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방송을 앞둔 SBS 수목극 '푸른 바다의 전설' 박지은 작가가 광고주의 관행까지 바꿔놓을 정도로 이유 있는 '작가부심'((작가+자존심 합성어)으로 업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기존 대표적인 한류 드라마 '태양의 후예' 김은숙 작가와 달리 박지은 작가는 PPL이 들어갈 자리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단가를 높게 책정해 콧대 높은 광고주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고 있다.
보통의 작가들은 제작비 충당을 위한 PPL을 단가에 따라 스토리에 충분히 녹여주는 편이다. 실제로 '태양의 후예'에서 가장 큰 PPL 금액을 쓴 전기밥솥 브랜드는 김은숙 작가가 주인공인 송중기가 송혜교를 위해 전기밥솥을 이용한 삼계탕을 만드는 스토리를 만들어줘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또 무인 운전 시스템이 가동된 자동차 PPL을 위해 진구와 김지원의 차량 데이트 신과 키스신을 추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지은 작가는 PPL과 상관없이 소신대로 대본을 쓰고, PPL이 어울릴 만한 아이템에만 간접 광고를 붙이고 있다. PPL을 위한 별도의 추가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협찬 금액도 보통의 PPL 단가보다 두세배 비싸다. 광고주는 "큰 돈을 쓰고도 홍보 효과를 제대로 뽑을 수 있을까"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 반면 시청자들은 간접 광고 홍수 없이 드라마에만 몰입할 수 있어서 반가울 수밖에 없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극중 전지현이 인어에서 사람으로 변신한 뒤, 현실 세계에 발을 내딛다가 로봇청소기를 보고 놀라는 장면이 등장한다. 여기에 로봇청소기 PPL이 들어가도 되니까 가전업체 PPL은 가능하다는 식으로 제작사에서 이야기한다. 그런데 광고 단가가 너무 센 데도 작가에게 대본 수정이나 추가를 요구할 수 없어서 PPL 효과를 잘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하지만 박지은 작가와 제작사가 이미 판권으로 리쿱(Recoup: 제작비를 회수함)이 됐기에 PPL에 크게 목매지 않는 분위기라 네고(가격 조정)의 여지도 없다. 드라마에 어떻게든 광고로 참여하고 싶은데 기회가 없어서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전지현과 이민호는 워낙 많은 브랜드의 전속 모델로 활동 중이라, 자신이 모델로 활약 중인 브랜드를 PPL 업체로 참여시키거나 본인들이 등장하는 신에 자연스럽게 녹이는 식으로 스타 마케팅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PPL 참여도 어렵고, 배우들 광고 모델 단가도 무척 세지만 분명 전지현 ·이민호 ·박지은 조합은 세일즈 파워가 상당하다. 방송 전에 판권만으로 제작비를 회수해, 광고에 연연하지 않는 청정 드라마를 지향하는 것은 시청자들을 위한 배려일 것"이라고 밝혔다.