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전이었다. 투어프로 2년 차의 무명 이상엽(22)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2016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 '최연소 매치킹'에 등극했다. 이상엽은 13년 차 베테랑 황인춘(42·후크즈미)과 결승전에서 막판 내리 5개홀의 승리를 따내며 1업(한 홀 차 승)의 역전 우승 드라마를 완성했다.
12일 경기도 용인 88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결승전과 3~4위, 그리고 5~16위전. 최대 관심은 조별 리그 1~3경기를 통해 승점 10점으로 1위에 오른 황인춘과 승점 8점으로 2위를 차지한 이상엽의 빅매치인 결승전이었다. 16강전에 진출한 선수 중 이상엽은 최연소 진출자였고, 황인춘은 최고령자로 두 선수의 나이 차이는 무려 20년이나 됐다.
18홀 결승전을 앞두고 베테랑 황인춘의 우승을 점치는 대회 관계자들이 많았다. 사실 이번 대회 예선전을 24위로 통과한 무명의 이상엽을 주목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다. 13번홀까지 상황도 황인춘의 낙승이 예상됐다. 황인춘은 이때까지 4업(5홀을 남겨놓고 4홀 승리)으로 앞서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고 봤다. 황인춘은 14번홀을 져 한 홀을 내줬지만 그래도 이상엽에 3업으로 앞섰다.
이상엽에게는 이 때부터 반전의 기회가 왔다. 바로 15번홀(파4·317야드)의 갤러리 응원 해방구가 터닝포인트가 됐다.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의 주최측은 이 홀 티잉그라운드 바로 뒤에 관중석을 설치하고 일반 대회와는 달리 맥주를 마시고 떠들썩하게 응원을 할 수 있게 했다. 새로운 골프대회의 응원 패러다임으로 평가됐다.
개그맨 이재형 씨가 JTBC 장새별 아나운서와 호흡을 맞춰 갤러리의 환호를 끌어냈다. 선수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면 이재형 씨는 "이 선수가 원온할 것 같습니까?"라고 큰 소리로 묻고, "원 온(One on)한다"에 걸어서 맞추면 맥주 한잔 씩을 돌리는 이벤트가 열렸다. 그 순간 이상엽 조가 15번홀 들어섰다.
"와~ 이상엽! 원 온~ 원 온~!"
그렇게 패색이 짙었던 이상엽의 대포알 드라이브 샷이 불을 뿜었다. 14번홀의 매치를 따내고 이 홀에 올라선 이상엽은 갤러리들의 응원을 받아 드라이버 티샷을 그린 프린지에 떨어뜨린 뒤 버디로 홀을 따냈다. 이후 이상엽은 18번홀까지 내리 5개 홀에서 승리를 거머쥐며 대반전의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국가대표 출신인 이상엽은 이로써 올 시즌 KPGA 코리안투어 최연소 우승자이자 이 대회 최연소 우승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우승상금은 1억6000만원.
그는 "이번 대회는 16강전에 드는 것이 목표였다. 64강전에서 시즌 2승을 기록하고 있는 최진호 선배와 플레이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그렇게 막강 선배를 꺾고 32강에 진출하면서 자신감을 더 크게 얻었지만 이렇게 우승까지 할 줄은 미처 몰랐다"고 뜨거운 눈물을 뿌렸다. 그는 캐디로 나선 아버지 이해준(53)씨와 생애 첫 승을 합작하면서 더 큰 기쁨을 누렸다.
이밖에 3~4위전에서는 박상현(33·동아제약)이 김병준(34)을 맞아 2업으로 승리하며 3위를 차지했다. 박상현은 3위 상금 6300만원을 획득하며 시즌 상금누계에서 3억2300만원으로 2위 최진호(32·현대제철·2억9700만원)를 2600만원 차이로 제치고 상금랭킹 1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