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시장 개봉한 영화에는 카메오만 무려 15명이 출연했다. 이제 누구든 나오지 않으면 섭섭할 정도로 카메오는 현 영화계의 가장 돋보이는 유행이자 한 작품에 한 명은 꼭 등장하는 아역 배우처럼 필요충분조건이 됐다.
카메오가 가장 많이 등장한 작품은 단연 '인천상륙작전'. '인천상륙작전'에는 박성웅, 추성훈, 정준호, 김영애, 김선아에 심은하의 두 딸까지 7명이 등장했고, '국가대표2'에는 조진웅, 배성재 아나운서, 박소담, 하니(EXID), 윤현민 등 5명, 그리고 '덕혜옹주'는 백윤식, 고수가 모습을 보였고, '부산행'은 심은경이 오프닝 시퀀스에 등장해 하드캐리 했다.
개봉 후 주연 못지않은 극찬을 받은 카메오는 바로 '부산행' 좀비 심은경이다.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서울역' 목소리 연기를 인연으로 '부산행'까지 출연하게 된 심은경은 혹여 관객들이 심은경이라는 정체에 더 관심을 가질까 싶어 일부러 얼굴을 최대한 가린 채 몸연기에만 집중했다.
카메오 출연임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좀비 연기를 위해 2개월 전부터 안무를 배우는 등 특별훈련을 마다하지 않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심은경은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으로 확정된 '염력'(가제)에도 합류, 연상호 감독의 페르소나로 활약할 전망이다.
'인천상륙작전' 카메오는 오랜 인맥을 통해 완성됐다. '인천상륙작전' 촬영 당시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던 이정재에 의해 한솥밥을 먹은 박성웅, 김선아의 출연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특히 제작사 정태원 대표는 카메오로 출연한 모든 배우와 남다른 인연을 자랑, 그 비하인드 스토리에 관심을 높이기도 했다.
정태원 대표는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박성웅은 무명 때 '무영검'이라는 작품을 함께 했고, 정준호야 친한 것을 많은 분들이 아실 것 같다. 추성훈은 내가 데뷔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다. 예능 프로그램과 CF 등 걸려있는 것이 많았는데 본인이 욕심이 났는지 머리를 빡빡 깎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김선아 씨도 오래 된 친분이 있고 김영애 씨는 교회를 통해 인연을 맺었다. 물론 인연 때문만은 아니다. 엄마 역할에 김영애 씨가 아닌 다른 배우는 생각할 수 없었다"며 "심은하 씨 딸들은 남편이 나와 호형호제 하고 지내는 사이라 출연이 성사됐다. 굉장히 예쁘고 엄마의 피를 물려받아 연기도 잘한다. 디렉션을 명확하게 알아듣고 끼 자체가 다분하다"고 극찬했다.
'덕혜옹주'의 백윤식 역시 '부산행' 심은경과 마찬가지로 오프닝 시퀀스를 담당했다. 극중 고종황제로 분한 백윤식은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 앞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지만, 노년에 낳은 딸 덕혜옹주 앞에서는 왕이기 전 딸에게 무한 사랑을 퍼주는 아빠의 모습을 내비친다. 하지만 결국 독이 든 약을 먹고 사망에 이르는 고종황제의 말년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면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큰 몫을 했다.
이와 함께 고수는 덕혜옹주와 고모-조카 관계이자 일제에 강하게 저항한 이우 왕자 역할로 특별출연했다. 허진호 감독은 이우 왕자의 잘생긴 외모와 고수의 싱크로율이 100% 맞아 떨어진다고 판단, 고수에게 출연을 제의했고 고수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짧은 시간 일본까지 건너가 촬영에 임하는 열정을 보였다.
'국가대표2'에는 전작 '국가대표'와 인연이 있는 조진웅이 해설자로 다시 한 번 등장해 의리를 다졌다. '국가대표' 개봉 때만 해도 무명 배우에 가까웠던 조진웅은 몇 년 새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로 성장, 역대급 카메오의 방점을 찍었다.
또 후반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박소담은 '국가대표2'의 진정한 히든카드로 활약했고, 관객들이 거의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EXID 하니도 카메오로 스크린의 느낌을 맛봤다. 여러 장면을 촬영했지만 아쉽게도 본편에서는 편집됐다고. 윤현민은 데뷔 전부터 쌓아 온 김종현 감독과의 인연으로 우정 출연에 응했다.
카메오는 아니지만 '부산행'에서 좀비를 연기한 배우들과 '터널'의 강아지 탱이는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캐릭터로 신 스틸러 몫을 해냈고, 매드크라운 동생으로 잘 알려진 배우 조현철은 '터널'에서 구조대원 막내대원으로 등장, 재미를 배가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