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 에이스 김광현(28) 때문이다. 김광현은 시즌 뒤 해외 진출 의지가 강하다. 하지만 스카우트들이 주목하는 선수가 한 명 더 있다. 언더핸드 투수 박종훈(25)이다. 스카우트와 에이전트 사이에선 "현재 시점에서 포스팅을 한다면 가장 흥미로운 투수는 박종훈이다"는 말도 나온다.
아직 박종훈은 메이저리그 타자를 상대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비교 수단이 있다. 외국인 타자 성적이다. 올시즌 박종훈은 외국인 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0.176(17타수 3피안타)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 피안타율(0.273)보다 1할 가까이 낮다. 17타수에 불과하지만, KBO리그의 외국인 타자는 소속 팀 중심 타자를 맡고 있다. 메이저리그 경력도 과거에 비해 많은 편이다.
LG 루이스 히메네스가 박종훈에게 4타수 2안타를 기록했을 뿐, 그를 제외한 나머지 타자 상대로는 피안타율이 0.076이다. 2015시즌에도 비슷했다. 지난해 외국인 타자 피안타율은 0.205였다. 외국인 선수로 역대 세 번째 리그 MVP를 차지한 에릭 테임즈(NC)도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고전했다.
박종훈은 KBO리그에서도 드문 정통 잠수함이다.KBO 투수 중 릴리스 포인트가 가장 낮다. 투구 때 가끔 그라운드에 손이 스치기도 한다. 데이터로도 입증된다. 트랙맨 시스템 운영사인 애슬릿미디어에 따르면 박종훈의 올시즌 릴리스 포인트 평균치는 지면에서 불과 28cm 떨어진 높이다. 이 부문 2위 김대우(삼성·59cm)보다 두 배 가까이 낮다. 마운드 높이는 30.48cm. 사실상 지면에서 공이 발사되는 수준이다. 사이드암에 가까운 임창용(KIA), 권오준(삼성) 등은 120cm가 넘는다.
외국인타자들은 한결 같이 "생소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박종훈의 동료였던 앤드류 브라운은 "미국에서는 이런 투수를 보기 힘들다. 공 궤적이 좋다. 효과적인 피칭을 한다"고 극찬했다. 테임즈도 가장 까다로운 투수로 박종훈을 꼽으며 "접해보지 못했던 유형의 투수로 적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언더핸드 투수에게는 '서브머린(잠수함)'이라는 별명이 붙는다. 지금 메이저리그라는 바다에서 항해하는 잠수함은 없다시피 하다. 2009년 은퇴한 채드 브래드포드(전 탬파베이) 이후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은 "애리조나 마무리인 브래드 지글러 정도가 남았다. 정통 언더핸드는 메이저리그에서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
릴리스포인트만 특별한 게 아니다. 공의 변화도 그렇다. 애슬릿미디어 관계자는 "박종훈의 공은 좌우 변화가 심하지 않지만 상화 변화가 크다"고 분석했다. KBO리그 투수들의 수직 무브먼트 평균은 41cm다. 수직 무브먼트 값이 큰 공은 중력의 영향보다 덜 떨어진다. 타자 눈에는 떠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회전이 좋은 강속구는 그래서 '라이징 패스트볼'로 불린다. 박종훈의 수직 무브먼트는 -25cm다. 라이징패스트볼과 반대로 중력의 영향만을 받는 궤적에서 '더' 떨어진다. 솟아오르든, 떨어지든 타자의 히팅 타이밍을 교란한다는 점에선 같은 효과다.
박종훈 자신도 "외국인 타자들 배트 스윙 궤적이 내 공과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KBO리그에서 직구 수직무브먼트 값이 마이너스인 투수는 박종훈과 정대현(롯데·-23cm) 두 명 뿐이다. 박종훈의 직구는 타석 앞에서 싱커처럼 뚝 떨어진다. 직구 움직임이 왼손투수의 커브와 비슷하다. 정통 언더핸드를 많이 상대해보지 못한 외국인타자들이 한숨을 쉬는 이유다.
브레이킹 볼은 반대다. 커브의 리그 평균 수직 무브먼트는 -19cm다. 그런데 박종운은 36cm다. 오버핸드 투수의 커브는 당연히 떨어지지만, 잠수함 박종훈의 커브는 거꾸로 떠오르는 느낌을 준다. 슬라이더 수직 무브먼트도 리그 평균(10cm)보다 21cm 높다. 역시 떠오르는 느낌을 주는 공이다.
박종훈은 지난해 열린 프리미어12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언더핸드 투수가 국제대회에서도 호투한 경우는 꽤 많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대학생(당시 경희대)으로 유일하게 대표팀에 승선했던 정대현(롯데)이 좋은 예다. 당시 정대현은 미국을 상대로 두 차례 등판해 13⅓이닝 동안 2실점으로 쾌투했고, 이후 대표팀 단골 멤버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