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가리며 웃고 예쁜 척하는 여배우이겠거니 했지만 인터뷰 자리에 앉기도 전부터 예상을 뒤집었다.
2014년 '예쁜 남자' 이후 2년만에 KBS 2TV 주말극 '아이가 다섯'으로 복귀한 소유진은 거침없었다. 매니저가 나간 뒤 두 팔을 걷고 고기를 굽는 모습이 야무지다. "오늘은 다이어트 내려놓는 날이죠 뭐. 해작거리는건 싫어요. 먹는 날은 먹어야죠. 자주는 아니니깐 가끔 이런 날도 있어야죠. 하하."
지금은 '백종원의 아내'로 알려졌지만 사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핫'했다. '맛있는 청혼' '여우와 솜사탕' '라이벌' '내 인생의 콩깍지' 등 히트작을 한 손에 못 꼽을 정도. 인기의 기준인 SBS '인기가요' MC도 맡았고 이벤트였지만 '파라파라퀸'으로 무대에도 올랐다. 그는 "사실 제가 보통 여배우들처럼 화려하고 예쁘진 않잖아요. 당시에는 시기가 적절했던 거 같아요. '쟤 뭐야'라는 식으로 봐 준 분들도 계셨고 그걸 또 좋게 느껴준 사람들도 있고요"라고 말한다.
그렇게 인기 많았던 소유진이 백종원과 결혼 후 두 아이를 낳고 드라마로 복귀한다고 했을 때 불안한 시선을 보는 이들도 많았다. '백종원 아내'라는 명분으로 주말극 주인공이 된 것 아니냐는 의심. 데뷔 이래 연기력 논란과는 담을 쌓았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도 그 진가는 고스란히 드러났다.
극중 눈물 마를 날 없는 워킹맘 안미정을 연기하고 있다. 믿었던 남편이 친구와 바람나 떠나 버린 후 세 아이를 키우는 박복한 인물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들이랑 드라마를 같이 보는데 시끄러우면 저한테 '조용히 하라'고 해요. 10대들도 학교에 가서 '아이가 다섯'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시부모님도 본방을 사수하고요."
배우이자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인 소유진. "저 올해 결혼 4년차인데 5년까지는 신혼이래요. 아직 신혼 기분 내며 살고 있어요"라며 꺄르르 웃는다. 인터뷰 도중 걸려온 백종원의 전화에 "저 지금 일해요 일. 나중에 전화할게요." 맺고 끊음이 정확한 여자다.
-주말극 주 타깃이 아닌 2049 시청층도 좋아해요. "스토리가 깨끗하잖아요.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들이랑 같이 보는데 시끄러우면 조용히 하라고 해요. 이모가 나오는 드라마를 집중해서 봐주는 게 고마워요. 10대인데 학교 가서 '아이가 다섯'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시부모님도 본방 사수를 해주시고 있고요."
-시부모님 반응은 어떤가요. "애청자에요. 철저히 시청자 입장에서 봐 너무 감사해요. 저번에 (안)재욱 오빠와 결혼 얘기가 오가는 내용이 있어서 시어머님께 '어머니 저 다음 주에 결혼해요'했더니 '아이고 그래'라고 했어요.(웃음)"
-백종원 씨 반응도 궁금하네요. "항상 같이 봤어요. 남편은 음식을 하면서 봐요. 주방에 있으면 등 뒤에 TV가 있는데 보라고 하면 창문으로 비춰서 보겠다고 해요. '다른 남자랑 연애하는데 뭘 그렇게 자세하게 보냐'고 귀로 듣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귀여운 질투를 해요.(웃음) 근데 리액션은 제일 잘해요. 항상 고맙죠."
-극중 눈물 마를 날이 없는데 잘 우는 비결이 있나요. "온전히 드라마 캐릭터 생각을 해요. 다른 슬픈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아요. '컷'하면 눈물이 흐르다 뚝 멈춰요. 그런 저도 신기해요. 가만히 있다가 '큐'하면 눈물을 흘리니까요. 그게 연기자의 희열이겠죠. '컷'을 외칠 때까지 모든 스태프들이 날 흡수해서 나만 보는데 그걸 즐겨요."
-예전에도 그랬나요. "22~23세까지는 슬픈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는데 한계가 있어요. 더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죠. 처음엔 눈물이 났지만 상상 속 슬픔을 다시 하려고 하면 거짓말이 되잖아요. 그래서 역할에 대한 집중이 낫죠. 이 드라마를 했을 때 이만큼 알았다 싶으면 감정 연기에 대해서 다음 드라마에 응용하고 또 해보고 그러면서 지금의 감정 표현 방법을 익혔어요. 지금도 완벽한 건 아니에요."
-재혼하면 이젠 눈물이 마르지 않을까요. "아니에요. 재혼 가정이니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잖아요. 우여곡절이 많지 않을까요. 지금까지는 이혼한 여자와 사별한 남자가 사랑해서 아이가 다섯인데 결혼에 골인했다는 내용이었지만 이제부턴 아무도 모르죠. 여러가지 현실적인 상황들로 인한 갈등이 많이 생기겠죠."
-실제 엄마라서 연기에 도움되겠죠. "아이들을 다루는 게 확실히 달라요. 엄마 역할을 안 해본 건 아닌데 아이를 낳으니깐 또 달라요. 볼을 비비는 것만 해도 아이들이 알아요. 제 아이가 더 자라면 제 연기도 달라질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 궁금해요."
-파트너 안재욱과 호흡은 어떤가요. "워낙 친해서 잘 맞아요. 오빠는 진짜 연구를 많이 해요. 편하게 하는 듯 흔들림이 없어요. 그게 '깊이'라고 생각해요."
-극중 어떤 커플을 보며 공감하나요. "신혜선(연태) 성훈(상민) 커플이 너무 귀여워요. 성훈은 볼수록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겉보기엔 상남자인데 보기와 달리 귀여우니까 매력 있어요. 신혜선은 신선하다고 할까요. 밝은데 참 신선해 활력을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