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투어) 중계권 문제를 해결해야 새 회장을 모셔 올 수 있다. 빠를수록 좋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의 회장직무대행자인 강춘자 수석부회장이 사석과 이사진에 '조기 중계권 계약'의 필요성을 설파한 핵심 논리다. 김경자 전무도 공공연히 "물망에 오른 차기 회장이 있는 것으로 안다"는 말을 종종 해 왔다. 하지만 기자들이 '어떤 분이냐'고 되물으면 "나도 (아직은) 모른다"는 궁색한 답변을 내놓았다. 기자들이 다시 '그게(물망에 오른 후보가 있는데 아직도 모른다) 논리적으로 맞느냐"고 따지면 입을 닫아 버렸다.
그렇다면 KLPGA 집행부는 어떤 저의를 갖고 '중계권이 신임 회장을 모시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현재 KLPGA는 구자용 전 회장이 지난 1월 사퇴한 뒤로 6개월째 협회장이 공석인 상태다. 협회의 각종 주관 업무는 강춘자 수석부회장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그의 임기를 놓고 보면 장기 집권이다. 이 때문에 발언권이 센 회원들로부터 큰 원성을 사고 있다.
이 같은 주변의 여건은 자신의 체제를 더 공고히 해야 하는 위기의식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한 정회원의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불쑥 튀어나온 것이 SBS와 밀약설이다. K모와 H모 정회원은 "회원들 사이에서 강 수석부회장에 대한 많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처음 SBS와 10년 장기 계약을 논의했다는 것이 그 징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얘기의 연계 선상에서 업계에 나돌고 있는 한 가지 의혹은 'KLPGA의 차기 회장은 'SBS 윤세영 회장과 강춘자만 안다'는 루머다. 윤세영 회장이 강 수석부회장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얘기가 그것이다.
이 얘기를 종합해 보면 강 수석부회장은 SBS이란 큰 권력자를 등에 업고 '허수아비' 새 회장 모시기에 혈안이 돼 있다는 논리가 된다. 지금처럼 강 수석부회장이 KLPGA의 전권을 휘두르게 되면 신임 회장은 '얼굴마담'에 불과하다는 게 중론이다. 신임 회장에게는 현재 집행부를 구성할 사실상의 임명권도 없다. 임명권이 있지만 이미 강 수석부회장이 협회의 주요 보직에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혔기 때문이다.
과연 '허수아비' 새 회장은 누구일까. 앞에서 피에로처럼 분칠하고 얼굴만 내밀게 되는 차기 회장이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KLPGA를 끌고 갈 것인지, 어떤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지 도마 위에 오르게 될 것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