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사격(속사권총) 국가대표 김준홍(26·KB국민은행)에게 2016 리우 올림픽의 목표를 묻자 이렇게 답하며 껄껄 웃었다. 김준홍은 남녀 공기권총의 진종오(37·kt)·김장미(24·우리은행)와 함께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리우 올림픽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지난 16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사격 국가대표 미디어데이 직후 만난 김준홍은 "사격을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꿈은 올림픽 출전이었다"며 "첫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어서 많이 설레고 좋은 느낌이 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준홍은 실력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선수다. 그래서 때론 신인급 선수를 뜻하는 '사격 신성'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하지만 김준홍은 신인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최근 몇 년째 태극마크를 꾸준히 달고 있는 한국 사격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실력은 수상 경력이 말해준다. 2014년 스페인 그라나다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른 김준홍은 같은 해 열린 인천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에 올랐다. 그는 속사관총 개인·단체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총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를 수확했다. 지난해 4월 25일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에선 38점을 쏴 비공인 세계신기록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대표팀에선 올림픽 사격 역사상 첫 3연패를 노리는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와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장미 등 출중한 실력의 선·후배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도 진종오와 김장미만 참석했다. 김준홍은 사선에서 연습 중이었다. 그래도 김준홍은 서운해 하지 않는다. 그는 "'리우 올림픽의 유력한 메달 후보인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해 서운하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면서 "이번 리우 올림픽 끝나고 (좋은 성적을 올린 나를) 보면 될 것 같다"고 자신했다.
김준홍은 중학교 3학년 때 총을 잡았다. 100m 12초대의 남다른 운동신경을 지켜본 사격부 감독이 입부를 권했다. 김준홍은 "사격이 처음엔 (상대를 맞히는) 서바이벌 게임 같은 종목인 줄 알았다"면서 "그러다보니 처음엔 생각과 달라 너무 생소했다"고 웃었다. 또래에 비해 늦게 시작했지만 사격은 부모님의 반대도 이겨낼 만큼 매력적이었다. 김준홍의 어머니 한행숙(54)씨는 아들이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길 바랐다. 한 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준홍이가 세 살 위의 형이 연주하던 바이올린 곡을 어깨 너머로 며칠 듣더니 그대로 따라했다"고 했다.
그랬던 김준홍의 부모님도 지금은 승승장구 하는 아들을 보며 아낌없는 응원을 하고 있다. 한 씨는 "준홍이 아버지는 요즘 '가족 중에 누군가는 리우 올림픽에 가서 응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며 "총을 쏘며 세계 곳곳을 누비는 아들을 자랑스러워 하신다"고 전했다. 김준홍도 어려운 순간 부모님을 가장 먼저 생각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또래 선수들과 달리 그는 2014년 이전까지 국제대회 우승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김준홍은 "사실 상무도 못 들어갈 뻔했다. 당시 상무 감독님이 내 기록을 보고 버리기 아깝다고 생각해서 자리를 만들어줬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고비는 그를 항상 따라다녔다. 그는 "사격을 하면서 어려운 일이 많았다"며 "출전하는 대회마다 성적이 안 나와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다. 심지어 고등학교 땐 사격부가 해체될 뻔한 일도 있었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김준홍은 아버지의 말을 떠올린다. 포기 하고 싶은 마음이 들때면 항상 생각나는 핵심적인 한 마디였다. 그는 "원래 군대 제대하고 아버지 인테리어 일을 물려 받기 위해 유학까지 생각했다"면서도 "그래도 포기 하지 않은건 아버지가 '남자가 칼을 뺐으면 무라도 썰어야지'라고 하셨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군대에서 국가대표가 안 되면 (대회 출전을 위해 영외로 가는 대신) 부대 안에 있어야 하니 열심히 쐈다"고 덧붙였다.
바이올린 연주는 중단했지만 음악은 여전히 사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는 시합 전에 항상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는다. 주로 템포가 느린 발라드 노래다. 인천아시안게임 2광왕에 오를 때도 미국 팝 싱어송라이터 제이슨 므라즈와 국내 그룹 엠씨 더맥스의 노래를 들었다. 김준홍은 "박자가 느린 음악을 들으면 경기장에 들어섰을 때 차분해진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줘서 집중력이 살아나 경기력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김준홍의 총구는 이제 첫 올림픽 무대인 브라질 리우를 향하고 있다. 메달을 자신하는 그는 반드시 금빛 총성을 울리겠다는 각오다. 어머니 한 씨는 "겉으로 티 안 내지만 그동안 준홍이가 참 열심히 준비해 왔다"며 "리우 올림픽에서 지금껏 흘린 땀의 결과물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