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기대 속에 지난 5월 문을 연 서울 동대문 두산면세점이 좀처럼 본궤도에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정부 시책에 맞춰 급히 문을 연데다 명품 유치까지 난항을 겪으면서 매장 곳곳이 썰렁하다. 현재까지는 '동대문 상권 부활'을 이룬다는 목표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유커 없는 썰렁한 면세점
4일 오후 서울 동대문 두산면세점. 도로변에 중국인 관광객(유커)을 실고 온 대형버스 1대가 홀로 서 있을 뿐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십여 대의 대형버스와 수많은 유커들로 활기가 넘치는 롯데면세점 소공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불가리·조말론·바비브라운·키엘 등이 입점한 7층(D1층)은 외부 분위기가 고스란히 이어졌다. 평일 오후 시간대임을 감안해도 썰렁했다. 유커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았다.
두산면세점은 두산타워 내에 총 9개층을 사용하고 있다. 1층부터 6층은 기존의 두타패션몰이 그대로 운영되며 7층부터는 D1∼D9층으로 표기해 면세점 매장을 차렸다.
아쉬운 D1층을 뒤로 하고 D2~D5층를 살펴봤지만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두산면세점이 야심차게 준비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 전용관 역시 손님의 방문이 뜸했다. 포토존에 홀로 서있는 송중기 사진 패널이 외로워 보일 정도였다.
그나마 선글라스 매장으로 구성된 D6층과 화장품 브랜드들이 들어서 있는 D8층에는 다른 층과 달리 활기가 느껴졌다. 개별관광객으로 보이는 유커들이 무거운 여행 가방을 끌고 쇼핑하고 있었다.
한 편집숍 직원은 "중국인 손님이 90% 이상인데 기대했던 것만큼 오는 것 같진 않다"며 "아직 오픈한 지 얼마 안 됐고 평일 오후 1시라서 고객이 적은 편인데 오는 9월 그랜드 오픈하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매출 목표 1/3에도 못 미쳐
관광객의 발길이 뜸하다 보니 두산면세점은 당초 목표했던 매출액(5000억원)에 턱없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두타면세점의 일 매출은 4억원 수준이다. 연 매출 목표를 채우려면 일 13억원의 매출을 올려야 하는 데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앞서 문을 연 신라아이파크면세점(11억원), 갤러리아면세점63(6억원)은 물론 중소기업인 SM면세점(4억5000만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루 차이로 오픈 한 신세계면세점(5억원)에도 뒤진다.
두산면세점의 부진은 유커를 끌어당길 콘텐트를 충실히 확보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부 방침에 맞춰 부랴부랴 문을 열긴 했지만, 면세점 흥행의 중요 요소인 3대 명품(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입점이 감감무소식이다.
또 유커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헤라·라네즈 등의 브랜드를 오픈 시점에 맞추지 못한 탓도 크다. 설화수와 헤라 등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들은 다른 시내면세점에서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두타면세점은 현재 설화수·헤라가 입점할 장소에 가벽을 설치해놓고 있다.
이 같은 브랜드 유치 난항은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만난 중국인 관광객 장린(여·36)은 "여행 패키지 코스로 동대문면세점에 오게 됐다"며 "한국에서는 롯데면세점을 예전에 가본 적이 있는데 두 면세점이 가격은 비슷하지만 브랜드 수는 두산면세점이 훨씬 적은 듯 하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중국인 관광객 왕위(여·27)도 "입점 브랜드가 너무 빈약해 실망했다"며 "앞으로 면세점은 롯데와 신세계가 있는 명동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두산면세점에 명품 브랜드 입점 지연이 계속되고, 경기침체가 맞물릴 경우 앞으로도 실적 저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일부 증권가에서는 올해 기대 매출액(5000억원)을 한참 밑돌고, 영업적자 역시 상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두산면세점의 현재 매출은 정식 개장이 아닌 프리오픈 상태라는 점을 고려해도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며 "여기에 연말 신규 면세점이 4곳 더 추가되는 만큼 두산면세점의 시장 안착에는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두산면세점은 올 하반기 그랜드 오픈을 하면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두산면세점 관계자는 "그래도 오픈 초기에 비해 매출이 조금씩 늘고 있다"며 "MD가 전체의 60%만 완성된 것을 감안하면 점차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8월 명품 시계나 주얼리 등이 입점하고 9월이나 10월경 그랜드 오픈을 하면 매출은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