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소니(Go! Sonny)." 토트넘과 선덜랜드의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 경기가 막 끝난 19일(한국시간) 화이트 하트 레인구장. 1-0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구장을 꽉 채운 토트넘 팬들은 이렇게 외쳤다. 마치 '손흥민(24·토트넘)의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외치는 듯했다.
토트넘은 이날 선덜랜드를 제물 삼아 5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달렸다. 동시에 승점 11점째를 획득하며 리그 3위로 올라섰다. '히어로'는 손흥민이었다. 득점과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으나 경기 내내 그라운드 곳곳을 누비며 선덜랜드를 궁지에 몰아 넣었다. 영국의 스포츠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최우수선수(MOM·Man of the match)로 '소니'를 지목했다.
◇소니, 경기를 지배하다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손흥민은 경기 내내 선덜랜드의 골문을 위협했다. 팀 내 최다인 7차례 슈팅을 시도했고, 이 중 유효 슈팅은 2개 인정됐다. 총 5개의 키패스와 함께 드리블 돌파 역시 3차례나 성공시켰다.
극찬이 쏟아졌다. 축구해설가로 활동 중인 'EPL 전설' 티에리 앙리(39·프랑스)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말 대단했다. 손흥민이 문전으로 수차례 훌륭한 크로스를 올렸다. 선수들이 제대로 발을 갖다 댔다면 어시스트를 기록했을 것"이라며 "득점은 없었지만 측면에서 상대 수비선수를 완벽히 공략했다"고 호평했다. 비시즌 내내 괴롭혔던 '이적설'을 극복하고 제자리를 찾았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앙리는 "손흥민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토트넘을 떠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스토크시티전 등에서 활약하면서 자신이 토트넘에서 활약할 만한 선수하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전 선덜랜드의 구단주이자 프리미어리거 출신인 나이얼 퀸(50·아일랜드) 역시 "손흥민은 창의적이고 활기찼다. 모든 플레이가 빨랐다. 상대 수비수들은 손흥민 같은 선수와 마주치지 않기를 바랐을 것"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유럽축구통계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양 팀을 통틀어 두 번째 높은 점수인 평점 8.3을 매겼다. 득점에 성공한 해리 케인(23·8.1점)보다 높은 점수였다.
◇시련, 손흥민을 강하게 만든 힘 아팠던 만큼 이를 물었다. 손흥민은 19일 선덜랜드전을 마친 뒤 "앞선 AS모나코와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때 실망을 많이 했다. 그래서 오늘 경기에서 더 잘하고 싶었다. 모든 경기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간 힘든 일이 참 많았다. 손흥민은 지난 15일 열린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 E조 1차전 AS모나코(프랑스)와 홈경기에 선발 출전했지만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됐다. 그는 앞선 스토크시티전에서 멀티 골과 도움을 기록하며 경기를 지배했다. 그러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44)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보다는 교체로 나선 무사 뎀벨레(29)에게 더 많은 신뢰를 보냈다.
현지 매체들은 감독의 이해되지 않는 선수 기용을 두고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 매체인 런던 이브닝스탠다드는 "토트넘은 경기력이 좋지 못할 때마다 손흥민을 자주 희생양으로 삼았다. 손흥민은 앞선 경기에서 2골을 기록하고도 여전히 포체티노 감독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경기 중 누가 뎀벨레와 교체될 것인지 추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혹평했다.
포체티노 감독도 듣고만 있지 않았다. 선덜랜드전에 앞서 사전 기자회견을 가진 그는 뎀벨레 기용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마자 작심한 듯 반격에 나섰다. 포체티노 감독은 "내가 항상 취재진을 존중하듯이 취재진 역시 나를 존중해야 한다. 내가 11명의 선수를 정한다. (손흥민을 빼고 뎀벨레를 넣은) 선수 기용은 절대 실수가 아니다"고 맞받아쳤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어 "만약 스토크시티전처럼 AS모나코전에서 4-0으로 이겼다면 손흥민을 투입한 것이 좋은 결정이라 했을 것이다"며 "그런 비판은 매우 쉬운 것이다. 그러나 축구란 그런 것인 만큼 이해한다. 매일 선수들과 함께 하는 나의 결정을 신뢰해 줄 필요가 있다. 내 결정은 승리를 위한 것이었다"고 맞섰다. 감독이 언론을 향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는 것은 사뭇 이례적이다.
◇손흥민의 전성기는 지금부터 자칫 포체티노 감독의 '노기'가 손흥민의 다음 경기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기우였다. 포체티노 감독은 선덜랜드전 내내 손흥민을 기용했다. 오히려 후반 29분 무렵에는 함께 선발 출전했던 뎀벨레를 빼고 라멜라를 투입했다. 평소대로였다면 손흥민이 빠졌을 터였다. 하지만 경기 내내 온몸을 던지는 선수 앞에서 차별은 없었다.
'소니'에게 뜨악했던 태도도 달라졌다. 포체티노 감독은 선덜랜드전이 끝난 뒤 영국 데일리 메일과 가진 인터뷰에서 "손흥민의 활약 덕분에 행복하다. 그의 경기력은 환상적이었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그간 둘 사이에 부딪혔던 시간도 담담하게 풀어냈다. 그는 "손흥민은 힘든 시즌을 보냈다. 나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올림픽 이후 손흥민은 독일로 떠나고 싶어했지만 구단은 잔류를 원했다"며 "손흥민이 주전 경쟁을 위해 싸울 의지를 보여줬다. 나는 늘 선수들에게 경기장에 나설 자격을 보여준다면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해 왔다"고 흐뭇해 했다.
평론가도 손흥민의 주전 굳히기에 힘을 실었다. 앙리는 "스토크 시티전에 이어 좋은 활약을 보여준 손흥민은 선발로 뛸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다"며 "향후 손흥민이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토트넘의 다음 경기는 오는 24일 미들즈브러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