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 1년 중 최고 성수기라 불리는 여름시장을 '해피엔딩'으로 마친 영화계는 곧 바로 추석 대목을 맞이할 준비에 분주하다. 9월 7일 하루에만 무려 7편의 영화가 개봉한다. 하지만 여름시장이 워낙 크고 성과가 좋았던 탓일까. 추석시즌 한국 영화는 '밀정'과 '고산자, 대동여지도' 단 두 편이다. 다만 '달빛궁궐', 로빈슨 크루소', '장난감이 살아있다' 애니메이션만 세 편이 개봉, 어린 관객들과 가족 단위 손님들을 맞이하며 특수를 제대로 노릴 전망이다. 또 애니메이션을 표방한 실사 영화 '거울나라의 앨리스', 재개봉 '포레스트 검프' 역시 눈여겨 볼 만 하다. 그 중 주목할만한 네 편의 작품을 선택해 티켓팅에 도움 될 만한 포인트를 꼽아봤다.
▶밀정 줄거리: 192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의열단 리더 김우진에게 접근하는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 이정출의 스파이 물. 출연: 송강호·공유·한지민·엄태구·신성록·이병헌 등 감독: 김지운 등급/러닝타임: 15세 관람가/140분 300톡: 시작부터 천만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천만배우와 천만배우가 뭉쳤다. 송강호의 간사함, 공유의 섹시함을 이끌어 내 매력을 증폭시킨 작품이다. 송강호 특유의 말 맛과 깎아 놓은 듯한 공유의 비주얼은 관객들로 하여금 '눈호강'을 제대로 하게 만든다. 스파이 물이지만 긴장감이 넘치거나 스펙터클한 장면 보다는 감정에 치중해 몰입도를 높였다. 김지운 감독의 스타일이 돋보이며 한 장면 한 장면 공들여 찍은 티가 난다. 무엇보다 주인공을 잡아먹는 카메오 이병헌은 영화와 관객들의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의 등장 만으로 영화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고산자, 대동여지도 줄거리: 시대와 권력에 맞서 대동여지도를 탄생시킨 지도꾼 김정호의 감춰진 이야기. 출연: 차승원·유준상·김인권·남지현·신동미 등 감독: 강우석 등급/러닝타임: 전체관람가/120분 300톡: 진입장벽이 낮다. 무려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전 세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각 세대가 좋아할 만한 요소가 곳곳에 배치돼 있어 흥행력이 상당할 전망이다. tvN '삼시세끼'로 친근감을 쌓은 차승원과 늘 친근한 김인권의 찰떡 호흡이 유치한 유머마저 품격있게 만든다. 구멍없는 연기력도 '고산자'의 자랑. 직접 발품판 덕에 퀄리티도 한층 높아졌다. 마라도부터 백두산 천지까지 CG없는 대한민국 자연 경관을 앉은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뻔하지만 상업적으로 잘 풀어낸 영리한 작품이다. '짠' 하고 등장하는 대동여지도와 독도는 완벽한 눈물 포인트다.
▶달빛궁궐 줄거리: 600년 만에 깨어난 창덕궁에서 펼쳐지는 열세살 소녀의 궁궐판타지 어드벤처 (목소리)출연: 이하늬·권율·김슬기·김서영 등 감독: 김현주 등급/러닝타임: 전체관람가/80분 300톡: 일본을 대표하는 판타지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부럽지 않은 한국형 애니메이션의 탄생이다. 창덕궁 건립 이래 처음으로 영화 시사회를 개최, 주목도를 높였다. 배경부터 의상까지 한국 애니메이션이라는 정체성을 확고하게 내비치며 우리나라가 이렇게 아름다웠는지 새삼 감탄케 한다. 애니메이션 특유의 교육적 스토리 뿐만 아니라 상상력을 높일 수 있는 판타지까지 녹여내면서 어른도 즐길 수 있는, 어른들이 특히 더 좋아할 스토리를 완성했다. 이하늬 권율 김슬기로 이어지는 목소리 연기는 친숙함과 신선함을 더했다. 낯설지 않고 거슬리지도 않는다. 최근 표절논란이 불거져 큰 액땜을 치른 것이 흥행에 어떤 영향력을 끼칠지 지켜 볼 일이다.
▶거울나라의 앨리스 줄거리: 출연: 조니 뎁·앤 헤서웨이·미와 와시코브·헬레나 본햄 감독: 제임스 보빈 등급/러닝타임: 12세관람가/112분 300톡: '정글북'에 이은 디즈니의 라이브 액션 작품이다. 전 세계 10억불 흥행 신화를 일으킨 전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성공으로 명품 제작진이 다시 한 번 의기 투합했다. 루이스 캐럴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더했다. 업그레이드 된 최첨단 시각효과는 '거울나라의 앨리스'를 꼭 스크린에서 눈에 담아야 할 이유 중 하나다. 믿고보는 팀 버튼 감독의 건재함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동심을 전하는 영화 분위기와는 전혀 맞지 않는 사생활로 전 세계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주인공 조니 뎁이 넘어야 할 큰 산이다. 하지만 '악마의 재능'이라 불리는 미(美)친 연기력은 미친 캐릭터를 만나 역시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