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첫 방송된 tvN 새 금토극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는 KBS 2TV '꽃보다 남자'를 능가하는 오글 대사와 상황을 선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량식품처럼 이상하게 끌리는 매력이 있는 첫방송이었다.
이날 방송은 빠른 이야기 전개를 보여줬다. 박소담(은하원)의 가정 환경과 성격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재벌 3세 정일우(강지운) 안재현(강현민) 이정신(강서우) 캐릭터 설명까지 끝냈다. 지루할 틈 없었다. 다만 문제는 클리셰와 오글 거리는 대사였다.
시작부터 대단했다. 정일우는 소매치기 당한 여자 행인의 가방을 되찾아줬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정일우의 모습부터 마치 인터넷 로맨스 소설을 떠올리게 하더니, "지금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났다. 이 가방은 제 유리구두"라고 말하는 행인의 대사로 오글 수치가 대폭 상승했다.
또 다른 남자주인공 안재현의 경우도 마찬가지. 안재현은 희대의 카사노바라는 설정의 인물이다. 그는 "나에겐 여자는 딱 둘이다. 이미 만난 여자랑 앞으로 만날 여자"라며 허세 가득한 행동과 대사를 늘어놨다.
정일우와 안재현이 붙자 오글 수치는 더욱 더 상승했다. 안재현은 사촌동생인 정일우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대드는 정일우에게 "설마 후계자라도 될 줄 알고? 착각하지 마라. 넌 그냥 떨거지"라고 경고했다.
두 남자와 박소담의 첫 만남도 인터넷 로맨스 소설을 떠올리게 했다. 정일우의 경우 편의점 알바와 손님으로, 안재현의 경우 클럽으로 배달을 간 피자 배달부와 클럽 손님으로 만났다. 일련의 사건 이후 정일우와는 악연, 안재현과는 계약 연애로 얽히게 됐다.
극 중 하늘그룹의 회장이자 이들의 할아버지인 김용건(강회장)의 다섯 번째 결혼식은 오글 설정이 극에 달했던 대목. 돈이 필요했던 박소담은 안재현의 약혼녀 행세를 했고, 이를 목격한 정일우는 화를 내면서 "돈이 그렇게 필요하냐"고 물으며 돈다발을 박소담에게 뿌렸다.
인터넷 로맨스 소설에 등장하는 클리셰를 모두 모아놓은 모습이었다. 캐릭터 설정부터 각 인물의 성격, 첫 만남까지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 전개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상하게 끌리는 면도 없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 예상 가능한 행동과 대사가 드라마를 가득 채웠지만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만드는 '심쿵 포인트'도 분명 존재했다.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는 방송 전부터 '꽆보다 남자'와 비교돼 왔다. 나이대만 스무살로 올라왔을 뿐, 가난한 여자를 두고 싸우는 재벌 3세의 모습은 두 드라마의 공통점이다. 이날 공개된 첫 방송은 '꽃보다 남자'를 능가했다. 작정하고 클리셰를 모아놓은 덕분이다.
'꽃보다 남자'가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듯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또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안방극장을 공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