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아는형님' tvN '신서유기' 등 출연하는 곳마다 신들린 입담으로 유행어를 만들어내는 이수근(41).
2013년 11월 불법도박혐의로 모든 방송서 하차하고 18개월간 자숙한 뒤 지난해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수근이 이제야 제 컨디션을 찾은 모양이다. '흥행 PD' 나영석·'1박 2일' 원년 멤버들인 강호동·이승기·은지원 등과 '신서유기'에 출연할 때마다 '당장 하차시켜라'는 비난도 많았다. 그 비난은 오래 갔다. 맡는 프로그램마다 '이수근을 출연시키지 말아달라'는 반응이 쇄도했다.
당연히 그의 고민도 깊었다. "욕 먹어 마땅하죠. 그럼에도 복귀하고 싶었던 건 웃음을 주고 싶어서였어요. '웃음도 됐으니 나오지마'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웃음을 주고 싶어 한 번은 용기내서 나왔어요. 용서 못 하는 것도 당연해요. 용서 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알고요."
이수근의 진가는 '아는 형님'에서 입증됐다. 강호동에게 깐족거리는 개그와 적재적소에 터뜨리는 애드리브는 '대박'이다. 이수근의 애드리브만 모아 놓은 영상이 따로 만들어질 정도로 화제다. 이상민을 가리키며 '현모양처(현재 모양이 처량한 사람)'라 말했고 대중이 쓰는 유행어로 번졌다. "제가 잘해서라기보다 멤버들이 잘 받아주니 웃고 까부는 거죠. 원래 말하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이 더 중요해요. 전 듣는 걸 잘 못해 고치려 노력하고 있고요. 워낙 호흡이 좋다보니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웃음이 터지고요."
그는 친정인 KBS 2TV '개그콘서트' 걱정도 많았다. 하락세가 길어지고 있는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누구보다 안타깝다. 그래서 쓴소리도 신랄하다. "늘 잘 된 건 아니었어요. 침체기와 전성기의 교차가 있었죠. 이번엔 그 시기가 조금 길어질 뿐인데 모두가 각성하고 다시 웃음을 책임져야죠."
방송에서는 거리낌없이 웃음을 줬지만 실제로 만난 이수근은 아직까지도 조심스러워 보였다. 인터뷰 내내 '죄송하다' '다시는'이라는 단어를 끊임없이 반복했다. 몸이 좋지 않아 술도 입만 가볍게 댔다.
-취중토크 공식 질문이에요. 주량이 어떻게 되나요.
"통풍이 심해져서 거의 안 마셔요.가끔 (강)호동형·(서)장훈형 등이랑 어울리는데 소주 한 잔 정도요. 술을 안 마시는데 자리에 앉아있는 것도 아닌 거 같아 요즘은 참석도 안 하는 편이에요."
-원래 술 잘 마셨죠.
"엄청 좋아했죠. 취하지 않았어요. 들이 부어도 취하지 않았는데…. 건강이 우선이에요."
-술마시면 어떤가요.
"예전에는 고민이 없어 술마시고 방송 해도 상관 없었는데 지금은 몸이 반응하니 안 마셔야죠. 통풍 때문에 매일 약을 먹어요. 안 먹으면 걷지 못 하고 집중을 못 해요. 통풍 때문에 술 안 마시니 정신이 말짱해졌어요."
-연예계 주당이 많아요.
"그쵸. (신)동엽이형은 맥주를 좋아해요. 한 자리 앉아서 길게 마시는 걸 좋아해요. 호동형은 배부를 때까지 마셔야하고 안주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알차게 먹어요."
-인기를 실감하나요.
"예전에는 남녀노소가 알아봤는데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요."
-요즘 예능감이 물올랐어요.
"혼자 까부는 거죠 뭐. 옆에서 리액션 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묻힐텐데 주변 사람들이 잘 해주니깐요. 5명 이상이 나오는 예능은 재미있는 멘트해도 안 받아주면 소용없거든요. 그런 면에서 '아는 형님'은 완벽해요."
-애드리브만 모아 놓은 영상도 있어요.
"하하하. 몰랐는데 주변 사람들이 보내줘서 알았어요. 이렇게 까지 좋아해줘 감사하고 그렇게 재미있나 싶어 보면 웃기긴 하더라고요.(웃음)"
-그런 애드리브는 즉흥적으로 떠오르나요.
"어릴 때부터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행사를 많이 다녔어요. 행사장은 즉각 반응해야하는 상황이 많아요. 그러다보니 그쪽으로 뇌가 발달한 거죠."
-타이밍을 노리는 건 아니라는 거죠.
"예. 그냥 힘 빼고 가만히 있다가 어떤 말이 딱 들리면 입에서 먼저 튀어나와요. 그나마 사랑받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장점이죠."
-어떤 스타일의 개그를 좋아하나요.
"인신공격은 하지 않아요. 선호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말을 툭 던져놓고 반응이 좋았던 건 수첩에 적어두고 다음 행사에 가기 전에 미리 예습해요. 분위기 어색할 때 유도하는 질문이 몇 개 있었죠."
-현장에서 익힌 노하우 덕이 크네요.
"수련원에서는 청소년을 상대하잖아요. 누구나 겪어왔지만 얼마나 말이 많아요. 집중시키기 너무 힘들어요. 처음 행사 다닐때는 앞이 깜깜했어요. 몇 차례 나가면서 익숙해지고 점점 유연해졌죠. 또 기타 하나 들고 버스에서 몇 시간씩 '원맨쇼'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뒤뜰 야영도 있어요. 청소년보다 더 어린 친구들 상대로요."
-수익은 괜찮았나요.
"그때가 1990년대 말이에요. 아예 고정적으로 한 건물서 한 달에 300만원씩 받으며 행사한 적도 있어요. 당시 직장 다니는 친구들이 120만원 정도 월급을 받았으니 많이 받은 셈이죠."
-'아는 형님' 인기가 상당해요.
"지금의 인기를 끌기까지 위기도 있었어요. 사실 보이지 않는 마지막 촬영도 했었는데 편집이 됐죠. 학교 컨셉트가 분위기 반전을 가져왔죠."
-원래 알던 사람들인가요.
"(김)영철형은 코미디언 선배고 장훈형은 지인을 동반해 몇 번 만나 술 마신 적 있어요. (민)경훈이는 '고음불가'때 봤어요. 오히려 (이)상민형이 처음이었어요."
-처음부터 분위기 좋았나요.
"다같이 에너지 넘치게 했어요. 근본 없이 재미 위주로 가자는게 모토였죠. 생각보다 반응이 오지 않아 고민했죠. 마니아층이 형성 됐다며 주변서 재미있다고 하는데 결과물이 안 좋으니 씁쓸했죠. 끊임없이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어요."
-탁재훈 씨와 만남이 묘했어요.
"사실 다른 게스트 나왔을 때랑 달랐어요. 마음 한 구석이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게 있었어요. 그동안 만나면 안부만 물었거든요. 어제 만나도 '잘 지내죠'하고 이틀 뒤 만나도 '잘 지내시죠'라는 안부만 3년 물었는데 '아는 형님'서 보니 묘하더라고요."
김진석 기자 superjs@joongang.co.kr 사진=박세완 기자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