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미국 플로리다 중서부의 휴양도시 새러소타에 위치한 '유니버시티타운센터(UTC)' 몰. 외부 빛을 차단한 국내 쇼핑몰(코엑스, 타임스퀘어 등)과 달리 이 UTC몰은 투명한 유리천장 사이로 따스한 햇빛이 매장 전체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10m 높이의 야자수가 어우러져 플로리다 특유의 해변 분위기를 자아냈다. 2층으로 길게 뻗은 구조이지만 매장의 시야를 막는 기둥은 눈 씻고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확트인 쇼핑몰 곳곳에는 고객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이 여럿 마련돼 있었다. 마치 쇼핑몰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 힐링 공간에 온 느낌이었다. 요즘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런 복합 쇼핑몰이 오는 9월 한국에도 생긴다.
미국서 뜨는 휴식처 같은 쇼핑 테마파크
UTC몰은 미국에 기반을 둔 쇼핑몰 기업인 터브먼이 2014년 문을 연 복합 쇼핑몰이다. 터브먼은 65년 동안 본사가 있는 미시간주를 중심으로 파트리지 크릭몰(미시간), 돌핀몰(마이애미), 워터사이드숍(네이플스) 등 미국에서만 26개의 대형 쇼핑몰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이 쇼핑몰은 43만9000㎡(1만2340평) 규모에 메이시 백화점이나 삭스핍스애비뉴 백화점, 빌라드 등 대형 앵커 매장이 입점했고 구찌나 토리버치는 물론 세포라나 H&M 매장도 들어와 있다.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의 매장을 비롯해 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IT 매장도 들어서 있다. 총 입점 매장만 125개에 달한다. 매장 인근에는 영화관을 비롯해 호텔, 주택 등의 건설이 진행 중이다.
눈길을 끄는 곳은 매장 곳곳에 마련된 고객들을 위한 쉼터다. 에스컬레이터 옆 금싸라기 자리에 커피 전문점을 비롯해 휴대전화 충전소, 유아용 놀이시설 등 쇼핑 외 공간을 충분히 마련했다. 고객이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하는 노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는 지난 22~23일 방문한 돌핀몰, 워터사이드숍 등도 마찬가지다. 넉넉한 휴식 공간은 물론 고객들을 위한 영화관과 야외 공연 시설 등을 갖춘 곳도 있었다.
이 같은 시설들은 쇼핑몰 고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효과로 이어졌다. 터브먼의 따르면 UTC의 경우 고객 평균 체류시간은 1시간 이상으로 미국 평균인 45분을 훌쩍 넘어섰다. 자연스레 매출도 증가했다. 지난 3월 터브먼의 1㎡ 당 매출은 790달러로 경쟁사인 마세리치의 625달러를 크게 앞질렀다.
이날 현장 매장에서 만난 로버트S. 터브먼 터브먼센터 회장은 "복합 쇼핑몰은 단순히 쇼핑뿐만 아니라 먹는 것과 레저, 힐링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백화점보다 발전 가능성이 크다"며 "다양한 시설을 바탕으로 고객이 쇼핑몰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매출은 자연스레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9월 개장 앞둔 '스타필드 하남' …1조원 매출 목표
신세계는 이런 터브먼과 손을 잡고 한국에 UTC보다 더 큰 복합 쇼핑몰을 건립하기로 했다. 오는 9월 경기 하남시에 들어서는 '스타필드 하남'이 그 주인공이다.
스타필드 하남은 총 투자금액만 1조원에 달한다. 이중 미국 터브먼의 자회사 터브먼 아시아가 49%의 지분을 투자한다. 터브먼 아시아가 한국에 직접 투자한 첫 번째 프로젝트이자, 신세계그룹 내 역대 최대 외자유치 사례로도 꼽힌다.
스타필드 하남에는 신세계 백화점과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비롯해 해외 유명 브랜드와 쇼핑몰 외에도 다양한 체험 시설이 들어선다. 매장은 터브먼의 쇼핑몰 개발 철학을 반영해 건물내 기둥을 없애고 천정을 투명 유리로 할 예정이다.
각종 쇼핑 매장 외에도 슬라이드 시설을 갖춘 실내수영장, 한강을 바라보며 수영을 할 수 있는 사계절용 온천수 풀, 최고급 스파 시설 등이 문을 연다. 실내에는 미니축구와 농구, 스크린야구, 가상 승마를 할 수 있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시설도 마련돼 어린이와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다. 주차공간도 넉넉하다. 총 6200대의 동시 주차가 가능하다.
신세계는 9월에 개장하는 스타필드 하남 외에도 경기 고양 삼송, 안성, 대전, 인천 청라 등에 대형 복합쇼핑몰을 개발할 계획이다.
신세계는 스타필드 하남 개장 후 1년 간 매출 목표를 1조원으로 잡았다. 총 투자금액에 근접한 매출을 첫 해에 벌어들일 계획이다. 고객 유입량 증가 등 사업 환경에 따라 이르면 향후 1~2년 내 흑자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세계프라퍼티 임영록 부사장은 "고객 재방문률이 높아지면 매출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스타필드 하남은 기존 쇼핑몰의 면적 당 연매출 1500만~1800만원을 상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