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10년 전 '커피프린스'의 향기가 풍겼다. 아니, 그보다 진화된 고백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홀렸다.
12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은 시청률 20%를 넘기며 박보검의 '광화문 공약'을 현실화 시킬 수 있게 됐다. 그 중심에는 박보검(이영)과 김유정(홍라온)의 '뽀뽀신'이 있었다.
이 날 방송에서 박보검은 김유정에게 꾹꾹 눌러 담았던 마음을 고백했다. 앞서 김유정에게 "내 곁에 있어라"라며 제 마음을 에둘러 표현했던 박보검은 이 날 "이 말도 안되는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매일 나 자신에게 끊임 없이 질문을 했고 해답을 찾았다"며 "연모한다"고 말한 것.
이어 정체가 무엇이든 내관복을 입고 있는 김유정에게 키스를 날려 '조선판 게이세자'의 탄생을 알렸다. 이는 10년 전 방송된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 비해 한 단계 진화한 '남남(男男)고백'으로 시대만 조선시대일 뿐 드라마가 방송되는 2016년에 딱 걸맞는 설정이었다.
10년 전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공유(최한결)는 윤은혜(고은찬)가 여자라는 사실을 모른 채 "네가 남자건 외계인이건 상관없어. 갈데까지 가보자"고 고백했다. 이는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회자되면서 명대사, 명장면, 명연기로 남아있다.
하지만 공유는 윤은혜에게 고백하기까지 수 많은 경우의 수를 따졌고, 자신의 마음을 외면했고, 윤은혜에게 상처 아닌 상처를 주기도 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 속 박보검은 제 마음이 무엇인가 고민하긴 했지만 김유정이 다칠까 걱정했고, 상처 받으면 더 아파했다. 질투를 숨기지 않았고 본인만 아닌 척 누가봐도 아끼는 츤데레 면모를 뽐냈다. 결국 마음까지 드러내면서 해피엔딩의 정점을 찍었다.
박보검은 "난 세자이기 전에 사람이고 한 사람이다. 내가 너를 연모하고 있다는거 그게 내 대답이야"라며 "내 마음을 틀렸다 하지 말거라. 제 멋대로 가버린 마음을 어떻게 맞다, 틀리다 할 수 있겠냐고. 내가 한번 해보려 한다. 그 못된 사랑"이라고 전했다. 거리낌없는 세자의 직진 본능에 시청자들은 그저 행복하다.
물론 고백만 빠를 뿐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는 수두룩하다. 박보검이 김유정의 정체를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모호한 상황에서 김유정이 '홍경래의 난'을 일으킨 장본인의 자식이라는 의구심도 증폭됐다. 또 결정적으로 여느 드라마와 달리 박보검과 김유정의 신분 격차 자체가 크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구르미 그린 달빛'에 빠져들면 빠져 들수록 짠내나는 스토리가 이어질까 내심 불안해 하고 있는 것. 그간 정통 사극에 버금가는 진중함과 개그 프로그램 뺨치는 퓨전 사극의 재미를 적절하게 녹여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휘저어놓은 '구르미 그린 달빛'이 앞으로 어떤 전개를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