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은 한국 온라인 뉴스 소비에서 독특한 지위에 있다. 한국 온라인 뉴스에서 검색과 포털사이트 뉴스서비스가 90% 이상의 트래픽을 발생시킨다. 온라인 뉴스에 댓글을 다는 이들은 충성도 높은 고객이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5월부터 뉴스 댓글의 성별, 연령별 집계를 하고 있다. 일간스포츠는 네이버의 협조 아래 5월 27일부터 6월 19일까지 스포츠 섹션 댓글 약 120만 개를 분석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댓글 분포는 전체 트래픽 분포와 유사하다”고 밝혔다, 댓글 분포를 보면 IT 환경이 발달한 한국인들이 어떤 스포츠를 온라인에서 '소비'하고 있는지가 보인다.
▶최고 인기스포츠는 KBO리그
네이버스포츠는 야구(국내/해외), 축구(국내/해외), 일반, 농구, 배구, e스포츠, 골프 등 총 9개 섹션을 운영하고 있다.
전체 댓글 120만 건 가운데 국내야구가 43.5% 비중을 차지해 전체 9개 섹션 중 최다를 기록했다. 2위는 해외축구(19.2%), 3위는 국내축구(13.0%), 4위는 해외야구(12.3%)였다. 해외야구는 올시즌 기존 추신수, 강정호, 류현진에 이대호, 박병호, 김현수 등 KBO리그 스타의 활약으로 관심도가 부쩍 늘어났다.
국내와 해외를 더하면 야구 종목의 점유율은 55.8%로 과반을 넘는다. 야구가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라는 점이 실감난다. 국내와 해외를 더한 축구 점유율(31.5%)의 1.8배다. 국내/해외 비율도 3.5대1로 안정적이다.
축구는 반대로 해외가 국내의 1.5배다. 축구계는 K리그 부흥을 염원하고 있지만, 아직 해외리그의 인기에 밀리는 모양새다. 자국 중심인 프로야구와 세계화된 프로축구의 차이가 드러난다. 미디어의 발달로 해외 유명리그 콘텐트에 대한 접근도가 높아졌다. 자원이 한정된 국내리그가 경쟁력을 가지기 쉽지 않다, 반면 야구는 KBO리그보다 수준 높은 프로리그는 전세계에서 두 개밖에 없다.
한국 농구는 위기다. KBL 프로농구 TV 시청률은 KOVO 프로배구에 역전당한 지 오래다. 2015~16시즌엔 남자농구 0.28%, 남자배구 1.07%였다. 하지만 댓글에선 농구가 4.7%로 5위, 배구가 0.9%로 8위였다. 댓글 기준으론 농구가 배구의 5.2배 팬 베이스를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농구에는 NBA라는 강력한 해외리그가 존재한다. 데이터 집계 기간은 NBA 플레이오프와 겹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다는 전제 아래, 한국 농구는 저평가된 콘텐트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스포츠 기사, 댓글은 남자가 단다?
120만 여 개 댓글을 성별로 나누면 남성이 91.2%를 차지한다. 여성이 10% 이상인 카테고리는 배구(15.7%), 골프(13.4%), 국내야구(11.3%) 등 세 개다. 이 중 배구와 골프는 전체 댓글 점유율이 각각 1% 이하다.
댓글 성비와 실제 스포츠 참여, 혹은 관심도는 다를 수 있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크리에이티브 서비스 팀의 구슬씨는 “댓글 문화 자체가 남성 중심적이다.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여성도 댓글을 다는 행위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포털사이트 댓글에선 남성이 과잉 대표된다. 여성 팬 층이 가장 두껍다고 평가되는 두산 베어스 관계자는 “고객 중 남녀 성비는 45대55정도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을 연고로 하는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 전체 입장 관객 중 40% 가량이 여성이다. 인터넷 환경에서 여성 팬의 참여도 향상은 향후 프로스포츠 관계자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지점으로 보인다.
▶넥스트 세대
전체 댓글에서 10대는 9.5%, 20대는 31.3%, 30대는 30.2%, 40대는 18.7%, 50대 이상은 10.3%로 나타났다. ‘최강 댓글러’는 20대와 30대다. 두 연령 집단은 전체의 61.5% 댓글을 작성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인구 연령별 분포는 10대 13.8%, 20대 13.7%, 30대 16.2%, 40대 17.1%, 50대 이상 30.0%다. 댓글 분포와는 다르다. 50대 이상은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지 못하다. 그래서 댓글 참여도가 낮다. 10대의 경우 초등학생 이하 연령에선 참여율이 낮다. 그래서 사회 활동을 하는 20~40대 연령층이 과잉 대표된다.
해당 기간 네이버 댓글에 참여한 전체 인원을 1만 명으로 봤을 때 KBO리그는 4348명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행복한 프로스포츠조직이 KBO다. 그러나 10대로 범위를 좁히면, 국내야구는 336명으로 해외축구(327명)에 간발의 차로 앞설 뿐이다. 20대에서도 국내야구 1061명으로 해외축구(891명)에 1.19배 앞설 뿐이다. 격차는 30대(2.86배), 40대(7,47배)로 갈수록 커진다. 즉, 야구는 한국에서 젊은이보다 이미 사회에 진입한 연령층에서 환영받는 스포츠다.
연령별로 가장 대조되는 종목은 e스포츠와 골프다. 전자는 10~20대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지만 후자는 40대 이상이 7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종목별 성비에서 10대 1위는 e스포츠가 아닌 해외 축구다.통계전문가인 황승식 인하대 교수는 “한국 e스포츠의 위기적 상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