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 대작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SBS 월화극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단순 지표인 시청률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연기력과 제작비를 어디 쏟아부었는지 모를 정도의 밋밋한 세트까지 뭐 하나 똑 떨어지는게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남자주인공인 이준기와 강하늘의 연기력만이 어둠 속 빛나는 유일한 희망이다. 오죽하면 시청자들로부터 '이준기·강하늘이 멱살 잡고 끌고 가는 드라마'라는 놀림까지 받고 있다.
'달의 연인'은 홍보부터 총력을 기울였다. 방송 일주일 전 언론을 상대로 1·2회 시사회를 열고 김규태 감독과 Q&A 시간을 가졌다. 또한 제작발표회 당일에는 '유니버셜 론칭 파티'까지 열었다. 배우들과 기자들이 우아하게 칵테일을 마시며 얘기를 나누는 자리. 국내 드라마 홍보에서 전례없던 일이었다. 그러나 결과가 참담하자 '샴페인을 일찍 터뜨렸다'는 말만 나올 뿐이다.
불과 4회만에 5%대까지 떨어진 시청률, 앞으로 남은 16회동안 반등의 기회는 있을까.
◆ 추락하는 것에 날개 없어 무서울만큼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다. 1·2회가 연속 방송됐고 7.4%·9.3%(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다. 그러나 3회 7.0% 4회는 5.7%까지 떨어졌다. 동시간대 박보검·김유정 주연의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이 20%까지 다다른 것에 비해 너무 초라한 성적표다. 중국 원작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태조 왕건 사후 고려 황권을 두고 펼치는 황자들간 경쟁이 핵심 얘기다. 그러나 4회까지 보여준 건 아이유(해수)의 '고려시대판 어장관리녀'다. 아이유와 러브라인이 연결된 황자가 무려 네 명. 이준기(왕소)·강하늘(왕욱)·백현(왕은)·지수(왕정). 요즘말로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로 전락한 여자주인공의 캐릭터가 아쉽다. 또한 제작비가 150억원이나 들었지만 클로즈업마다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세트도 지적 대상이다.
◆ '연기천재 아이유' 어디에 김규태 감독은 1·2회 시사 후 기자들에게 "아이유를 보면 천재라는 생각이 든다. 예술적 감성은 물론이고 이성적으로 작품을 대하는 분석력과 해석력, 디테일한 계산과 상대와 호흡까지 예리하고 영민한 친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말은 방송 후 놀림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뭘 보고 놀라는 건지 무슨 연기를 해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징징거리는게 전부다. '어떤 캡처를 해도 표정이 다 똑같다'는 시청자들의 일침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 노래 부를 때의 또박또박한 발음은 현대에 두고 왔는지 온데간데없다. 말투도 상당히 어색하다. 현대에서 고려시대로 간 여인이라곤 하지만 말투가 어색하기만 하다. 논란이 될 것을 알았는지 일찌감치 아이유는 "초반에 사극말투를 사용하지 않는다. 감독님이 최대한 사극 말투를 쓰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현대·사극·적절히 섞은 말투를 고루 사용한다"고 말했다.
◆ 할 수 있는 극약처방 몽땅 경쟁작 '구르미 그린 달빛'을 걱정해 최초 방송도 파격적인 1·2회 연속 편성이었다. 시청률은 어느 정도 선방했으나 그것이 전부였다. 3회부터 하락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제작진이 내세운 처방은 감독판 재편집본. 지난 주말 1~3회 '감독판 재편집본'을 연속 방송했다. 세 편을 연달아 방영하는 일도 드물지만 재편집하는 것도 처음이다. 자막을 삽입해 고려의 역사와 인물관계를 풀이해 이해를 도왔다. 그러나 20회 내내 재편집본을 내보낼 수 없는 노릇. 제작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VOD 서비스도 무료다. 다른 드라마가 유료인 것에 비해 파격적인 대접이다. 방송 전에는 홍보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1·2회 언론 시사회를 열고 기자들의 반응을 미리 체크했고 칵테일 파티를 열고 분위기를 달궜다. 이 같은 노력에도 결과물이 좋지 않자 안타까운 시선만 많아지고 있다.
◆ 이준기·강하늘과 O.S.T의 힘 이준기와 강하늘, 두 배우의 열연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대립하는 황자인 두 사람은 그나마 드라마를 보게 하는 버팀목이다. 이준기는 시작부터 냉혹한 모습을 보이는 등 거친 매력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개늑대'라는 살벌한 캐릭터를 날카로운 카리스마로 표현함은 물론 까칠한 척 애정을 갈구하는 모습도 있다. 또한 단정하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강하늘의 절제된 연기도 압권이다. 두 사람이 대립하는 장면이 드라마를 보게 하는 힘이다. 뿐만 아니라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조연들의 연기도 흠 잡을 데 없다. 박지영·김성균·조민기 등 연기력에 대해 1%도 의심할 것 없는 중견 배우들이 이끌어가는 몫도 상당하다. 태연·엑소·악동뮤지션·백아연 등의 드라마 삽입곡은 듣는 즐거움을 준다. 3대 가요기획사 가수들이 한 드라마에 참여한 건 처음. 보는 아쉬움을 듣는 기쁨으로나마 달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