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업계가 '디젤 신차'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정부의 인증 절차가 부쩍 까다로워지면서 당초 계획했던 신차 투입 일정이 기약 없이 미뤄지거나 무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피아트크라이슬러(FCA)코리아는 지난해 10월 환경부에 '2016년형 지프 체로키 디젤' 차종에 대한 인증을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보류된 상태다. 10개월 넘게 국내 인증을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환경부는 FCA코리아 측에 체로키 디젤 모델의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및 희박질소 촉매장치(LNT) 등이 실제 운전 조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보완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의 사례와 같이 실험실에서만 작동하고 외부에서는 작동을 하지 않는지 여부 등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통상적으로 지난해 출시됐어야 할 2016년 디젤 모델은 아직까지 출시 일정조차 잡고 못하고 있다. FCA코리아 관계자는 "해당 모델은 아직 인증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별히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요구하는 문서·자료 등을 준비해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신형 E-클래스 디젤' 모델 출시를 놓고 애간장을 태운 바 있다. 당초 벤츠코리아는 지난 6월 말 신형 E클래스의 가솔린, 디젤 모델을 함께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정부의 인증이 지연되면서 가솔린 4개 라인업만 먼저 출시해야 했다. 디젤 모델은 지난 12일 인증을 신청한 지 3개월 만에 간신히 정부 인증 절차를 통과했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E-클래스의 경우 디젤의 판매 비중이 높은데, 그동안 환경부의 인증을 기다리느라 출시가 2개월 정도 늦어졌다"며 "지금이라도 판매를 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들 업체와 달리 올해 디젤 신차 계획을 아예 접은 곳도 있다.
아우디코리아는 지난 5월 9세대 '뉴 아우디 A4'를 출시했지만 아직까지도 디젤 모델에 대한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신 가솔린 모델의 판매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폭스바겐코리아도 오는 9월 출시 예정이던 '신형 티구안'과 '파사트GT'의 출시를 잠정 보류한 상태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정부의 영업 정지와 함께 인증 절차가 강화되면서 사실상 연내 출시 계획은 무산된 상태"라며 "언제 인증 절차에 들어갈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신차 출시가 늦춰지거나 무산되다 보니 수입 디젤차의 판매량은 빠르게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24% 감소한 2만707대를 기록했으며 그중 디젤 자동차는 전년 대비 42.2%가 줄어든 8286대로 집계됐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인증 강화로 올해 들어 디젤 신차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며 "여기에 최근 환경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수입 승용차 시장에서 디젤 판매 비중이 70%를 넘나들던 시절은 다시 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