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박석민이 이적 후 첫 그랜드슬램으로 팀의 16-4 대승을 이끌었다. 9일 마산 넥센전에서 0-3으로 뒤진 1회 1사 만루서 승부를 일거에 뒤집는 역전 만루홈런을 작렬했다. 넥센 선발 박주현의 초구 직구(시속 142㎞)가 몸쪽으로 높게 들어오자 힘껏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0m. 263일 만에 터진 개인 통산 3번째 그랜드슬램이었다. 한꺼번에 9점을 뽑아낸 '빅 이닝'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박석민은 3회에도 공격의 흐름을 이어갔다. 무사 1·2루서 좌전 적시타를 터트렸다. 한 경기 5타점. NC는 이 안타를 신호탄으로 다시 6점을 더 냈다.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순간이었다.
박석민은 그동안 적잖이 마음 고생을 했다. 지난달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5월 한 달간 타율 0.242에 홈런 3개, 14타점. 박석민의 이름값과 몸값에 못 미치는 활약이었다. 그러나 6월의 박석민은 확실히 달라졌다. 7경기 타율이 0.481에 달하고, 벌써 홈런 4개와 17타점을 올렸다. 6월이 3분의 1도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다. 장타율은 무려 1.037에 이른다.
그래도 박석민은 "아직 만족할 때는 아니다"라고 했다. "워낙 그동안 부진이 길어서 하나씩 갚아 나가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날의 그랜드 슬램도 마찬가지다. "팀에 보탬이 돼 기분이 좋긴 하지만, 그 다음 타석의 병살타가 더 아쉬웠다. 아직 충분히 잘 하지 못했고, 그간의 부족함을 조금 더 갚아 나가는 과정 가운데 하나라고 여기고 싶다"며 "앞으로도 찬스 때 더 집중해서 70% 이상은 기회를 살리고 싶다"고 했다.
박석민은 올해도 더그아웃에서 매 타석이 끝날 때마다 노트에 기록을 한다. 상대 투수의 습관과 볼배합, 그리고 자신의 타격 상황과 아쉬움 등을 꼼꼼하게 적는다. "삼성 시절부터 거의 5~6년째 이어지고 있는 습관"이라고 설명했다. 늘 리그 정상급 선수였지만, 스스로에게 만족한 적은 없다. 늘 연구하고 고민한다. "나중에 이 노트를 다시 보면 다음 경기에 어떻게 해야할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삼성 시절에 썼던 노트를 이사하다 여러 권 잃어버린 게 아쉽다"고 설명했다.
만루홈런을 치고도 담담한 박석민. 그러나 스스로도 기억 못했던 생일을 챙겨준 아내에게는 무척 고맙다. 박석민은 이날 음력 생일을 맞았다. 전날 경기가 끝나고 집에 가보니 대구에 있어야 할 아내가 집에 와 있었다. 깜짝 생일상을 차려주러 직접 찾아왔다.
박석민은 "오랜만에 아내가 차려주는 밥도 먹고, 케이크도 잘랐다. 왠지 좋은 예감이 들어서 야구장에 나오면서 '오늘 뭐 하나 칠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며 "가족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계속 집중해서 6월과 7월은 '만회의 달'로 만들어 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