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작품마다 배우는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 넘어야 하고 대중은 그 속에서 신선함을 바란다. 비슷한 캐릭터를 맡아도 전작과의 차별성이 확실하기를 원하고 그렇지 않다면 혹평과 비난은 자연스레 뒤따른다. 연기력이 출중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황정민 정우성 곽도원 정만식 주지훈이라는 조합은 '아수라'가 완성한 새로운 악의 무리지만 예비 관객들은 캐스팅 단계부터 '어디서 본 듯한 조합'이라는 반응을 내비쳤다.
낯설지 않고 익숙한 조합은 곧 뻔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수라' 팀에게 이는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였고, 김성수 감독과 배우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아수라' 만의 분위기를 완성시켰다.
악의 근원지라 표현할 수 있는 황정민,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에 이어 또 한 번 극악무도한 검사로 변한 곽도원, 정우성을 무자비하게 린치하는 정만식, 그리고 이 대단한 선배들과 연기한 주지훈은 '아수라'를 통해 인생 연기를 갈아치웠다.
여기에 '뽕쟁이'로 활약한 김원해는 '아수라'가 숨겨둔 히든카드이자 진짜 마스코트다. 영화가 끝나도 그 잔상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아마 가장 놀라운 평가를 받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 본다.
악인을 연기하더니 악마에 영혼을 팔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캐릭터가 많기 때문에 너무 잘해도 못해도 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배우들은 자신이 빛나야 하는 순간과 그렇지 않아야 하는 순간을 명확하게 캐치했고 대단한 강약조절을 보였다.
영화가 '강강강'으로 흘러가도 숨 쉴 구멍이 있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바로 배우들의 열연 덕택이다.
텍스트로 풀어 설명하는 것이 비효율적일 정도로 잘했고 또 잘했다. 그렇게 변하고도 또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황정민은 이제 소름이 끼칠 정도다. "진심없는 눈빛"이라는 대사를 연기로 표현할 줄 아는 배우가 과연 몇이나 될까. 황정민은 그 어려운 것을 해냈고 얼굴의 주름 하나 하나까지 자로 잰 듯 내보여 공포를 배가 시킨다.
'비트'의 조합은 늘 옳다. 김성수 감독은 자신의 페르소나가 정우성이 맞다는 것을 '아수라'를 통해 다시 한 번 입증시켰다. 정우성의 대표작, 인생연기는 모두 김성수 감독의 손 끝에서 탄생하는 느낌. 잘생긴 얼굴은 망가뜨려도 잘생겼지만 그의 연기가 처절한 캐릭터를 감싸 안으며 정우성을 정우성이 아닌 한도경으로 보이게 만든다.
손을 쓰지 않고 극악무도함을 뽐내는 곽도원과 이와 반대로 별 다른 대사없이 표정과 주먹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정만식은 제 옷을 입은 듯 맛깔스러운 열연으로 관객들의 숨통을 조인다.
여기에 가장 우려가 깊었던 막내 주지훈의 열연은 왜 주지훈이 기라성 같은 선배들에게 그토록 예쁨 받았는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개봉 전까지 크게 오픈되고 있지는 않지만 영화가 개봉한다면 무조건 한 번씩은 언급할 김원해의 연기는 '미(美)쳤다' 싶을 정도로 몰입감을 높인다. 바보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 여우같고, 날다람쥐 같기도 한 그의 가벼움은 '아수라'의 신의 한 수라 꼽아도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