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메이저리거의 지난 주말 활약은 '슈퍼 위캔드(Super Weekend)'라 불러도 무방했다.
강정호(29·피츠버그)가 포문을 열었다. 25일(이하 한국시간) LA 다저스와의 홈경기에서 4-2로 앞선 3회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배턴은 '맏형' 추신수(34·텍사스)가 이어받았다. 추신수는 같은 날 홈 보스턴전에서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1회 선두 타자 홈런을 터뜨렸다. 상대가 보스턴 왼손 에이스 데이빗 프라이스였다.
김현수와 이대호의 배트는 26일 불을 뿜었다. 김현수는 홈 탬파베이와 더블헤더 1차전에서 3타수 1안타·2볼넷으로 세 차례 출루에 성공했다. 시즌 타율은 0.339(115타수 39안타)를 유지했고, 출루율은 0.417에서 0.424로 올라갔다. 이대호는 홈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전 1회 만루 기회에서 2타점 우전 안타를 때려냈다. 팀이 5-4로 승리하면서 이대호의 안타는 결승타가 됐다. 김선우 위원이 코리안 빅리거의 주말 활약을 돌아봤다.
- 좌타자 추신수가 왼손 프라이스에게 홈런을 뽑아냈는데.
"한복판에 몰린 투심패스트볼을 놓치지 않았다. 추신수가 스윙 마지막 단계에서 왼손을 놓았다는 걸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오른손의 '팔로스루' 만으로 타구를 담장 밖으로 보냈다. 힘이 아닌 기술로 만든 홈런이었다. 추신수는 지난해까지 왼손 투수에게 약했지만(통산 좌투수 상대 타율 0.243), 올해는 확연히 달라졌다. 좌투수 대처법을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 추신수의 활약은 팀에 엄청난 시너지가 되고 있다."
- 강정호는 변화구를 공략했다.
"상대 선발 닉 테페시의 4구째 시속 134㎞ 슬라이더를 잡아당겼다. 바로 앞 슬라이더가 바깥쪽으로 크게 빠지자 같은 공이 한 차례 더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 것 같다. 강정호는 노림수를 가지고 자신있는 스윙을 하고 있다. 상대 투수가 붙으려 하는 성향이 강하면 강정호에게 더욱 유리하다. 빠른 공을 던지면서 변화구 구사가 좋은 투수를 만나면 당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올해 타격감이나 페이스를 감안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 추신수와 강정호는 타격에서 반대 성향을 보인다.
"타격 기술이 좋다는 건 공통점이다. 그러나 성향은 다르다. 추신수는 게스히팅을 하지 않는다.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볼, 스트라이크를 판단하고 기다린다. 4할이 넘는 출루율을 기록하는 이유다. 여기에 공을 몸 앞까지 최대한 잡아놓고 타격을 한다. 변화구 공략이 가능하다. 반면 강정호는 타격 포인트를 앞에 둔다. 상대의 볼배합을 예측하고, 자신있게 돌린다. 예측이 다르면 헛스윙 삼진을 당하지만, 스윙이 시원하다. 작정하고 돌렸다는 뜻이다."
- 홈런을 치고 들어온 강정호가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던데.
"나도 인상적으로 봤다. 강정호가 통역 없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더라. 매우 중요하다. 통역을 통하면 정확한 뜻은 전달할 수 있지만 마음으로 통하는 건 어렵다. 그라운드 안, 더그아웃 안에서는 통역 없이 직접 부딪히면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강정호가 신임을 얻은 건 실력 뿐만 아니라 동료들과 융화를 했기 때문이다. 긍정적이고, 개방적인 성격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 영어 실력이 좋은 추신수는 팀의 리더 역할을 하는데.
"추신수는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생존하기 위해 영어를 배웠다. 영어가 매우 유창하다. 실력을 겸비했고 대형 FA(프리에이전트) 계약까지 성공했다. 동료들의 신망을 얻을 수 밖에 없다. 나도 추신수처럼 미국 시절 통역 없이 영어를 배웠다. 야구와 관련된 단어는 다 알아듣기 때문에 의사 소통엔 문제가 없었다. 처음엔 친해지기 어려웠지만, 몇 차례 대화를 나누고 지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수준까지는 됐다. 지금 영어 실력은 부족하다."
- 김현수와 이대호가 활약을 이어갔는데.
"김현수와 이대호는 정상궤도에 올랐다. 팀 내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 김현수가 더블헤더 2차전에 나오지 않은 건 감독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시애틀은 이대호와 린드의 동반기용이 늘고 있다. 린드는 25일 끝내기 홈런을 때려냈고, 이대호는 오늘(26일) 결승타를 날렸다. 선의의 경쟁이 좋은 효과를 불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