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인 19일 선발 투수는 마흔살 왼손 박정진이었다. 박정진은 1999년 한화 입단 후 줄곧 불펜 투수로 나섰다. 통산 593경기에 등판했지만, 선발 등판은 14차례 뿐. 마지막 선발 등판은 무려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9월11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2⅓이닝 동안 6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13년 동안 박정진의 보직은 구원투수였다.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뜷리긴 했다. 통상 일요일 경기는 화요일 선발 투수가 나흘 휴식 후 등판한다. 화요일인 14일 선발 투수는 장민재. 이날 56구를 던진 장민재는 이틀을 쉰 17일 구원 등판해 84구를 던졌다. 이 경기에서 한화는 승리를 거뒀지만 일요일 선발 투수가 비어버렸다.
18일 경기 도중까지만 해도 송신영의 등판이 예상됐다. 송신영은 시즌 첫 선발 등판이던 11일 대전 LG전에서 4⅓이닝 1실점으로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 그러나 김성근 한화 감독은 박정진을 선택했다. 혼란스러운 투수 기용이다.
한화 선발진은 10개 구단에서 가장 부진을 겪고 있다. 10개 구단에서 유일하게 6점대 평균자책점에 300이닝 미만 투구다. 이닝 소화는 리그 평균(332이닝)보다 90이닝 가까이 적다.
한화는 지난 17일 마에스트리가 1군 복귀전을 치렀지만, ⅔이닝 2피안타 4볼넷 2실점 부진 끝에 강판됐다. 2군에서 한 달 넘게 조정 기간을 가졌지만, 제구는 여전히 엉망이었다. 선발 투수가 조기 강판되면 롱릴리프가 나서야 한다. 그러나 한화는 롱릴리프를 맡던 장민재가 최근 선발에 합류했다. 그래서 선발 요원 장민재가 이틀을 쉬고 등판해 84구를 던져야 했다.
선발 투수 부진과 조기 강판은 불펜 조기 투입이라는 문제를 바로 야기한다. 한화는 18일 청주 넥센전에서 선발 윤규진이 5회를 버티지 못하고 물러났다. 1-4로 뒤진 5회 1아웃에서 필승조 송창식이 투입됐다. 송창식은 44개의 공을 던지며 7회까지 버텼다. 필승조 권혁이 전날 3이닝 50개를 던져 이날 투입은 어려웠다. 송창식이 최대한 긴 이닝을 전져야 했다.
송창식은 자신의 임무를 무사히 마쳤다. 그러자 한화는 8회 마무리 정우람을 조기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심수창의 등판이 예상됐지만, 김성근 감독은 곧바로 정우람 카드를 택했다. 그러나 승부수는 패착이 됐다. 정우람은 넥센 타선을 견뎌내지 못했다. 아웃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 3피안타 3실점을 해 역전을 허용했다. 심수창이 뒤늦게 마운드에 올랐지만, 승기를 완전히 뺏겼다.
대체 선발로 투입할 투수가 마땅히 없다는 점도 예측 불가 마운드 운용의 원인이다. 한화는 로저스와 이태양이 부상으로 로테이션에서 제외됐다. 김성근 감독은 "투수가 없다"고 탄식하고 있다. 그래서 베테랑 송신영에 이어 박정진이 13년 만에 선발 등판하는 일이 발생했다.
김성근 감독은 위기에서 '변칙'을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변칙이 이어지다보니 시즌 운영의 큰 틀은 누구도 알지 못할 지경이 됐다. 예측 불가한 투수 기용은 한화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