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은 30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전북에 대한 징계를 논의할 예정이다. 전북 스카우트 A씨가 2013년 심판 2명에게 금품을 건네며 판정을 매수한 사실이 알려진 진 5월 이후 약 4개월 만에 열리는 상벌위원회다.
시기상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당초 상벌위원회는 첫 공판 뒤인 7월 1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린 뒤 징계를 논의하는 것이 맞다는 프로축구연맹의 방침에 따라 일정이 미뤄졌다. 그러다 부산지법 형사5단독(부장판사 정성욱)이 28일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함에 따라 프로축구연맹도 상벌위원회를 소집했다. 더이상 상벌위원회를 미룰 이유가 없게 된 것이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전북에 대한 중징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징계의 수위와 적용 시점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징계는 제재금과 승점 감점이다. 2015년 심판 매수로 징계를 받은 경남 FC 때도 상벌위원회는 다음 시즌 승점 10점 감점과 70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징계 내용은 바뀌지 않았고, 경남의 선례로 인해 전북 역시 비슷한 수준의 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선례에 연연하지 말고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적용 시점도 견해 차이가 있지만 스플릿 라운드 포함 6경기 밖에 남지 않은 올 시즌이 아닌 다음 시즌 승점에서 감점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번 사태에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론은 없다. 그러나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K리그의 자정 의지도 심판대에 오를 수 있다.
전북뿐 아니라 K리그 역시 '운명의 날'을 맞은 셈이다.
'솜방망이 처벌'의 부메랑이 돌아왔다.
전북 스카우트 A씨의 유죄가 확정되면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신속하게 상벌위원회를 소집했다. 이제 상벌위원회를 통해 전북에 대한 징계를 확정하고 실시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그 과정은 실로 지난하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에 기준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프로축구연맹 상벌규정에 따르면 '심판 매수 등 불공정 심판 유도행위 및 향응 제공'의 경우 ▲제명 ▲하부리그 강등 ▲1년 이내의 자격정지 ▲10점 이상 승점 감점 ▲1억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 ▲경고 등의 처분을 받게 된다.
전북은 "해당 인사가 구단에 보고 없이 개인적으로 진행한 일"이라며 구단과 관계 없다고 해명했지만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결국 전북에 대한 징계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K리그 리딩클럽으로 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승승장구 중인 전북에는 뼈아픈 오점이 아닐 수 없다. K리그를 대표하는 명문으로 도약한 전북이기에 보다 공정하고 엄중한 징계를 요구하는 팬들의 목소리도 높다.
◇잘못 끼운 첫 단추, 어떻게 풀까
하지만 여기서 경남의 선례가 발목을 잡았다.
프로축구연맹은 2013년과 2014년 경남 전 대표가 K리그 심판들에게 금품을 준 사실을 확인하고 경남에 해당년도 상벌규정에 따라 7000만원의 제재금과 2016시즌 승점 10점 감점의 징계를 내렸다. 심판 매수라는 죄질에 비해 징계가 너무 가벼운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연맹은 "규정에 근거해 내릴 수 있는 최고 징계"라는 말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실제로 K리그 출범 이후 승점 감점 징계를 받은 구단은 경남이 최초였다.
그러나 그 '최고 징계'가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대표가 직접 총 6400만원의 금액을 전달했던 경남과 비교하면 전북은 금액은 물론이고 구단과 관계성에서도 상대적으로 수위가 낮다. 스카우트가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경남 이상의 징계를 내릴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 A씨도 "구단 수뇌부가 개입한 경남보다 큰 징계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남 이상의 징계가 내려질 경우 전북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연맹 관계자도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선례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미 생긴 선례를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보다 엄중한 징계로 다스려야 하는데 연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 됐다.
◇징계, 한다면 다음 시즌부터
선례에 비추어보면 전북의 징계는 승점 감점과 제재금 부과 선에서 마무리될 확률이 높다. 문제는 언제부터 징계를 적용하느냐다.
상벌위원회를 통해 내려진 징계는 통상적으로 즉각 적용된다. 선수들의 출전 정지 사후 징계만 봐도 해당 상벌위원회가 열린 뒤 곧바로 적용된다. 마찬가지로 전북에 대한 징계도 이번 시즌 내에 적용될 것으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스플릿 라운드를 포함해도 겨우 6경기 남은 상황에서 올 시즌에 징계를 내리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시선도 많다. 징계 자체의 의미가 퇴색될 뿐만 아니라 자칫하다가는 연맹이 리그 흥행을 위해 우승 경쟁 구도를 재편하려 한다는 의심까지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축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승점 15점 감점 징계를 내리면 시즌 막판 전북과 서울의 우승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다. 이것이 연맹이 바라는 바가 아니겠느냐"는 농담섞인 비아냥거림이 오갈 정도다.
연맹 관계자는 "경남의 경우 시즌이 끝난 뒤 징계가 내려졌기 때문에 다음 시즌부터 적용이 됐다. 이번 경우는 시즌이 남아 있으니 통상 하던대로 즉시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상벌위원회의 징계 시점에 대해서는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승점 감점이든 최악의 경우 강등이든 전북에 대한 징계를 다음 시즌부터 적용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