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번째 슈퍼매치 예상 스코어를 묻는 질문에 최용수(43) FC 서울 감독이 내놓은 답변이다. 의외의 대답이었다.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K리그 클래식(1부리그) 15라운드 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를 바라보는 시각은 대부분 비슷하다. 서울이 손쉽게 승리할 수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최근 분위기가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은 9승2무3패, 승점 29점으로 클래식 2위다. 1위 전북 현대(승점 30점)와 치열한 1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아드리아노(29·8골), 데얀(35·6골), 박주영(31·5골)으로 이어지는 '아데박'을 앞세워 31골을 넣어 최다 득점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슈퍼매치 바로 전 경기였던 15일 광주 FC전에서 3-2 승리도 거뒀다. 게다가 이번 슈퍼매치는 홈구장에서 열린다.
반면 수원은 클래식 9위다. 시즌 2승(8무4패) 밖에 하지 못했다. 15일 전북전에서는 경기 종료 직전 극장골을 얻어맞으며 1-2로 패배했다. 최근 4경기(2무2패)에서 승리도 없다. 전통의 '명가' 수원은 굴욕을 당하고 있는 중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뻔한 슈퍼매치'라 불린다. 서울과 수원의 큰 격차가 슈퍼매치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평가도 있다. 더 이상 라이벌이 아니라고 냉정하게 말하는 팬들도 있다. 하지만 최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이런 시선을 강하게 부정했다. 슈퍼매치를 이틀 앞둔 16일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FC 서울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최 감독은 "뻔한 슈퍼매치라고? 받아들일 수 없는 단어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이런 시선은 서울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공은 둥글다. 어떤 상황이 나올지 모른다. 서울을 상대하는 수원은 다르다"며 "서울이 질 수도 있다. 패배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다. 잘못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항상 가지고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자만이 가장 큰 적이다. 최 감독은 "지금 순위를 보고 자만한다면 큰 코 다친다. 최고의 긴장감과 집중력을 가지고 수원을 상대해야 한다. 전투력 역시 최대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그래야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다. 서울 홈팬들에게 승리라는 선물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수 면면을 봐도 수원은 서울에 밀리지 않는 팀이다. 최 감독은 "수원은 여전히 리그 정상급 수준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저력이 있는 팀이다"며 "특히 권창훈(22)은 위협적인 선수다.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전북전에 나왔다. 몸상태가 정상이었다. 봉쇄를 잘 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수원의 대표적인 무기 염기훈(33)의 세트피스도 최 감독의 경계대상이었다.
이런 최 감독의 조심스러운 접근은 수원을 배려해서도 자신감을 숨기려 하는 것도 아니다. 슈퍼매치의 역사를 잘 알고 있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K리그 최대 라이벌전인 슈퍼매치에서 순위와 흐름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날 강한 팀이 승리할 뿐이었다.
지난 4월 3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올 시즌 첫 번째 슈퍼매치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당시 서울은 리그 1위, 수원은 6위였다. 모두가 6연승을 질주하던 서울의 낙승을 예상했다. 당시 서정원(46) 수원 감독은 "공은 둥글다. 축구는 아무도 모른다. 하위 팀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라이벌전은 특히 그렇다"며 다른 전망을 내놓았다.
결과는 1-1 무승부였다. 전반 6분 수원의 산토스(31)가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12분 서울의 아드리아노가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리그 순위에서는 서울이 높았지만 슈퍼매치에서 서울과 수원은 대등한 팀이었다. 이번에도 서 감독의 의지는 같다. 서 감독은 전북전이 끝난 뒤 "터닝 포인트가 필요하다. 서울과의 대결이 오히려 잘 됐다. 서울을 이기면 최근 부진을 탈출하는데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K리그에 '뻔한 슈퍼매치'는 없다. 또 리그 2위와 9위의 대결에 이렇게 많은 K리그 팬들이 기다리고 열광하는 경기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