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과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개봉 전과 개봉 초 평단과 관객들의 혹평을 받고도 180도 다른 결과를 나타내 눈길을 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인천상륙작전'(이재한 감독)은 9일 기준 누적관객수 540만 명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인천상륙작전'에 비해 한 주 늦게 개봉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누적관객수 150만 명을 기록, 박스오피스는 무려 5위까지 떨어졌다.
사실 개봉 전 관심도와 기대치로 따지면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조커, 할리퀸, 데드샷, 캡틴 부메랑 등 DC코믹스의 대표 빌런(villain) 캐릭터들을 한데 모은 작품으로 'DC의 야심작'이라 불리며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인천상륙작전'은 관련있는 몇몇 영화 관계자들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관심받지 못한 작품이다. 물론 할리우드 톱스타 리암 니슨 캐스팅에 성공하면서 '인천상륙작전' 역시 촬영 후 개봉까지 이슈 몰이는 충분히 했지만 그것이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호감을 높였던 것은 아니다. '뻔한 신파 영화 아니겠냐'는 반응이 다분했던 것.
완성된 작품이 첫 공개되는 시사회 직후 '인천상륙작전'과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바라보는 평단의 시선은 비슷했다. '인천상륙작전'은 '인천상륙작전'이 무언가 큰 잘못을 했나 싶을 정도로 혹평을 한 몸에 받았고, '수어사이드 스쿼드' 역시 'DC의 재앙', 'DC의 붕괴'라 불리며 실망감을 자아냈다.
하지만 결과는 극명하게 갈렸다. '인천상륙작전'은 500만 명에 돌파,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고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히어로 명가 DC코믹스의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흥행은 커녕 순위조차 지키지 못한 채 곤두박질 치고 있다.
결국 이는 영화의 완성도를 논하기 힘들 때 그 안에 담긴 스토리와 감성이 한국 관객들에게 통하느냐 통하지 않느냐가 관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장르와 결이 다른 상황에서 '인천상륙작전'은 국뽕, 반공, 신파 소리를 들어도, 뻔한 설정을 반복해도 애초 영화를 만든 기획자의 의도와 정체성을 명확하게 보였지만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이것 저것 짬뽕시키며 이도 저도 아닌 '망작'으로 흘러가게 만들었다.
한국 영화가 외국 영화에 비해 결과적으로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탓도 있겠지만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적인 정서를 녹여내 호불호가 갈려도 '호'가 있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냈다. 촌스러워도 이해할 수 있고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라는 히어로 물에 관객이 바라는 것은 오히려 간단하다. 제작비를 쏟아부은 티가 날 정도로 보는 맛이 있고, 시원하고 통쾌한 한 방만 있으면 관객은 열광한다. 하지만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악당들을 소재로 삼은 영화에서 구구절절 진부한 스토리를 나열하며 관객들의 혀를 차게 만들었다. 아무리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할리퀸이라도 영화 전체를 살려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몰락으로 한국 영화들은 예상 밖 호재를 맞았고 스크린을 지배할 수 있게 됐다.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마블의 '어벤져스' 못지 않은 흥행력을 보일 것이라 예측됐지만 발 끝도 따라가지 못하며 주저 앉았기 때문. 이로 인해 8일 박스오피스 1, 2, 3위는 모두 한국 영화가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