에서 샌디에이고를 맞아 8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폭발시켰다. 이대호도 강정호와 마찬가지로 얼룩무늬 모자와 유니폼을 착용했다. 피츠버그와 시애틀 뿐 아니라 모든 구단들이 이날 얼룩무늬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했다. 5월 마지막 주 월요일로 지정된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를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메이저리그는 메모리얼 데이 외에도 전 구단이 함께 하는 기념일이 여럿 있다. 3월 17일 성 패트릭 데이(St. Patrick's Day)를 비롯해, 4월 15일 재키 로빈슨 데이(Jackie Robinson Day), 5월 둘째 주 일요일 어머니의 날(Mother's Day), 6월 셋째 주 일요일 아버지의 날(Father's Day)을 함께 기념한다.
선수들은 성 패트릭 데이 경기에서 초록색 모자와 유니폼을 착용한다. 초록색은 아일랜드에 처음 그리스도교를 전파한 인물이자 아일랜드의 수호성인 성 패트릭을 상징한다. 4월 15일 모든 선수는 20세기 최초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의 백 넘버 42번을 달고 뛴다.
분홍색 카네이션을 선물하는 어머니의 날에 메이저리그 그라운드는 핑크빛으로 물든다. 선수들이 사용한 분홍색 장비는 경기 후 경매에 부쳐져 유방암 퇴치 사업에 쓰인다. 선수들은 자신의 어머니를 야구장에 초청하는 행사도 갖는다.
5월 마지막 주 월요일로 지정된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는 한국의 현충일과 비슷하다. 남북전쟁 당시 희생된 전사자들을 기리는 기념일로, 이날 모든 선수들은 밀리터리룩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한다. 경기 후 사용된 물품은 경매에서 팔리며, 대금은 미국 보훈청 등에 기부된다. 현역 또는 전역 군인들이 구장을 찾아 시구를 하는 등 여러 식전 행사를 갖는다.
한국의 국가 공휴일 가운데 프로야구 일정에 속한 기념일이 있다. 어린이날(5월 5일) 석가탄신일(5월 6일) 현충일(6월 6일) 광복절(8월 15일) 추석(음력 8월 15일) 개천절(10월 3일) 한글날(10월 9일)이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국가 공휴일에 달라지는 건 경기 시작 시간 뿐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주중이라도 휴일 경기 시간이 적용된다. 10개 구단이 함께 기념일의 뜻을 새기는 행사는 없다. 구단마다 이벤트를 여는 어린이날 정도가 예외다.
메이저리그처럼 현충일에 밀리터리 유니폼을 전 구단이 착용한다면 뜻깊은 일이 될 수 있다.
국가 공휴일은 아니지만, 어버이날도 기념할 만한 날이다. 선수가 팬 부모를 초청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케팅 요소로도 훌륭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프로야구가 한국 대표 스포츠인 만큼 전 국민이 함께 하는 기념일에 동참하는 것을 고려할 때가 됐다.
KBO 관계자는 "기념일과 관련해 10개 구단 통합 마케팅을 추진하려고 시도 중"이라며 "구단별 마케팅 계획이 세워져있기 때문에 조정이 쉽지 않다. 함께 기념일의 의미를 새기자는 의견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메이저리그는 하나의 업체가 30개 구단의 용품을 담당한다. 그러나 KBO리그는 구단별 용품 제작업체가 전부 다르다. 준비에 걸리는 시간이 훨씬 길다. 향후 구단 마케팅 부서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KBO리그 통합 마케팅은 어렵지만, 구단별 행사는 준비돼 있다.
롯데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2016시즌 새 밀리터리 유니폼을 출시했다. 선수단은 6월 5·28일 홈 경기에서 새로운 밀러터리 유니폼을 착용한다. 밀리터리 티셔츠, 밀리터리 모자도 함께 판매된다. 한화는 6월 10·25일 밀리터리 용품을 착용하고 현충일과 6·25 전쟁 희생자를 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