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구단 kt는 1군 진입 2년째를 맞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도 최하위가 유력하다. 선수층이 얇은 신생팀의 한계를 넘기 어려웠다. 첫해와 달리 외국인 선수 전력에 투자했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시즌 승률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3할대다. 하지만 다른 순위도 있다.
kt의 홈구장 위즈파크는 지난해 총 64만5465명(평균 8965명) 관중이 찾았다. 막내 구단이지만 두산·LG·SK·롯데·KIA·한화에 이어 7번째로 많은 관중을 모았다. 올해 평균 관중은 9349명으로 지난해보다 7.9% 상승했다. 정규 시즌 2위를 달리는 제9구단 NC(8009명)보다 많다. 대형 구장을 사용하는 롯데의 마지막 꼴찌 시즌인 2004년과 비교된다. 이해 부산 사직구장 평균 관중은 4590명이었다.
'흥행은 성적과 직결된다'는 게 프로야구의 오랜 믿음이었다. kt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고 웅변하는 듯하다.
◇ 3000명도 안 넘었던 수원…이제 야구 새바람
연고지 수원은 전통적인 '축구 도시'다. 수원 시민에게 야구는 자존심에 상처를 준 존재였다. 1989년 완공된 수원구장은 인천·경기를 연고로 하는 태평양 돌핀스와 그 후신인 현대 유니콘스의 제2 홈구장이었다. 그런데 2000년 SK가 쌍방울을 사실상 인수하면서 인천을 연고지로 창단했다.
또 현대는 '2년 뒤 서울로 연고지 이전'을 전제로 수원에 임시 둥지를 틀었다. 직후 이른바 '현대그룹 왕자의 난'이 터지면서 현대의 서울 입성은 좌절됐다. 팀이 존속한 2007년까지 수원 시민과 프로야구는 '불편한 동거'를 이어 가야 했다.
2000년 이후 현대는 세 번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해태 타이거즈에 이어 '제2의 왕조'가 탄생했다고 했다. 그러나 연고지 시민들에게는 철저히 외면받았다. 2000~2007년 시즌 평균 관중은 14만48명에 그쳤다. 8시즌을 모두 더해도 LG나 두산의 한 시즌 관중 수에도 못 미치는 112만390명이었다.
한 현역 프로야구 선수는 "수원구장에서 경기를 할 때 관중이 거의 없었다. 조용할 때는 타석에서 팬들의 얘기가 들릴 정도였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2008년 우리 히어로즈(넥센)가 현대 선수단을 인수해 재창단하고 목동구장을 홈으로 사용했다. 수원구장은 프로야구 무대에서 사라졌다.
2013년 말, kt는 수원 시와 손잡고 10구단 창단 작업에 돌입했다. 이듬해 1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kt의 10구단 가입을 최종 승인했다. kt가 2007년 이후 비어 있던 수원구장의 새 주인이 됐다.
수원은 인구 122만 명의 대도시다. 이 점은 수원과 kt가 10구단 창단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다. 한번 떠난 사랑을 되돌리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kt는 이 어려운 숙제를 잘 풀어 나가고 있다. 2년 동안 위즈파크는 야구팬의 함성으로 뜨거웠다. 이달 초 부상으로 팀을 떠난 외국인 선수 앤디 마르테는 "내 야구 인생 최고의 팬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 kt만의 참신한 마케팅
예상을 뛰어넘은 kt의 성공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프로야구 붐이 일었다. 수원은 인구 100만이 넘는 대도시다. 프로야구 관중은 연고지 인구수와 매우 큰 관계가 있다. 원정 관중을 유지하기 좋은 입지 조건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협조도 원활하다. 수원 시는 kt 구단을 유치하며 300억원을 투입해 수원구장을 2만석 규모로 증설하고 관람 환경을 대폭 개선했다.
구단의 마케팅 노력도 돋보인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는 지난 4월 프로스포츠 62개 구단 중 최고의 마케팅을 펼친 구단으로 kt 위즈를 선정했다. 모기업의 특성을 살려 정보통신기술(ICT)을 마케팅에 연계한 노력이 돋보였다. 카메라 3대를 통해 전송된 영상을 조합해 서버에 전송하면 관중은 이 영상을 스마트폰과 VR 기기를 통해 360도로 고개를 돌려 가며 감상할 수 있다. '2016 GiGA Water FASTival'은 kt의 마케팅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매김했다. 물 사용량만 무려 8500리터(전년 대비 약 4배 이상)에 달하는 블록 버스터급으로, 경기 도중 관중을 향해 물 폭탄이 쏟아진다. 지난해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com에 소개됐다.
연고 지역과 밀착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kt는 수원 지역 초·중·고교와 연계해 직업체험 프로그램인 'wiz dream with dream'을 시행하고 있다. 적성과 진로 탐색 기회를 야구장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참가 학생은 구단 투어는 물론이고 야구, 응원 체험을 한다. 심판·아나운서·트레이너 체험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야구 규칙을 배우고 발성 연습, 피지컬 트레이닝 실습 시간도 가진다. 6월 7일부터 시즌 종료까지 시행되며 지금까지 500명 이상의 지역 학생들이 신청, 참가했다.
'위즈맘 페스티벌'도 큰 호응을 받았다. '위즈맘 페스티벌'은 경기도 지역에 거주하는 20~50대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6~9월에 지정된 12경기에 무료입장(동반 가족 본인 포함 최대 5인 50% 할인 적용), 기념품 증정, 상품 매장 할인, 이벤트 참여 등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야구장 문턱이 높게만 느껴졌던 엄마들을 위한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배려 또한 세심하다. 위즈맘들이 함께 모여 편안하게 경기를 관전할 수 있도록 지정 좌석존을 운영하고 각종 상품을 증정했다. 홈경기가 없는 날은 위즈파크 스카이박스를 단체 위즈맘(30명 이상) 소모임 행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지금까지 총 2404명의 위즈맘이 4120명의 가족과 함께 kt 위즈파크를 찾았다.
구단 관계자는 "위즈맘 페스티벌 행사를 통해 엄마들이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가족 단위 팬들도 추억의 시간을 가지셨기 바란다. 앞으로도 여러 계층이 자연스럽게 야구를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 이벤트를 준비해 차별화된 즐거움을 드리겠다"며 "가족과 함께하는 야구장 나들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