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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 512. 잃어버린 것에 대한 의미
인도의 한 청년이 급하게 기차를 타게 됐다. 청년은 가까스로 기차를 탔지만 그만 신발 한 짝이 벗겨지고 말았다. 사람들은 매우 안타까워했다. 가난한 인도에서는 신발이 매우 귀했다. 그런데 갑자기 청년은 나머지 한 짝의 신발을 기차 밖으로 던져버렸다.
사람들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신발을 잃어버려 화가 나서 그런가요? 왜 나머지 신발마저 창밖으로 던져 버린 거죠?” 그러자 청년은 대답했다. “제가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리면 제 신발 한 짝만 찾은 사람도 신발 한 짝만 신고 다닐 수 있어요. 제가 나머지 신발까지 모두 던져줘야 신발 한 켤레를 온전히 신을 수 있어요. 비록 저는 신발이 없지만, 누군가는 제 신발을 잘 신고 다닐 테니 얼마나 행복한 일이에요.”그가 바로 간디였다.
어렸을 때는 간디의 생각을 잘 몰랐다. 내가 잃어버린 게 중요하지 다른 사람이 내 신발을 잘 신고 다니는 게 뭐가 좋은 건가 싶었다. 그리고 나라면 절대 나머지 신발을 벗어 던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간디의 생각이 맞음을 깨달았다. 뭐든 잃어버릴 때는 확실히 잃어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신발을 잃어버렸을 때의 속상한 마음까지 깨끗이 잃어버려야 한다. 내 신발을 창밖으로 던져버림으로써 남을 돕겠다는 생각까지도 잃어버려야 한다.
옛날 춘추전국시대 때 일이다. 어떤 사람이 활을 쐈는데 화살을 잃어버렸다. “노나라에서 활을 쐈는데 화살을 잃어버렸구나!”라고 하자 옆에 있던 사람이 “아니, 왜 사람이 활을 쐈는데 화살을 잃어버렸다고 해야지 노나라는 왜 집어넣습니까?”라고 따졌다. 그 말을 들은 공자는 담담하게 “그저 화살을 잃어버렸다고 하면 되지, 사람이란 말은 왜 집어넣으십니까?”라고 말했다.
화살을 잃어버렸는데 노나라는 왜 들어가고 사람은 왜 들어가는가. 그것은 사람들에게 물건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분노의 대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분노한다는 것은 아직 확실히 잃어버리지 않아서다. 무언가 잃어버렸을 때는 잃어버린 것으로 끝나야 한다.
나의 돌아가신 어머니께서는 젊은 시절 K사범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신 인재셨다. 그런데 마음이 약해서 남에게 돈만 빌려주면 이자도 못 받고 계만 들면 계주가 어느 날 야반도주해버렸다. 언젠가는 사기를 너무 크게 당해 신문에 보도가 난 적도 있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어머니를 원망했다. 결국 선친께서 박봉의 경찰공무원으로 애써 모은 재산을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두 잃고 말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생각해보니 참 잘 잃어버려주셨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무언가 시작할 힘이 생겼으니 말이다.
오늘날 내가 이렇게 부족함이 없이 살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어머니께서 재산을 확실하게 잃어버려 주셔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곧 어머니의 기일이 다가온다. 어머니께 올해는 꼭 이 말씀을 드리고 싶다. “어머니, 그때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큰 재산은 아니었지만 잃어버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 힘으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