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2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이하 AVK)에 대한 판매중지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발표하면서 향후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VK가 국내에서 판매한 차량 중 배기가스 및 소음 불법인증으로 판매중단된 차량은 총 8만3000대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건으로 인증취소 및 판매중단된 12만6000대를 더하면 총 20만9000대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이 더 이상 한국 시장에서 장사하긴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사상 초유의 '판매중지'
이날 환경부는 차량 배출가스·소음 시험성적서 조작 사실이 드러난 AVK 32개 차종(80개 모델) 8만3000대에 대해 인증취소와 함께 판매중지 처분을 내렸다.
인증이 취소된 차량은 지난 2009년부터 올해 7월 25일까지 판매된 차량으로, 폭스바겐 골프·제타·파사트·티구안 등과 아우디 A4·A6 등 주요 차량들이 대거 포함됐다.
위조 서류 별로는 배출가스 성적서 위조가 24개 차종, 소음 성적서 위조 9종, 배출가스와 소음 성적서 중복 위조 1종이다. 엔진 별로는 유로6 16개 차종, 유로5 2개 차종 등 경유차 18개 차종(29개 모델)과 휘발유차 14차종(51개 모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AVK는 약 70%에 달하는 차량의 인증이 취소돼 국내에 입고된 신차를 포함해 해당 차량은 당분간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과징금은 당초 예상보다 적은 총 178억원이 부과됐다.
지난달 28일부터 개정된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제작차 인증기준을 어긴 자동차 제작사에 부과하는 1개 차종당 과징금 상한액이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인상됐다. 하지만 해당 차량들은 개정 이전에 판매된 것이어서 상향된 과징금이 아닌 기존 상한액 10억원을 적용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판매 정상화 가시밭길
AVK는 인증 서류와 관련한 지적사항을 신속히 해결한 뒤 재인증을 신청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판매중지와 인증취소 등 환경부의 행정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요구하는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AVK 관계자는 "(환경부 제재와 관련해)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또한 폭스바겐 내에서 한국 시장은 중요하기 때문에 하루 빨리 재인증을 준비해서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AVK가 재인증을 신청해도 정상적인 영업을 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환경부가 이날 인증취소 처분과 함께 향후 강도 높은 재인증 시험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환경부 홍동곤 교통환경과장은 "통상 자동차 제조사나 수입사가 자동차 인증을 신청하면 서류검토만 진행하지만 AVK 차량은 '확인 검사'을 실시하기로 했다"며 "통상 절차는 3개월이면 끝나지만 확인검사에는 수 개월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AVK의 독일 본사를 방문해 검증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어서 재인증 절차가 끝날 때까지 몇 개월이 걸릴지 예상하기 힘들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이런 과정을 거치려면 최소 5~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이 기간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자칫 한국 시장 철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AVK가 준비 중인 행정처분집행정지(가처분) 신청도 현실적으로 실익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와 업계의 대체적 판단이다. 서류조작 사실이 명백하기 때문에 행정소송을 해도 승소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또 가처분 청구가 받아들여져 자동차 판매를 재개해도 위험 부담이 따른다. 가처분 기간 자동차를 판매했는데 만약 본 소송에서 패소하면 개정된 법의 적용을 받아 1개 차종당 1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업체 관계자는 "AVK가 만약 행정 소송에서 패소하면 차량 판매로 거둔 이익보다 과징금 폭탄으로 인한 손실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애꿎은 딜러사·소비자만 피해
환경부의 이번 조치로 인해 일부 딜러사들은 유동성 위기에 내몰렸다.
토마스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그동안 수 차례 딜러사들에 서신을 보내 "한국시장 철수는 없다"며 달래기에 나서왔지만 '개점휴업' 상황이 길어질 경우 딜러사들도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AVK가 판매중단을 발표하자 일부 딜러사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주요 딜러사인 클라쎄오토는 인증중고차 사업 철수와 함께 핵심매장인 압구정 전시장을 철수했다.
기존 소비자들의 금전적 피해도 우려된다. 일단 중고차 하락 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중고차 거래 사이트 SK엔카닷컴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여 간 AVK 중고차 가격은 12% 가량 떨어져 같은 기간 BMW와 벤츠 중고차의 시세 하락률(6~7%)보다 두 배나 급락했다.
또 향후 딜러사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사후관리(A/S)를 받기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딜러사인 GS엠비즈가 지난 6월 마이스터모터스에 딜러권(전시장·서비스센터)을 넘기는 과정에서 양평에 위치한 서비스센터를 폐쇄됐다.
이에 AVK는 서류조작이 확인된 32개 차종 소유주들을 위한 인센티브 지급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동곤 환경부 과장은 "지난달 25일 청문회에서 AVK 측은 한국에서 철수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피해 차량 소유주들을 위한 보상안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구두로 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