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빙수로 유명한 설빙이 중국에서 '짝퉁 설빙'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설빙을 모방한 짝퉁 브랜드가 수백여 개가 넘는 것도 모자라 마케팅 방식까지 베끼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국에 진출한 국내 중소업체의 상표를 '짝퉁 설빙'으로 둔갑시켜 장사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
드라마 협찬까지 베끼는 중국 짝퉁
중국에서 설빙 만큼 인기를 얻고 있는 대표적인 짝퉁은 일소레설화빙수이다. 매장 겉모습부터 진짜 설빙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똑같다. 여기에 한 술 더해 설빙에서 제작지원한 드라마까지 자신들이 지원한 것처럼 거짓 홍보를 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일소레설화빙수 매장에는 설빙이 제작지원한 드라마의 영상이 틀어져 있고, 드라마와 관련된 각종 포스터와 배너 등이 설치돼 있다. 일소레설화빙수 홈페이지에도 해당 드라마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
설빙 관계자는 "중국 일소레설화빙수는 자사가 간접 광고한 드라마까지 자기네가 한 것으로 도용하고 있다"며 "일반 소비자인 척하고 직접 연락을 하니 '설빙과 협업해서 PPL을 진행했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실 일소레설화빙수는 경상남도에서 소규모로 사업을 하던 국내 중소업체의 브랜드이다. 2000년부터 작게 사업을 일궈왔는데 지난 2014년 중국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항통 유한회사에서 먼저 제의해 손 잡고 중국에 진출하게 됐다.
문제는 항통 유한회사가 일소레설화빙수의 브랜드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 '짝퉁 설빙'으로 둔갑시킨 것. 한국 일소레설화빙수 관계자는 "중국 파트너사가 어느 순간 '설빙 유한회사'로 이름을 바꾸고 대표까지 다른 사람으로 앉혔다"며 "또 중국에서 '설화빙수'와 '설빙'이라는 상표를 모두 등록하고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설빙의 마케팅 방식까지 따라하는 것을 알게 돼 제재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경영에 참여하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한국 일소레설화빙수는 중국업체에게 상표를 뺏기고 중국 진출까지 실패한 꼴이 됐다. 회사 관계자는 "이제 '일소레설화빙수'라는 브랜드로 중국에 진출할 수 없게 됐다"며 "대책을 세우려고 하는데 한국과 중국의 문화나 법률 차이가 커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 내 '짝퉁 설빙'만 300개
설빙은 지난 2013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빙수 프랜차이즈로, 얼음을 잘게 갈아넣은 '눈꽃빙수'로 국내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에는 중국 상해 1호점을 시작으로 해외에 발을 내딛었다. 그해 11월에는 태국 방콕에도 매장을 열면서 동남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했다. 현재 설빙 매장은 중국 24개, 태국 6개다. 지난달 30일에는 일본 도쿄에도 첫 번째 매장을 내면서 해외 시장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태국 등지에는 설빙의 해외 진출 전부터 유사 브랜드들이 생겨났다.
설빙이 지난 2014년 제작지원을 한 드라마가 중국과 동남아에서 인기를 얻자 드라마에 등장한 설빙도 함께 알려지면서 빙수 매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유사 브랜드는 계속 늘어나 현재 300여 개 수준으로 알려졌다. '설빙'이라는 상표권도 설빙이 진출하기 전에 중국 현지에 등록됐다.
설빙은 짝퉁들의 베끼기가 도를 넘었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설빙 관계자는 "현재 중국 내 상표국 등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며 "어떤 식으로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