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를 뛰어 넘어 끈끈한 우정을 쌓은 선후배 이천수(35)와 유상철(45)이 뭉쳤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많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주역이자 K리그 울산 현대의 레전드다. 그리고 이번에 JTBC에서 단독 중계하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해설위원으로 다시 하나가 됐다.
한국과 중국의 최종예선 1차전(9월 1일)을 앞두고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서울시티클럽에서 만난 두 위원은 거침없이 수다를 떨었다. 슈틸리케팀을 향한 기대, 후배들을 향한 조언, 최종예선 전망 등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대화를 이어갔다. 그 속에는 재미가 넘쳤다. 특유의 입담을 뽐냈다. 그리고 냉정한 분석과 따끔한 충고도 담겨 있다.
◇나와 닮은 꼴 선수는?
"현 대표팀에서 자신과 닮은 선수가 있나요?"
두 위원에게 물었다. 이천수 위원이 먼저 유상철 위원에게 한 명의 선수를 추천했다. 이 위원은 "내가 봤을 때 (유)상철이 형과는 장현수가 닮았다. 상철이 형은 한국 최초로 멀티 플레이어라 불린 선수다. 현수도 멀티 플레이어다"고 설명했다.
유 위원도 장현수(25·광저우 푸리)를 인정했다. 멀티 플레이어라는 요소가 가장 중요했다. 유 위원은 선수 시절 최후방 수비수부터 최전방 공격수까지 모든 포지션을 소화했다. 지난 1998년 K리그 득점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유 위원은 "장현수는 공을 잘 차는데 튀지 않는다. 중앙 수비수, 중앙 미드필더, 풀백 등 다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이런 멀티 성향이 나와 비슷한 것 같다"며 "차이점이 있다면 공격 성향은 내가 장현수보다 조금 더 강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유 위원은 닮은 꼴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던졌다. 유 위원은 "많은 포지션을 소화하다 보면 멘붕이 올 때가 있다.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그랬다"며 "그래도 지도자가 인정하니 그렇게 뛰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분명 멀티는 잃는 것 보다 얻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황희찬(20·잘츠부르크)을 꼽았다. 당돌한 대표팀 막내에 초점을 맞췄다.
이 위원은 "나와 닮은 선수는 황희찬이다. 일단 스피드가 빠르다. 또 체구는 작은데 몸싸움을 피하지 않는다. 또 파울을 하면서 상대의 심리를 건드리는 모습도 나와 비슷하다"고 웃었다.
이어 그는 "대표팀 막내인데 기가 죽어서 움츠리지 않더라. 내가 A대표팀에 처음 뽑혔을 때가 19세였다. 나도 막내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이 부분 역시 나와 닮았다"고 반겼다. 유 위원도 "황희찬이 어리지만 자신감 넘치는 게 천수와 닮았다"고 거들었다.
◇한중전 예상은?
이들은 공한증을 이어 온 선배들이다. 유 위원은 중국전에서 8경기 나섰고 이 위원은 3경기를 뛰었다. 당연히 한 번 도 중국에 지지 않았다.
유 위원은 "중국이 투자를 많이 한다지만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중국 선수들 프로의식이 부족하다. 수준 역시 아직 올라가지 않았다"며 "그들은 한국 축구를 두려워한다. 한국은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된다. 한국이 쉽게 이길 수 있는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구자철이 첫 골을 넣을 것 같고 한국이 2-0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위원 역시 "공한증을 이어 갈 것이다. 중국이 한국을 한 번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데 아직 멀었다"며 "중국은 단합이 안 된다. 중국 선수들은 개인주의고 성격이 더럽다. 손흥민과 권창훈의 연속골로 2-0으로 한국이 이길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위원은 또 "중국 우레이가 가장 위협적이다. 스피드도 있고 기세가 올라왔다"고 경계하면서도 "손흥민이 이번에는 한 건 해낼 것이다. 올림픽에서 힘들었는데 이번 중국전에서는 기쁨의 눈물을 흘릴 것"이라며 손흥민을 믿었다.
◇한국의 당연한 월드컵 진출?
두 위원 모두 한국 축구팬들에게 당부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당연한 월드컵 본선 진출은 없다'는 것이다. 한국이 아시아 최초로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니 팬들은 당연한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유 위원은 "적은 인구에 8회 연속 월드컵 진출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고 내뱉었다. 이어 "예전 한국은 아시아에서 정말 강한 팀이었다. 하지만 지금 아시아는 다르다. 중국과 중동 등에서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투자를 하면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최종예선을 통과하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이 됐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시기는 지났다. 한국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저력과 투지와 노력으로 본선에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 위원은 "월드컵 본선행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시아에서 투자를 많이 하면서 최종예선은 어려운 과정이 됐다"며 "국민들은 월드컵은 당연히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종예선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당연히 통과한다는 생각이 선수들에게 더 큰 부담감으로 다가온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8회 연속 월드컵 진출은 엄청난 업적이다. 9회 연속은 정말 위대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두 위원 모두 울리 슈틸리케(62) 감독을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그동안 지지 않은 경기를 한 것은 긍정적이다. 수비 안정화가 됐다. 선수 발탁과 기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하면서 "아직까지 강팀과 꾸준히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최종예선 무대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진정한 모습이 나올 것이다. 희망을 기대할 만하다. 많은 팬들이 응원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