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양궁대표팀이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고척=정시종 기자 국내 최초 돔구장 고척스카이돔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나서는 양궁 대표팀에게 '소음과 조명 적응'의 두 가지 선물을 선사했다.
남녀 양궁 대표팀은 2~3일 넥센-KIA 경기가 열린 고척돔에서 실전 모의고사를 치렀다. 양궁 대표팀은 주요 국제대회를 앞두고 종종 야구장을 찾았다. 야구장은 양궁 대표팀의 훌륭한 훈련장이다. 적게는 수 천명에서 많게는 수 만명이 모이는 야구장의 소음 환경을 통해 집중력 향상을 도모했다. 잠실·목동구장을 찾았던 양궁 대표팀은 올해 장소를 옮겼다. 소리가 잘 모이는 고척돔을 훈련지로 선택했다. 양궁협회가 고척돔을 홈으로 사용하는 넥센 구단에 협조를 요청했다.
모의고사는 올림픽 대표팀과 국가대표 2진의 70m 맞대결로 진행됐다. 남자부가 먼저 2일 훈련을 실시했다. 김우진(25)과 구본찬(24)·이승윤(22)이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한 오진혁(36)·임동현(31)·이우석(20)과 대결을 펼쳤다. 여자부 경기는 3일 넥센-KIA전을 앞두고 열렸다. 장혜진(30), 기보배(29), 최미선(21)으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은 홍수남(27)·전성은(23)·강채영(21)과 활 솜씨를 겨뤘다.
양궁 대결이 진행되는 동안 넥센·KIA 응원단은 앰프를 사용해 마음껏 소음을 유발했다. 넥센 팬들은 올림픽 대표팀을 응원했고, KIA 응원단은 국가대표 2진 편에 섰다. 상대가 활을 쏠 때는 야유까지 나왔다. 돔구장의 특성이 십분 발휘됐다. 함성 소리는 퍼지지 않고, 그라운드 안쪽으로 모여 큰 소음이 됐다. 올림픽 결승 무대와 흡사한 환경이 연출됐다. 두 경기 모두 올림픽 대표팀이 승리했다.
박채순 남자 대표팀 감독. 고척=정시종 기자 훈련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박채순(51) 남자 대표팀 감독은 "고척돔 훈련은 200%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며 "소음 뿐만 아니라 조명이 큰 역할을 했다. 올림픽 결승전은 현지 시간으로 오후 6시30분에 열린다. 4시30분부터 조명이 가동되는데, 그 동안 적응 훈련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잠실과 목동은 소음 면에서 좋았지만 조명이 아쉬웠다. 그러나 고척돔은 소음과 조명 적응에 큰 도움 됐다. 선수들도 '고척돔 환경이 좋다'고 하더라. 점수도 실력대로 나왔다"고 평가했다.
여자 대표팀의 간판 기보배는 "올림픽에서 경기 시간이 지연되면 야간 경기도 할 수 있다. 이 경우 라이트를 켜고 경기할 것"이라면서 "돔구장 훈련은 야간 경기에 대비해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좀 실감난다"면서 "최대한 주위 환경에 집중력을 빼앗기지 않고 훈련하려 노력하고 있다. 선수들이 큰 대회에서 성적을 못 내는 이유 중 하나가 분위기에 따른 집중력 저하라고 생각한다. 소음 적응 훈련이 됐다. 만족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